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교회 전기를 몰래 도전(盜電)하는 성도의 전기요금을 내주며…

이곳에서 교회를 새롭게 개척하며 서툰 러시아말로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아는 것이 없어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내는 주로 어린이 사역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5명의 청소년들이 세례를 받았고 신학생 3명이 교사로 함께 사역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른들은 별로 없고 아이들과 청소년이 중심이지만 이웃에 사는 한 부부와 학부모 중 두세 명이 드문드문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교회의 전기를 승압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성도님이 1년간 요금을 내지 않아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우리 교회 전기를 몰래 끌어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전압이 높아지면 전기를 끌어 사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편해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큰소리를 지르며 거짓말을 하고 급기야 자기 집 개를 풀어 아내가 물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동안 좋았던 관계가 한순간에 깨져버렸습니다.

이후에도 그 가정은 계속해서 몰래 전기를 끌어 쓰다가 전열기구가 모두 타버렸습니다. 사정이 딱해 임시로 교회에서 선을 연결해 전기를 공급해 주었지만, 그녀가 우리를 피해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도와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겨 어렵게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귀신들이 밤마다 괴롭힌다느니, 정교회에서 교회를 못 가게 했다느니, 동네 사람들이 다 교회 가는 것을 반대한다느니 하면서 교회 오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에게는 남편과 싸우다 맞아서 머리를 꿰매고 오른팔이 아파 움직일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잘못된 자신의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 피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또 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녀가 술과 마약에 빠져 사는 남편에게 이혼하고 떠나라고 하자 남편이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것입니다. 한밤중에 구급차가 오는 등의 소란이 있었습니다.

사건이 있은 후 저희는 이 성도의 밀린 전기세를 모두 지불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집으로 전기가 다시 공급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성도는 남편과 함께 교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도와 주일 점심준비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뜻은 부르심의 자리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때로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내 힘을 내려놓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되지 않습니다. 해가 갈수록 선교사가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나가며 너무나 부족한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계속된 배움이 왜 필요한지 절실히 깨닫기도 합니다.

낯선 사람들과 문화와 환경 속에서 시간이 가도 우리는 이곳에서 여전히 이방인이고, 여긴 외국이라는 어떤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께서 어떻게 이 땅에 인간으로 오셨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사람들끼리도 이토록 어렵고 낯선데 말입니다. 나의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일하신 주님이 함께하셔서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복음기도신문]

러시아=W, L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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