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나는 오직 주님만 구하는카페 선교사다”

일러스트=고은선

311호 | 믿음의 삶

2년간의 용감한 정예병이라는 단기 선교 시간을 마무리하고 장기 선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끝에 ‘하나님, 행복한 선교사로 살아가게 해주세요.’라고 고백하며 2024년을 시작했다.

한 해를 돌아보니 정말 선택의 연속이었다. 늘 학교와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 살아왔던 터라 나의 진로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끝없이 주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선택의 순간 속에서 간절하게 바랬던 한 가지는 하나님과의 동행이었다. 그분이 나와 함께 하신다면 그곳이 어디든 행복한 곳이 되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길이 대학 입시였다. 의료선교에 대한 비전이 오랜 시간 동안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밟아야 할 과정이 대학 입시라고 판단했다. 입시를 위해 자격증 시험도 보고 그 안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또 준비과정에 필요한 재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스시집, 냉면집, 칼국수집, 카페, 개인카페, 편의점.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독립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주님과의 관계에서 더 기쁨을 쌓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분명 믿음으로 시작했다고 믿었던 이 길이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상대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목적과 방향성을 잃어갔다. 병원 내에 있는 카페에서 6개월 동안 일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병원 내에 있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암 병동 환자들과 그들의 보호자들이었다. 매일 아침 피곤한 얼굴로 카페인을 찾는 의사, 간호사들, 오랜 시간 동안 가족을 케어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 활력과 기쁨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탄식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금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도 의료인의 길을 걷는다면 과연 행복할까? 이 길이 과연 맞는 걸까?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막연함이 목을 졸라오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선교지에 나가거나 빨리 안정된 자리를 찾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점점 내가 있는 자리가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사람들이 평범하게 걸어가는 길과 다른 내 자신을 볼 때 점점 더 두려움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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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고은선

‘내가 지금 잘 걸어가고 있을까?’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삶의 모든 자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토록 간절했던 묵상과 기도의 자리가 점점 삶 가운데 사라지고 기쁨을 잃어갔다. 다시 일어나고 싶지만 그럴 때면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비참하게 무너져 있던 그 자리에 주님은 다시 말씀으로 나를 일으키셨다. 그것은 2024년을 시작하며 나에게 주셨던 말씀이었다. “봄비가 올 때에 여호와 곧 구름을 일게 하시는 여호와께 비를 구하라 무리에게 소낙비를 내려서 밭의 채소를 각 사람에게 주시리라”(슥 10:1)

말씀 앞에 서보니 내가 그동안 매달리며 구했던 것이 나의 진로였다는 사실을 보게 됐다. 장기 선교사의 구체

적 걸음을 구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고 싶다는 나의 욕심이었고 결국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자기 사랑’에서 비롯

된 기도의 제목들이었다. 그리고 한 해의 끝없는 실패와 절망을 경험하며 하나님은 나의 기도 제목을 바꾸셨다. 내가 구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오직 살아계신 주님이셨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구해야 할 것은 살아계신 주님 한 분뿐이다.

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를 부르신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그 주님이 지금 이곳에서 나를 선교적 존재로 살아가게 하신다는 것, 여전히 말씀으로 나를 만나주고 싶어 하신다는 것, 내가 매 순간 이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구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을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나는 카페 선교사다. 나는 매일 일상에서 주님을 만난다. 그분과 함께하는 이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 할렐루야! [복음기도신문]

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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