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디지털 범죄 관련 법안을 공식 승인한데 대해 교회 및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온라인에서 소수 종교 박해 관련 뉴스를 공유하거나 정부의 대응 부족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번에 서명된 전자 범죄 예방 개정법(Prevention of Electronic Crimes (Amendment) Bill 2025, PECA)의 핵심 조항은 디지털 권리 보호 기관(Digital Rights Protection Authority, DRPA)의 신설이다.
이 기관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하고, 불법 콘텐츠를 삭제할 권한을 가지며, 신고를 조사하고 디지털 윤리를 강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교회 지도자들과 인권 운동가, 언론인들은 인터넷에서 가짜 뉴스와 증오 발언을 규제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이 법이 신성모독법(Blasphemy Law)처럼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기독교 자도자들, 악용 우려
파키스탄 성공회의 아자드 마샬(Azad Marshall) 주교는 기독교인들이 증오 발언과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데 찬성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이미 신성모독법의 남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혐의를 제기한 사람들에게는 처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법도 악용된다면, 우리 공동체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소수 종교 박해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정부가 원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기존에도 주류 언론이 기독교 박해 사건을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3년 8월 자란왈라 기독교인 대상 폭력 사태는 너무나 큰 사건이었기에 언론에 보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독교 박해 사건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가 박해 문제를 알리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으며, 이번 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언론, 인권 단체도 비판
인권 운동가들과 언론 단체들 역시 이번 법이 반정부 비판과 소수 종교 박해 관련 뉴스를 검열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Asif Ali Zardari) 파키스탄 대통령은 의회 양원에서의 통과 과정에서도 시민사회와 언론 단체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 제정을 강행했다.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 트루 스피릿(Christians’ True Spirit) 아셔 사프라즈(Asher Sarfraz) 대표는 “소셜 미디어 규제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 법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 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이지만, 정부가 이를 빌미로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며 “의도치 않은 허위 정보로 피해를 입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며 “따라서 “정부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와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 범죄 예방 개정법 2025(PECA)란?
전자 범죄 예방 개정법(Prevention of Electronic Crimes (Amendment) Act 2025, PECA 2025)은 △온라인에서 허위 정보나 가짜 뉴스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과 200만 루피(약 3362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정부 기관(DRPA)에 등록해야 하며, 불응 시 일시적 또는 영구적 차단이 가능하다. △파키스탄 정보 기관이 허위 정보 관련 조사를 수행할 권한 부여하고 △누구든지 허위 정보 관련 사건을 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권리 운동가 나이갓 대드(Nighat Dad)는 이 법이 국가 안보 또는 공익을 명목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라며 “파키스탄에서는 계속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 보호가 아니라, 권력을 공고히 하고 비판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 단체들도 이번 개정을 ‘폭압적 법’으로 규정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로 봤다.
지난달 28일에는 라호르, 카라치,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퀘타 등 주요 도시에서 언론 자유 보호를 위한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파키스탄 연방 언론인 연합(PFUJ) 사무총장 아르샤드 안사리(Arshad Ansari)는 라호르 시위에서 “정부는 정보부(Ministry of Information)와 협의했지만, 내무부와 IT부가 우리의 의견을 배제한 채 법안을 밀어붙였다. 지금 파키스탄에서 언론을 탄압할 긴급한 이유가 무엇이기에, 정부가 이렇게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국경 없는 기자회의 2024년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180개국 중 152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8년 이후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서 ‘가짜 뉴스’ 혐의로 239건 이상의 기자 체포 사례가 기록됐다.
파키스탄은 새 법 시행 전에도 테러법을 이용해 일부 기자들을 체포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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