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의 선거를 통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미국 사회의 변화는 물론새로운 세계 질서와 한미관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반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 한미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한국을 방문, 국회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그의 연설을 분석, 조망한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꼭 7년 전인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회에서 놀라운 연설을 했다. 한반도 체제 전쟁의 본질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한 진단과 북한 정권에 대한 단호한 자유세계의 입장을 밝히는 명연설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한미 양국 앞에 놓인 위대한 자유수호의 소명을 다짐하게 했다. 물론 이후 문재인 정권의 집요한 친북적 회유에 의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해 유화적 입장으로 선회하며 김정은을 세 차례나 만나는 헛걸음을 치게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재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특히 대한민국의 현 정권이 지난 ‘8·15 통일 독트린’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실패한 통일담론 대신 새로운 관점의 통일 방향을 설정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의 2017년 국회 연설을 재조명할 필요가 생겼다. 그가 2017년 국회 연설에서 밝힌 대북 입장이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 독트린과 맞물릴 때 강력한 자유통일의 추진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연설 전문을 찾아 꼭 읽어보기를 권면한다. 여기서는 지면상 극히 일부만 발췌하여 소개한다.
“한강의 기적이 멈춰 선 곳”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에서 연설을 시작하며먼저 참혹한 한국 전쟁에서의 양국 군인의 희생 이후 위대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칭송했다.
“한미 양국 간의 동맹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단련되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습니다. 인천상륙작전부터 폭찹힐(Pork Chop Hill) 전투(1953년 3월 23일부터 7월 11일까지 미군 7사단과 중국인민지원군 67사단이 경기도 연천군 천덕산 주변에서 벌인 고지전이다. 1959년에 MGM에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루이스 마일스톤이 감독하여 영화로 출시되었으며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았다. 당시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못했다.)까지, 미국과 한국의 장병들은함께 싸우고, 함께 희생했으며, 함께 승리했습니다. … 전 세계가 목도했듯이, 다음 두 세대에 걸쳐서 한반도 남쪽에서는 기적과 같은 일이 펼쳐졌습니다. 가정마다, 도시마다,한국 사람들은 이 나라를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 한 사람의 일평생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한국은 완전히 파괴된 나라에서 세상에서가장 부강한 나라 반열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군이 북진을 멈춘 것에 대해 반성하는 듯한 표현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기적은, 정확히 1953년 자유로운 국가들의 군대가 전진한 지점까지만 미쳐있습니다. 즉 우리로부터 24마일(38.62㎞) 북쪽 지점에서, 그 기적은 끝이 납니다. 거기에서 한국의 기적은 모두 끝나고 완전히 멈춰버렸습니다. 거기에서 번영은 끝나고 슬프게도 북한이라는 감옥 국가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아쉬움이 담긴 듯한 표현을 한 것은 트루먼이 맥아더의 공세를 멈춘 것에 대한 반성과 다시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독교의 본거지였던 북한”
이어서 트럼프는 북한 정권의 심각한 자국민인권침해와 끔찍한 생활상을 조명하는데, 그중 “할머니의 ‘죄’ 때문에 9세에 수용소에 끌려들어가 10년 동안 수용소 생활을 한 실제 사례”를 언급한다. 바로 탈북자 강철환 씨의 이야기다. 그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료들이 탈북자들의 증언을 귀담아듣고 대북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앞서 ‘감옥 국가’라는 표현도 탈북자들이 북한을 말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이 외에도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북한의 인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더욱 놀라운 대목은, ‘북한 지역이 한국 전쟁 전에는 기독교의 본거지’였다고 밝히는 내용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는 국민들이 살고 번영할 자유와 ‘예배할 자유’가 있음을 강조한다.
“(6·25) 전쟁 전 기독교의 근거지였던 북한의 어느 지역에서는, 기독교인들과 기도를 하다가 적발되거나 어떤 종류든 종교 서적을 갖고 있었던 신앙인들이 감금당하고, 고문받고, 많은 경우 처형당했습니다. … 한반도에서 우리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이뤄진 끔찍한 실험의 결과를 봅니다. 한민족, 그러나 두 개의 코리아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 북한은 이단적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나라입니다. 이 군사적 이단 종교집단의 핵심에는 지도자가 부모 같은 보호자로서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된 한민족을 통치할 운명을타고났다는 비정상적인 신념이 있습니다. … [반면] 이 도시(서울)와 이 국회는 자유롭고 독립된 한국이 세계의 여러나라 가운데 강하고, 자주적이며, 자랑스럽게 설 수 있다는것을 입증하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이처럼 국가의 힘은 폭군의 거짓된 영광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강하고 훌륭한 사람들,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살며 번영하고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진실하고 강력한 영광에서 비롯됩니다.”
