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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칼럼] 이런 오리지날 스크립트를 아시나요?

▲ 영화 ‘사도 바울’의 한 장면. 유튜브 CBSJOY 캡처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과 인력이 필요하다. 대본, 촬영, 연기, 편집, 음향, 음악, 감독, 연기자, 촬영팀, 편집팀, 그밖의 수많은 지원파트 등 대충 생각나는대로 나열해도 이 정도다. 이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대본이 아닐까 싶다. 영화계에서 회자되는 명언이 있다.

“좋은 대본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또 많은 경우 아쉬운 영화들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불량한 대본으로는 결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대본은 이처럼 중요하다. 그렇기에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히 제작자들과 감독들은 좋은 대본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래서 이들은 좋은 책이나 흥미로운 기사가 나오면 그것의 판권을 구하려고 엄청난 시간과 물질을 투자한다. 그러나 원작이 소설이나 흥미로운 기사라고 해도 그 원작 또한 아쉬운 요소가 있으면 좋은 대본으로 탈바꿈할 수가 없다.

또한 영화라는 영역이 갖는 한계점도 있다. 대부분의 영화는 2시간 이내에 이야기를 종결지어야 한다. 그러기에 장편소설은 영화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장편소설을 여러 영화로 나누어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첫 영화가 실패하면 소설의 첫 부분만 사용되고 끝낼 수 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기에 가장 좋은 소재는 단편 소설이나 짧은 신문기사이다.

영화는 시간과 영상의 제한 요소로 인해 글로 표현되는 원작을 뛰어넘기가 사실 무척 어렵다. 소설은 한 사람의 내적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하지만 보이는 매체인 영화는 보이는 행동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연극이 대사로 줄거리를 이어간다면 영화는 행동으로 줄거리를 이어간다.

영화에 대한 정의를 담고 있는 한 장면이다.

서구 어느 나라에서 노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때 남편은 모자를 쓰고 있다. 서양의 전통에 따르면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는 것이 일반 관례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 주는 행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모자를 벗으라고 계속 손짓을 한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를 무시하며 계속해서 모자를 쓰고 있다. 한두 사람들이 탔지만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모자를 쓰고 있다. 아내는 남편이 못마땅한 듯 쳐다보다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다. 그 즈음 문이 열리고 젊고 아름다운 숙녀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남편은 그제서야 이 여성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슬그머니 모자를 벗는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못 마땅한 듯 쳐다본다.

이것이 영화다. 우리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잘못된 내심을 볼 수 있다.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삶으로 내면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영상 매체인 영화가 한 사람의 내면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끌어가는 소설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가령 이상의 “날개” 같은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는 너무 힘들다. 필자도 주님을 만나기 전 그의 소설에 심취해, 그 소설을 단편영화로 만들어 볼 생각을 갖기도 했다.

이미 출간된 소설이나 논픽션 스토리에 의존하지 않고 영화를 목적으로 처음부터 창작되는 대본을 오리지널 스크립트(original script)라고 한다. 스크립트는 대본을 의미한다. 이들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이 대본은 이야기가 소설이나 논픽션 이야기처럼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오리지널 대본들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각색되고 수정되면서, 원래 작가가 의도했던 이야기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 방식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르는 선택인 셈이다.

대본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요즈음 좋은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그 이유를 좋은 대본의 부재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영화를 볼 시간과 기회가 없지만 가끔 영화를 보려고 해도 좋은 영화를 찾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크리스천 영화들도 좋은 스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떤 크리스천 영화들은 메시지를 무리하게 우리의 머리 속으로 밀어넣는 것 같다. 예전에 한 유명한 영화제작자의 이런 얘기가 생각난다.

“영화에 메시지를 밀어 넣지 마세요. 메시지를 보내려면 영화를 만들지 말고 우체국에서 전보를 치세요.” 그런데 사실 이 주장도 일부는 맞지만 모두 옳은 주장은 아니다. 모든 영화는 사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다만 그 메시지를 좋은 스토리텔링으로 엮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관객의 머리 속에 밀어 넣을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좋은 스토리 없이 메시지를 밀어넣으면 사람들은 반발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부터 좋은 영화를 찾기를 거의 포기했다. 크리스천 영화들을 보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 없이, 메시지만 밀어 넣는 것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도 바울”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 영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면서도 그 말씀들을 바울과 누가의 실제 삶을 통해서 이야기로 풀어 나갔다. “사도바울”은 좋은 대본의 부재를 겪고 있는 영화계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많은 영화들의 경우, 첫 부분은 강력한데 결말이 약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멀리서 오시는 그분. 자세히 모습이 안보이지만 우리는 그분이 누구신지를 안다. 그리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때 영화는 끝난다. 그 여운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미 좋은 영화를 만들기에 무궁무진한 소재를 갖고 있다. 온 우주만물의 창조와 회복, 그리고 종말과 영원한 나라에 관한 비밀, 그리고 수많은 등장인물을 갖고 있는 오리지날 스크립트, 바로 성경이다. 더욱이 이 성경은 모두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이 소재들은 몇 천 년을 거쳐서 검증되고 확증됐다. 무엇보다도 이 소재의 저자는 부족하고 편협한 인간이 아닌 전능하시고 완벽한 하나님이시다. [복음기도신문]

바나바 C | 한때 영화를 좋아하며 공부했으나 지금은 다음세대를 믿음의 용사로 세우는 교육선교사로 순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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