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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캔터베리 대주교의 사임을 보며 복음주의자들이 새겨야 하는 교훈

▲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사임 표명을 했다.유튜브채널 YTN 캡처

약 15년 ​​전, 나는 뉴욕 타임스에 실린 로마가톨릭 아동학대 추문에 대한 날카로운 추적 기사를 읽었다. 기자는 교회에게 책임을 묻는 세상으로 바뀌지 않았더라면, 그러니까 “대체로 민주적이고 세속적이며 자유주의적이고 다원적인 현대 세계”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 추문이 결코 드러나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기독교의 이상에 따르면 세상이 교회에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교회가 세상에 책임을 묻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글쎄요, 이건 로마가톨릭 이야기야, 이런 추잡한 일은 복음주의자들, 진정으로 말씀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2019년에 휴스턴 크로니클은 남침례교(SBC)의 성 학대 스캔들을 밝혀냈다. 이 신문의 보도와 압력이 없었다면, 47,000 교회로 구성된 SBC가 이 스캔들을 제대로 다뤘을 리가 없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책임을 묻기는커녕 세상은 한 번 더 교회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다만 이번에 잘못을 저지른 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복음주의자이다.

한편, 내가 사는 영국에서는 2017년 전국 TV 뉴스 보도를 시작으로 똑같은 과정이 진행 중이었다. 그 보도가 폭로한 스캔들은 이제 영국 성공회 역사상 최악의 학대 사례로 널리 알려진 상태이다. 추가 폭로가 이어졌고, 지난주에 결국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가 사임했다. 그는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이다. 세상이 교회를 향해 눈을 감고 방치했더라면 교회는 결코 스스로 그 스캔들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복음주의 진영과 연결된 학대
경고: 다음 내용은 신체적, 성적 학대 묘사를 담고 있음.

2017년 2월 2일, 채널 4 뉴스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유명 변호사였던 존 스마이스가 소년과 청년을 잔혹하게 구타했다고 보도했다.

스마이스가 피해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복음주의 여름 캠프 사역인 Varsity and Public School Camps에 관여하면서부터였다. 캠프 이름은 나중에 근처 동네인 유언 민스터(Iwerne Minster)의 이름을 따서 유언 홀리데이(Iwerne Holidays)로 바뀌었다. 스마이스는 또한 자기 집 근처에 있는 명문 기숙학교 윈체스터 칼리지에서도 피해자들을 그루밍했다. 이 학교의 기독교 단체가 유언 캠프와 관련이 있었고, 스마이스는 정기적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82년까지 스마이스가 학대한 16세 이상의 소년과 청년은 약 서른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여덟 명은 특히 잔혹하게 당했는데, 삼 년 동안 총 14,000번의 채찍질을 당했다. 그중에는 하루에 800번이나 지팡이로 맞은 피해자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구타로 신체적 피해를 입고 흉터가 생겼다. 심하게 피를 흘리고, 쿠션과 좌석에 피가 묻었으며, 피가 새지 않도록 성인용 기저귀와 붕대를 착용해야 했다”고 한다.

스마이스는 지팡이를 사용하여 피해자들을 구타했는데, 대개는 윈체스터 집 정원 창고에서였다. 구타가 시작되고 몇 년이 흐른 후에 그는 집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음 장치를 한 새로운 창고를 만들었다.

학대는 성적인 성격을 띠었다. 피해자들은 반쯤 또는 완전히 알몸이었고, 스마이스 자신도 구타를 가하는 동안 반쯤 또는 완전히 알몸 상태를 유지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이스는 구타 전후에 피해자를 끌어안고 목이나 등에 키스를 했다”고 한다.

다음 생존자들의 증언은 여러분이 차마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하지만, 그들의 고통을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서 인용한다.

나는 다리에 피가 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팡이로 엉덩이에 30~40번 정도 맞았고, 가끔은 지팡이가 엉덩이를 빗나가 허벅지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엉덩이에 피가 났고, 살갗이 빨갛게 벗겨졌는데도 그는 계속 때렸습니다. 때릴 때마다 매우 격렬했고,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습니다. 스마이스는 온 힘을 다해서 때렸습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때렸고, 매질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느낌이었습니다.

20~30번까지 맞고 엉덩이를 만지면 그때까지는 한 대 한 대가 남긴 자국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른 번 이상, 심지어 100대가 넘게 더 때렸습니다. 그러고 나면 퉁퉁 부어서 아무리 엉덩이를 만져도 개별 타격이 남긴 흔적은 아예 느낄 수 없었고, 그저 피투성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지요.

내가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은 다음 날, 스마이스는 이날 매질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더 특별하고 더 심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피해자 중 한 명이 400대까지 맞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200대에서 300대 정도를 때리려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나는 피해자 중에는 하루 종일 800대의 매를 맞은 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학대는 명백히 영적인 목적 하에 행해졌다. 히브리서 12:4을 왜곡하여 해석한 스마이스는 아이들의 죄에 대한 처벌로 매를 들었다. “여러분은 죄와 맞서서 싸우지만, 아직 피를 흘리기까지 대항한 일은 없습니다.”

은폐와 아프리카로의 도주

유언 캠프의 리더들이 1982년 스마이스의 학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구타의 범죄적 성격을 인정하는 자세한 문서를 작성했다. 그들은 그 즉시 스마이스를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취한 조치는 그로 하여금 조용히 나라를 떠나도록 한 것이었다.