두 코리아의 본질적 차이는 종교적 차이에 있다는 영적 통찰력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사람에게 지은 죄 뿐아니라 하나님 앞에 지은 죄가 있음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의 ‘형제자매들’에게도 ‘하나님이 의도하신 최상의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되는 날이 곧 올 것을 소망한다고 말한다.
“[김정은]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 저지른 죄에도 불구하고우리는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을 제안할 준비가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의 도발 종료, 탄도 미사일개발 중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총체적인 비핵화와 함께 시작됩니다. …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에 있는 여러분의 형제자매들도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최상의 풍성한삶을 누리게 되길 희망합니다.”
연설의 대상이 미국 국민도 아닌 타국 국민인데 이처럼 기독교 세계관적 내용이 풍부한 연설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타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러한 내용은 보통 찾기 어렵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바탕이 기본적으로 신앙적 관점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정권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대한민국이 더 많은 성공을 이룰수록, 김정은 정권의 핵심에 있는 어두운 환상은 더욱 결정적으로 훼손됩니다. 이런 식으로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바로 북한 독재 정권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는 것입니다. … 여러분은 ‘한강의 기적’을 … 자유롭게, 행복하게, 여러분만의 매우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뤄냈습니다. 바로 그 현실과 이 아름다운나라, 즉 여러분의 성공이 북한 정권에게는 극심한 공포의원인인 것입니다.”
여기서 트럼프는 북한의 핵 개발 원인이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 바로 남한의 자유와 번영과 성공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현 체제의 남과 북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지배와 한국민 전체의 노예화’라는 것을 확실히 밝혔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은 이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지난 7년 동안 한미 양국 대통령을 수차례 만나면서도 결국 핵무기를 완성하고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는 오늘날의 북한을 두고 보면 이는 정확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북한 정권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핵) 협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갖고 핵무기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 목표는 우리가 허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도록 우리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 전역은 그 (핵무기라는) 주술 아래 반으로 분단돼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에서 추진되는 일들이 계속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 북한 정권은 미국이 그동안 보인 자제력을 미국의 유약함으로 잘못 판단했습니다. 이것은 치명적 오판이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트럼프는 문재인 정권과 서훈 전 국정원장·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의 거짓말에 속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결국 그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던 과거 미국 정부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재집권한다면 과거의 뼈아픈 실수를 교훈 삼아 다시 북한을 오판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회 연설을 통해 보여주었던 남북한 대립의 영적 본질을 다시 통찰하고, 강력한 결의와 다짐으로 북한 인권을 지적하며 강한 힘에 의한 평화를 수호할 것을 기대한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국회 연설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현 대한민국 정부가 보조를 맞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외침은 오늘날 우리와 자기 자신에게 던져도 매우 유효한 메시지다. 부디 양국의 정치인들이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
“우리는 공동의 안보, 우리가 공유한 번영, 우리의 신성한 자유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가 이 한반도에 선을 그으려고 선택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땅에 그 선은 그어졌고 오늘날까지 남아있습니다. 이 선은 평화와 전쟁, 품위와 악행, 법과 압제, 희망과 완전한 절망을 나누는 선입니다. 이 선은 역사 속 수많은 곳에서 수없이 그어진 바 있습니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은 자유로운 국가들이 항상 해야만 했던 선택입니다. 우리는 유약함의 비싼 대가와 ‘문명의 선’을 방어하는 것의 숭고한 중요성을 함께 배웠습니다. …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받거나 공격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 도시들이 파괴의 협박을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고 생명을 바쳐 지켜낸 이 땅에서 사상 최악의 잔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 우리는 함께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안전한 한반도, 재결합된 가족을 꿈꿉니다. 우리는 남과 북을 잇는 고속도로와 서로 포옹하는 친척들을 꿈꾸며, 핵의 악몽이 아름다운 평화의 약속으로 바뀌기를 꿈꿉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강하고 기민하게 버틸 것입니다. 우리의 눈은 북쪽에 고정되고, 우리의 가슴은 모든 한민족이 자유 속에 사는 날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 하나님의 축복이 여러분에게 있기를, 하나님의 축복이 한국인들에게 있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복음기도신문]
조평세 | 1776연구소 대표
영국 런던 킹스컬리지(KCL)에서 종교학(BA)과 전쟁학(MA)을,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Ph. D.)을 공부했다. 현재 1776연구소 대표와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빌드업코리아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영미 보수주의를 한국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역서로 <레이건일레븐(2020)>, <예수는 사회주의자였을까(2021)>, <사회정의는 성경적 정의인가(2022)>,<모든 사회의 기초는 보수다(2023)>, <웨인 그루뎀의 성경과 정치(2024)가 있다.
기독교 세계관 전문지 월드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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