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碧眼)의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맛깔스럽게 한다. 혹시 부모님이 한국인일까 싶을 정도로 유창하다. 현재 다문화대안학교 교사인 안드레이 형제는 순수 토종 우크라이나 사람으로 한국에 온지 7년째. 복음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되어 복음에 사로잡힌 한 가족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지금은 광주 지역에서 이주민 자녀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에게 복음을 나누고 있다.
–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셨나요?
“한 마디로 하나님의 은혜예요. 복음에 대한 갈망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는데 사연이 조금 길어요.”
– 복음에 대한 열망으로 한국에 오게 되셨다는 말이죠?
“고향인 우크라이나에서 예수님을 만나 신학교를 다녔어요. 2000년대 후반 무렵, 한 한국인 선교사님의 사역을 섬기게 됐어요. 그때 한국에서 단기선교팀이 방문하면 이들과 교제도 하고 통역을 하게 됐어요. 주님이 언어에 은사를 주셔서 6개월만에 웬만한 한국말은 어렵지 않게 통역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던 중 한 한국 단기선교팀이 와서 복음을 나눠주셨는데 너무 충격이었어요. 목사님 세 분의 설교를 통역하면서 큰 은혜를 받았어요. 이분들이 자신의 죄 된 실존을 주님이 어떻게 뛰어넘게 하셨는지를 보게 됐는데, 그것이 복음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그때 함께 왔던 한 자매님이 저에게 구체적인 믿음의 삶에 도전을 던져주셨어요.”
단기선교팀 설교에 충격
– 어떤 도전인가요?
“제가 복음에 관심을 보여서 그랬는지, 한국에 돌아가서 복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보내주셨어요. 책을 받는 과정에 그 자매님이 어떤 훈련을 받으러 떠나는 바람에 연락이 닿지 않아 그 분의 부모님과 이메일을 여러 차례 교환하게 됐어요.
우체국 특급우편으로 보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사설 민간업체를 이용하는 바람에 비용도 많이 들었어요. 물론 주님이 허락하신 일이겠죠. 엄청나게 비싸게 책을 구입하게 된 셈이죠.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받았기 때문인지 책을 열심히 봤어요. 그 이후 복음에 대한 갈망함은 더욱 커졌어요. 그런 마음을 그 자매님의 부모님과 나누다 그분들의 권유로 복음훈련과정을 듣고 싶어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 별다른 연고도 없이 한국행을 결정하셨군요.
“그때는 정말로 목이 말랐어요. 제가 전도사로 있으면서도 방탕한 삶을 살았고, 죄 가운데 빠져 살았어요. 그런 저에게 살 소망이 필요했는데, 그게 복음이라고 믿어졌어요. 그래서 정말 가방 하나 들고 3개월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그때가 2009년이었어요. 그리고 주님의 은혜로 십자가 복음 앞에 서게 됐어요.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떠나올 땐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모두 말렸어요. 너무 무모하다는 거죠.”
–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한 결과로 복음을 만난 것이군요.
“한국에 올 때 통로가 된 자매의 아버님이 저를 복음에 대한 열정을 가진 청년으로 봐주셨어요. 전혀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믿음으로 결혼하라는 권유로 제게 복음의 통로가 되어준 자매와 결혼을 하게 됐어요.”
–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그 이후 복음을 깨닫게 된 복음학교의 섬김이로 참여한 이후, 저의 삶에 대해 아내에게 나누지 않았던 일이 생각났어요. 아내와 목사님이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나 같은 죄인을 살려주신 주님의 은혜에 대해 나눴어요. 제가 얼마나 존재적 죄인인지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었죠. 아내와 처가 식구들이 모두 믿음으로 저를 받아주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정말 저의 삶을 주님께 전부로 드릴 수 있었어요.”
주님의 은혜로 한국에서 결혼
– 그 이후 주님이 어떻게 삶을 인도해 오셨나요?
“아내가 참가했던 6개월간의 공동체훈련인 복음사관학교에 등록했어요. 저는 특별히 두번이나 그 훈련을 받게 됐는데, 두번째 훈련을 마칠 때 쯤 세계 여러 나라의 복음전도자들이 선포하는 동영상 설교를 보게 됐어요. 충격이었어요.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모두 동일한 십자가 복음을 선포했어요. 복음이 정말로 열방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더군요. 사실 한국에 와서 복음을 깨닫고 바로 고향인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어요.”
– 그때 우크라이나로 가셨나요?
“그렇게 하진 못했어요. 훈련을 마치고 한 선교단체에 헌신했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문제는 저의 교만이었죠. 당시에 선배 선교사들로부터 여러 가지 권면을 들었는데 다 뿌리치고 나왔어요. 제가 홀로 교회를 개척해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실패했죠. 다시 집에서 기도하면서 주님의 뜻을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방송을 듣다가 지금 제가 섬기고 있는 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목사님의 인터뷰를 듣게 됐어요. 그리곤 그 학교에 찾아갔어요. 주님이 주신 마음을 나눴더니 매주 한번 러시아인들을 위한 수업과 예배와 통역을 맡겨주셨어요.”