스마이스와 가족은 1984년 짐바브웨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여름 캠프 사역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소년 학대를 시작했다. 가이드 니아추루라는 16세 소년은 1992년 스마이스의 캠프에 참석하는 동안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사망했다. 스마이스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검사의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함으로 사건이 중단되었다. 짐바브웨에 거주하는 동안 스마이스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약 85명의 소년과 청년을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스마이스는 2001년에 다시 이주했는데, 목적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2017년, 그가 여전히 남아프리카에 살던 당시에 채널 4 뉴스에서 그가 저지른 영국에서의 과거 학대 사실이 마침내 폭로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8개월이 흐른 2018년 8월, 75세의 스마이스는 심장마비 의심 증세로 사망했다. 당시에는 영국에서의 과거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스마이스가 이 땅에 사는 내내 자신의 범죄로 책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스틴 웰비의 관여

지난 목요일, 영국 국교회는 메이킨 보고서(보고서 책임자인 Keith Makin의 이름을 따서 명명) 보고서를 발표했다. 처음에만 해도 웰비 대주교는 사임을 거부했다. 하지만 닷새 후 보고서가 공개되고 대중의 분노가 고조되자 그는 결국 찰스 국왕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웰비는 젊은 시절에 유언 캠프에 참석했고 스마이스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메이킨에 따르면, 웰비는 1981년(웰비가 사제로 서임되기 전)에 스마이스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웰비는 몇 년 동안이나 스마이스와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았다. 그는 또한 스마이스가 아프리카 캠프 지원을 위해서 설립한 신탁에 돈을 기부하기까지 했다.

메이킨 보고서는 “저스틴 웰비가 2013년 8월경 캔터베리 대주교 자격으로 존 스마이스가 저지른 학대 혐의를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는 2012년부터 학대 생존자가 영국 성공회에 학대 사실을 알리려고 시도한 결과였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학대 사실을 공개한 건 맞지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부분에서는 부족했다. 마킨 보고서는 “2013년 7월부터… 존 스마이스를 영국 경찰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련 당국에 제대로 신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는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후로도 얼마든지 방지가 가능했던 위협이 계속되었을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채널 4가 2017년에 스마이스의 학대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한 후 웰비는 생존자들과의 대면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만남까지는 무려 4년이란 시간이 더 걸렸다. 2013년부터 2024년에 이르기까지 영국 성공회 “임원”(공식적인 교회 관련 직책을 맡은 사람) 중 그 누구도 스마이스 스캔들과 관련해서 징계를 받은 사람은 없다.

사임 성명에서 웰비는 “2013년과 2024년 사이 장기간에 걸쳐 또다시 발생한 학대 기간에 대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평판 대 의로움

로마가톨릭 아동 학대 스캔들을 접하던 과거의 내 태도를 돌이켜볼 때, 나는 당시에 엄청나게 순진했다. 유언 캠프에 연루된 사람들의 경우에서 확인하듯이, 아무리 제대로 성경을 믿는 복음주의자라고 해도 그들 역시 얼마든지 책임을 방조한 로마가톨릭 주교들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 사역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학대를 은폐할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여름 캠프 사역인 유언 홀리데이에 대해 잘 알기에 이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 연속으로 그 캠프에 참석했고,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삼 년 동안은 아예 직원으로 고용되어서 사역했다. 유언 캠프에서 선포된 복음은 The Gospel Coalition의 메시지와 동일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기도하고, 사랑하고, 즐거웠으며, 예수님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그 기간 내내 캠프의 수뇌부는 썩어 문드러진 비밀을 품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나를 비롯한 유언 캠프 신입생은 스마이스의 학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나마 학대에 관해 얼핏 들은 이야기는, 윈체스터 칼리지의 기독교 단체와 관련하여 “오래전에”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게 다였다. 하지만 내가 아는 유언 캠프의 최고위층, 그리고 매년 캠프를 찾는 존경받는 리더 중 일부는 시종일관 자신들이 괴물 같은 학대자가 법의 심판을 피하도록 방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에 사망한 캠프 리더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플레처는 스마이스의 학대를 은폐하는 데에 가장 큰 공적을 세웠다. 그의 사고방식은 보고서에 나와 있다. “이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하나님의 사역에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역”을 “성당”으로 단어 하나만 바꿔보자. 사제의 성적 학대를 은폐한 로마가톨릭 주교의 말과 하나 다를 바 없다.

우리 모두 데이비드 플레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1) 하나님은 얼마든지 자신의 사역을 보호하실 수 있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약속하셨다(마 16:18). (2) 은폐된 부정행위는 재빨리 드러난 부정행위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 우리는 불의를 통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그리스도인의 범죄적 학대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스마이스의 학대를 불의하게 은폐한 결과 중 하나는 열여섯 살 가이드 니아추루의 죽음이다. 스마이스가 영국에서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았더라면, 가이드가 짐바브웨에서 스미스 캠프에 참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땅에서 명예를 잃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무서울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백성에게 그의 영광을 위해 살라고 부르신다.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은 우리 조직의 명성이 아니라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로움을 추구할 때에만 가능하다. [복음기도신문]

출처: What Justin Welby’s Resignation Can Teach Evangelicals

버나드 하워드 Bernard Howard | 버나드 하워드는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이다. 최근 아내와 함께 유대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맨하탄의 Upper West Side에 Good Shepherd Anglican Church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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