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여성 살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부와 사회가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 실행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최근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이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범죄를 ‘여성 살해(femicide)’로 정의하고 있지만, 2024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냐 언론 및 연구 기관인 아프리칸 언센서드(African Uncensored)와 오디포데브(OdipoDev)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70명의 여성이 살해됐으며 이는 평균적으로 하루 걸러 한 명씩 희생된 셈이다.
언론 보도와 법원 사건 기록을 기반으로 여성 살해 사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살해 사건의 가해자는 대부분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이었다. 희생자의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가 거의 절반에 달했으며, 전체 살인 사건의 75%가 남편, 전 남편, 남자친구, 가족 등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인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는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여성이 살해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시위와 언론 보도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성별 기반 폭력을 조사하는 특별 경찰 부대를 신설했으며, 2024년에는 여성 살해 관련 유죄 판결 건수가 증가했다.
보고서는 “여성 살해에 대한 강한 공적 분노가 사법 시스템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유죄 판결 건수는 전년도 대비 118% 증가했으며,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023년까지 평균 형량이 20년이었으나, 2024년에는 23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케냐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12월, 내각은 여성 살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태스크포스(Presidential Working Group on Femicide) 구성을 승인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종교 지도자, 학부모, 학교 및 보안 기관과 협력해 관련 법, 법 집행 및 사회적 가치의 허점을 분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법적 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자 가족들이 오랜 시간 동안 정의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4년에는 피해자 가족들이 평균 4년을 기다려야 판결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의 평균 3.6년보다 증가한 수치다.
인권 단체들은 케냐의 기존 법률과 정책이 성별 기반 폭력을 줄이기에 충분하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성 살해 사건이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집행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케냐 대표 안나 무타바티(Anna Mutavati)는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은 법과 정책, 공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격적으로 만연하다”며 “여성 살해는 폭력의 가장 극단적이고 잔혹한 형태이며, 이를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프리카 기독교 연합(All Africa Conference) 산하 ‘성별·여성·청소년부’를 이끌고 있는 리디아 므와니키(Rev. Dr. Lydia Mwaniki) 목사는 종교 지도자들이 여성 살해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므와니키 목사는 “사실 많은 경우 종교 자체가 문제의 일부로 지목되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해결책의 일부이며, 서서히 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침묵했지만, 이제는 성별 기반 폭력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성별 기반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안전가옥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여성 살해 사건의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18~35세 젊은 남성들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복지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살해가 성별 고정관념, 유해한 사회적 규범, 그리고 남성과 여성 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다수의 살인은 가정 내 다툼에서 비롯되며, 여성 살해는 종종 가정 폭력의 연장선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복음주의 연합(AEA) 여성위원회(AEA Women’s Commission) 사무총장 아이린 키바겐디(Irene Kibagendi)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전통적으로 피난처가 되어야 할 가정을 오히려 위험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키바겐디 사무총장은 “여성이 경험하는 이러한 잔인하고 의도적인 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죽음이다. 피해자가 살해되기 전 수 시간에서 며칠 동안 두려움, 공포, 심리적·육체적 고립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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