– 주님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그 땅의 영혼들을 만나게 해주셨군요.
“네. 빨리 복음을 전하고 싶은 열망이 넘쳤지만 주님의 때를 기다렸어요. 그렇게 다음세대를 알아가던 어느 날. 주님이 기회를 허락해주셨어요. 학교에서 러시아권 아이들의 수업과 예배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작년 말부터 전임교사로 섬기게 됐어요. 현재는 아동센터 안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러시아권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매일 만나는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노는 시간에도 저를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저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시키신 복음을 얘기했어요. 그렇게 계속 복음에 대해 나눴는데 나눌 때마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어요. ‘그게 복음이에요? 그게 크리스천이에요?”
–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나타났나요?
“고려인들은 자신의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해요. 생일을 위해 1년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생일 날 몇 백만 원 정도 쓰는 것이 당연한 문화에요. 그런 그들에게 생일 파티를 취소하고 그 돈을 아프리카 선교사님들에게 보내자고 했어요.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동의했어요. 아이들의 마음이 달라진 거죠.
그뿐 아니에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사진과 동영상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에요. 이것을 통해 아이들의 영적상태를 알 수 있죠. 이전에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노출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려놓거나 자신들이 갖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 글들을 올려놨어요. 그런데 이제는 성경말씀을 올리거나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글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 복음이 이 아이들을 변화시켰군요.
“교장선생님도 놀라셨어요. 변할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복음의 능력을 보게 되셨어요. 마음이 활짝 열리셔서 이제는 복음으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 주시겠다고 하세요. 복음은 정말 놀라워요.”
복음이 이주민 아이들을 변화시켜
–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아이들이 많은데요. 무슬림 사회에서 어렵게 기독교 신앙을 지켜오던 아이들이 한국에 오면 거의 대부분 무너져요. 한국에 와서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는 반면, 삶은 무너지는 거죠.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아이들이 부모님과 대화하기란 쉽지않아요. 피곤한 부모님을 위해 13~14세 아이들이 가사 일을 도맡아 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부모님보다 휴대폰과 24시간 지내게 되고 이곳에서 인생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받는 인정과 사랑 때문에 거의 중독 수준에 이르게 되요. 뿐만 아니라 양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져요. 그러다 거리로 내몰리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쉽게 죄를 짓게 되죠.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채워졌지만 정작 행복하진 않아요.”
–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이군요.
“이 아이들은 한국에 와서 자신들의 인생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한국이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는 쉽지 않죠. 또 어눌한 한글표현 등으로 한국 아이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니 자연히 이주민들끼리 어울리죠.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상대도 없는데, 무조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꼴이에요.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주님의 마음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느껴요.”
이주민의 마지막 피난처 ‘교회’
– 이주민들을 대할 때 우리에게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이주민들을 대할 때 도와주려고만 하면 어려워요. 교회는 한국 문화를 더 알려주기보다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그들을 섬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교회가 그들의 피난처가 될 수 없죠. 한번은 시리아 난민이 찾아왔어요. 무슬림이었죠. 이곳은 아이에게 오직 복음과 성경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렇게 해도 아이를 보낸다고 하더군요. 마지막 피난처인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절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이주민 다음세대 상황을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생각보다 심각해요. 저희는 아이가 찾아오면 제일 먼저 눈 밑을 보고, 옷을 벗어보라고 해요.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어요. 많은 아이들이 이런 상태예요. 그러니 아이들의 마음은 절망 그 자체에요. 그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도록 하고, 하나님 말씀을 전해요. 그리고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을 전하면 아이들은 스폰지처럼 받아들이죠. “하나님이 너를 이렇게 사랑하셨어. 이제 어떻게 살래?”라고 물으면 “아멘, 저도 예수님 믿고 살래요.”라며 주님을 영접해요.”
– 복음이 아이들을 살리고 있군요.
“네. 그 능력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은 중학생 또래 아이들이에요. 13~14세 되는 아이들이 벌써 낙태를 해야하는 일이 다반사예요. 서로를 의지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아이들에게 먹을 것, 심리치료 등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이죠. 십자가 복음이 이들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복음으로 살고 복음으로 섬길 사람들이 필요해요.”
– 대화를 끝내기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기도제목이 있으면 나눠주세요.
“이 곳에 있으면서 변화되는 아이들을 보는 기쁨이 너무 커요. 아이들과 저에게 오직 주님이 주인이 되시는 삶으로 회복하시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한국에 있는 다문화 아이들이 복음으로 회복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일어나 복의 통로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GNPNEWS]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