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하나님은 지난 5개월 동안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으셨다. 금방 선교지로 나갈 것이라는 부푼 희망은 모두 사라졌다. 하나님은 이들을 선교지 대신 기도의 골방, 그들이 명명한 워룸(War Room)으로 부르셨다. 주님은 그곳에서 선교사가 아니라 복음과 기도가 삶이 된 사람들로 그들을 빚어가셨다. 복음과 기도의 전령사로 대기발령 중인 이형우, 정현정 예비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 어떻게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셨나요?
정현정(이하 정): “특별하게 한순간에 결정된 게 아니었어요. 단지 믿음의 삶을 한걸음씩 걸으면서 선교사로의 부르심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제 삶은 선교와는 상관이 없었어요. 나이 서른여섯에 아는 사람을 통해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됐죠. 그것도 계속 귀찮게 굴어서 홧김에 나간 거였는데 그때 완전히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되었어요. 결국 주님을 사랑하게 됐고 하나님에 대한 열정도 생겼어요.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7년 동안 신앙생활을 하다 총체적인 복음의 내용을 듣고 믿게 되면서 삶이 변화되기 시작했어요. 복음이 저에게 실제가 되고 나니 제가 가지고 있던 전부가 배설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죠. 기도와 선교훈련을 쉬지 않고 받으면서 배설물과 같은 모든 것을 실제로 다 내려놨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배설물 같은 것들을 내려놓다
– 어떤 것들을 내려놓으셨나요?
정: “저는 예전에 코디네이터였어요. 2년 동안 방송국에 있다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사업이 아주 잘돼 돈도 많이 벌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죄짓는 것 외에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세상에서는 죄라고 말하지 않는 것들이죠. 실력을 키우고 사업을 번창시키고 저축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살았어요. 누가 이런 것들을 죄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복음을 만난 지금은 내가 주인 되어 살아온 그 모든 삶이 다 죄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모든 것이 저에게 가치가 없어지면서 지금은 모두 정리했죠. 남편도 선교사로 부르시고 회사생활을 정리하는 동안 많은 과정이 있었어요.”
– 아내와 함께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셨네요?
이형우(이하 이): “저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어요. 매우 안정되고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고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전 이미 어릴 때부터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부흥회 때 목사님이 리빙스턴의 얘기를 들려주셨어요. 리빙스턴이 헌금 시간에 자신을 드린다면서 헌금 바구니 위에 앉아버렸다는 거예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이제 때가 되어 부르심에 응답하려는데 모두가 말렸어요.
사실 명예퇴직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아서 그때 퇴사하면 많은 손해를 각오해야 했어요. 그러나 부르심이 너무 확고했기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았어요. 재정을 포기하고 말씀에 순종했는데 주님이 그 마음을 보신 것 같아요. 예상치 않게 명예퇴직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이렇게 회사가 정리되면서 N국으로 나갈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 어떻게 N국에 대한 마음을 받으시고 준비하게 되었나요?
이: “제가 중보기도학교에 섬김이로 참여하고 있을 때 N국에 계신 선교사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이 어느날 섬김이 모임에서 자신이 선교지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N국이 마음에 품어졌고 그 마음을 선교사님께 나눴어요. 그때 선교사님이 깜짝 놀라시면서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동역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놀랐죠. 주님의 부르심이구나 확신했죠.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아내도 N국에 대한 마음을 받았는데 저와 다른 곳, 다른 시기였던 것이죠.”
정: “물론 저도 N국에 대한 마음을 받았는데요. 사실 저는 어느 나라든지 상관없었어요. 이미 열방을 위해 기도하면서 모든 나라가 제 마음에 들어와 있었고 선교완성은 오직 기도로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N국으로 간다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그곳에서 기도하며 주님 속히 오심을 기다린다는 의미죠.”
부르신 주님의 뜻 깨닫다
– N국으로 언제쯤 가실 예정인가요?
정: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사실 저희도 선교사로 부르시고 나라에 대한 마음도 주셔서 곧 나갈 줄 알았죠. 그러나 저희를 파송하는 선교단체에서 먼저 6개월 공동체훈련의 간사로 섬길 것을 제안하셨죠. 때마침 N국 정탐여행을 다녀오면서 더욱 진리를 붙잡지 않으면 수많은 어려움에 휘둘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여서, 그 제안을 주님의 뜻으로 알고 순종하게 되었어요. 하나님의 뜻은 정말 완전하셨어요. 그곳에서 예상 못한 상황으로 저를 인도하시며 마음에 소원했던 대로 제 삶의 모든 결론이 오직 진리가 되게 하셨어요.”
–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정: “훈련소에 입소한 지 두 달 정도 지난 때였는데 하혈이 멈추지 않았어요. 근처의 병원을 찾았는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죠. ‘포상기태’ 판정을 받았어요. 몸 안의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질환인데 매우 위험한 상태였어요. 이 일을 통해 주님은 남편과 저에게 각각 필요한 부분을 다뤄주셨어요. 먼저는 남편의 마음상태를 드러내 보이셨구요.”
– 이 부분은 이 집사님께서 직접 말씀해주세요.
