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고 놀라운 것에 관심이 가는 우리 본성에 비하면 제가 있는 크로아티아 선교현장은 그저 크고 잔잔한 호수와 같습니다. 누군가 크고 작은 조약돌을 던지지만, 곧 이내 평온을 유지하는 호수처럼, 차분하고, 조용하며, 어떨 때는 지루할 정도로 따분하여,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는 곳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무엇인가로 인해 그리 놀라지도, 반기지도 않습니다. 이미 다 아는 것이요, 경험한 바요, 나름대로의 소신과 신념 가운데서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할 뿐이지요. 복음조차 그런 것이 되어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주의 거룩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요즘 저는 마테이와 마리나라는 젊은이들과 교제하고 있습니다. 마테이는 며칠 전 종교철학 학사를 마쳤고, 이제 신학 석사를 공부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마리나는 마테이의 여자 친구입니다. 둘 다 순수하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가톨릭에서 주는 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들과 만나면서 교제하고 말씀을 나눌 때 언제나 그들 속에 있는 혼란을 봅니다. 성경이 알려주는 진리의 말씀과 대치되는 가톨릭의 가르침 속에서 그들은 고민하고 때로는 낙심합니다. 그래서 저와의 만남은 이내 성토의 장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함께 복음을 나눌 때면 그들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와 기쁨이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들이 현지 교회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저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격려와 세움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만을 의지할 뿐이지요. 선교를 진행해 오는 동안 이곳에서 배우는 것은 리더십도 아니요 카리스마도 아니요, 선동도, 한바탕의 열정도 아닌, 오직 인내와 겸손과 온유와 오직 기도 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또 깨닫습니다.
근래에 제 마음에 많이 와닿는 것은 ‘온전한 기도’입니다. 오랜 시간 선교지에 있으면서 기도보다 사역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예수님 곁에서 늘 분주했던 마르다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더욱더 절실히 알게 되었지요. 하나님께서는 당신과의 영적인 교제를 통해 그분의 나라를 확장하시기 원하셨는데, 저는 교제보다 일에 분주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께서 다시금 하나님과 교제의 기쁨을 조금씩 저에게 맛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다시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온 우주가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이, 우리의 기도를 통해 이곳에서 하나님의 역사와 평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복음기도신문]
크로아티아 김경은·문정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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