이: “아내가 큰 병원에 가기 전에 ‘만약 내가 암이라면 우리 가족이 모두 훈련원에서 나와야겠지?’라고 물었어요. 근데 ‘내가 나가면 모두 좋아할거야.’란 제 대답에 아내가 매우 당황했어요. 사실 전 그때 매우 혼란 속에 있었어요. 진리가 저에게 실제가 되지도 않았는데 된 척 묻어갈 수 없었어요. 그곳에서 왜 세계복음화를 두고 기도해야 하는지, 왜 이것을 위해 목이 터져라 기도해야 하는지 저에게 실제가 되기까지 싸우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 자신 때문에 절망스럽기도 하고 제 자신이 주님 앞에 설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내면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기다려주시고 제가 승리하기까지 걸음마다 말씀으로 확증해주셨어요. 적어도 지금 전 세계복음화에 대한 비전에 사로잡혀 있고 그 일을 위해 매일 워룸에서 기도하고 있어요.”
– 정 집사님에겐 주님이 어떤 일을 행하셨나요?
정: “사실 훈련사역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전 N국에서 이 상황을 맞이했을 거예요. 그랬다면 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죠. 사명자는 사명을 마치기까지 죽지 않는다는 한 선교사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경험되는 시간이었어요.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은 주님과 깊은 사귐의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가 무너져 있었는데, 주님은 병원에서 홀로 주님 앞에 서 있는 시간을 통해 회복해주셨죠. 하루 종일 말씀에 집중했어요. 병원 안에 있는 교회에서 밤낮없이 환자복이 젖도록 기도했어요. 주님과 대화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들이 무척 행복했어요.
퇴원하기 일주일 전쯤 기도하는데 시므온 말씀을 보게 하셨어요.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 그 말씀을 보는데 제가 재림 예수를 기다리는 이 시대의 시므온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한 가지 더 감동을 주셨는데 시므온은 경건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어요. 하나님은 경건한 자의 기도를 들으시는구나. 저도 더욱 경건의 열망에 사로잡히게 되었어요. 퇴원 후 다시 돌아가 훈련학교 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 주님께서 두 분을 같은 마음으로 준비시키신 것 같네요. 그런데 이 집사님께서 아까 말씀하신 워룸이 뭔가요?
이: “영어로 ‘전쟁하는 방’이란 뜻인데요. 저희는 그곳에서 기도로 하나님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 이 워룸을 만든 것은 저희가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하나님 나라의 전쟁은 기도로
– 살고 싶었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정: “저희가 훈련소에 들어갈 때 이미 집과 재산을 모두 정리한 상태였어요. 6개월 훈련이 끝나면 바로 선교지로 나갈 생각이었죠. 그래서 선교지로 나갈 준비 기간 동안 잠시 어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었어요. 어머니께는 며칠만 있겠다고 한 게 벌써 5개월이 넘어가네요. 파송선교단체에서 현장으로 나가기 전 조금 더 진리로 견고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물론 현장선교사님들이 교회개척을 원하셔서 그 부분에 대해서 배우고 나가도 무방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외에 다른 훈련도 제안하셨죠.
처음엔 더 이상 훈련은 필요한 것 같지 않아 거절하다 결국 순종하기로 결정하고 훈련을 받았어요. 드디어 모든 훈련이 끝나고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N국에서 초청장이 나오지 않았어요. 선교지로 나가는 일이 계속 연기되고 집에서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어요.”
– 정말 힘드셨겠네요.
이: “정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워룸을 만들고 그곳에서 살게 되었던 것이죠. 그곳에서 주님은 다른 일을 하지 않으셨어요. 오직 말씀만 주셨죠. 그때마다 주셨던 말씀을 여기 핸드폰의 메모공간에 모두 기록해 놓았어요.
제 계획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요
“그러나 현실은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N국 학교에 지원서를 냈지만 초청장도 오지 않고,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언제 주님이 현장으로 부르실지 모르는데, 한가하게 일자리를 구해서 생활비를 구할 수도 없었어요. 하지만 절망할수록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더욱 붙들게 되었어요. 여러 가지 약속을 주신 후에 마지막으로 레위기 말씀으로 저에게 안식을 주셨어요.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에 들어간 후에 그 땅으로 여호와 앞에 안식하게 하라.’ 주님이 이 말씀을 어떻게 성취하실지 기대가 돼요.”
– 하나님의 말씀만 따라가는 주의 종으로 세워가시는 것 같네요.
정: “네. 정말 워룸에서 모든 것을 제하시고 오직 주님만 남게 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말씀과 기도에 전부를 쏟는 것 밖에는 없어요. 사실 다른 여력도 없구요. 이 시간을 지나면서 주님이 교회의 순종을 보고 싶어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음을 전하다 보면 ‘우리가 이런다고 세계복음화가 이루어질까?’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때마다 기도의 자리에 엎드리죠. 그러면 히브리서 8장 10, 11절 말씀으로 주님의 마음을 부어주세요. ‘그래, 너희가 할 수 없어. 내가 하는 거야. 모든 사람에게 주의 영이 내릴 거야. 이것이 이미 이루어졌어.’ 그러면 더 기도하게 돼요. 주님의 교회인 저의 기도를 통해 일하시도록요.”
– 앞으로의 계획이나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이: “계획을 물어보니 제 존재가 바뀌었다는 게 확실해지네요. 계획 없이 산 지 오래된 것 같아요. 제 계획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요. 더 이상 나는 없고 오직 그분만이 제 안에 사시는 것을 원하죠. 제 기도제목은 주기도문처럼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이에요. 전 이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정: “저는 주님과의 더 깊은 교제 안에서 그분의 사랑을 더 알아가길 소원해요. 주님 사랑에 미쳐서 이 길을 달려가고 싶어요. 이 부르심을 따라가는 것도, 제 삶의 모든 이유가 그분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싶어요. 그리고 하늘나라의 혼인 잔치에 모든 열방이 함께 참여하게 되는 것을 소망해요.” [GNPNEWS]
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