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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아버지를 둔 러시아 소녀, 중동 위해 탄식하며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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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마친 현지인들 “진정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백

2011년, 새해 벽두부터 찾아온 신대원 불합격 소식은 나를 절망으로 몰아갔다. 주님이면 충분하다고 수없이 고백을 했건만 여전히 힘든 상황과 조건에 흔들리는 나를 주님은 의외의 장소로 이끄셨다. 바로 동토의 땅, 러시아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였기에 겨울에는 특히 가고 싶지 않은 나라였지만, 이때에 분명히 하실 말씀이 있으리란 믿음으로 순종의 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짧은 준비기간과 잘 알지 못하는 팀원들 간의 서먹함, 그리고 해외 순회기도팀의 분명한 사역과 목적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런 중에 주님은 ‘마 22:37-40 하나님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과 ‘예수님의 마음’이라는 팀 이름을 주시며 점점 그분의 계획을 드러내셨다. 마침내 호세아서 말씀기도로 분명한 뜻을 보여주셨다. 그것은 ‘사랑할 수 없는 자에게 가서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순회기도팀으로, 그것도 해외 순회기도팀으로 가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을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말씀과 사명 가운데 모든 일정은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것임을 주님은 확인시켜 주셨다.
그러다 한 지체가 갑자기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일로 인해 팀 안에 주님을 향해 전심이 아니었던 마음들을 드러내고 돌이키게 하셨다. 또 러시아 공항에서 화를 내며 벌금을 물게 한 러시아 직원을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하셨다.
또한 매번 말씀기도의 자리에서 팀원 각자의 연약함을 샅샅이 드러내시며 깨뜨리시는 시간을 통해 결코 사랑할 수도, 기도할 수도 없는 우리의 실존을 보게 하셨다. 그분의 어마어마한 영광을 기대하고 왔건만 이런 부끄러운 모습 드러내시려고 이 먼 곳까지 보내셨나 하는 약간의 원망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 상관없이 주님은 계속해서 그분의 일을 이루어가셨다.
마침내 느헤미야 52기도가 시작되었고 우리의 놀라움도 시작되었다. 시작하는 주일 0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열방을 위한 기도제목으로 기도하는 것을 어색해했지만 금세 그들은 열방의 소식을 자신의 기도로 여기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니, 실제로 그들의 기도였다. 무슬림 아버지를 둔 한 소녀는 중동을 향한 기도를 하며 탄식했고, 나이지리아에서 온 흑인 의사는 아프리카를 위해 기도하며 더욱 복음의 열정을 키웠다. 러시아의 할머니들은 모든 기도의 내용을 받아 적으시며 마음을 다해 기도하셨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고 얼굴도 달랐지만 주님 안에서 우린 이미 하나였고 이미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기도가 끝났을 때 그들은 진정한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임을 고백했고 멀리까지 와준 우리의 노고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우리 역시 부족한 자를 통해 드러내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에 함께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결론은 역시 사랑이었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 땅에서 그들과 기도하게 하신 이유가 다른 것이 아닌 당신의 이 변치 않는 사랑을 보이시기 위함이었다.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전부로 주신 십자가 사랑으로 우리의 존재를 바꾸시고 이제는 상관없는 땅으로 보내시더니 그곳에서 또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셨다. 그리고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통해 당신의 사랑으로 기도하게 하시더니 우리로 사랑을 알게 하시고 사랑하게 하신다. 또한 그들도 우리처럼 그 사랑을 경험하였고 그들
역시 이제는 사랑 없는 곳에서 기도하며 사랑할 것이다. 결국 그 사랑이 멈추지 않는 한 하나님 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그 통로는 그분의 말씀에 믿음으로 반응하는 기도였고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십자가였다.
우리는 17일간의 영원 가운데 정지한 것 같은 그 공간에서 그 사랑에 흠뻑 젖었다. 우리의 순종은 작은 걸음이었지만 주님은 우리의 모든 기대를 뛰어넘어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셨다. 전부 주님이 하셨고 우리는 그저 지켜보았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저 그 사랑이면 충분한 것을. 우리의 남은 삶은 그 사랑에 계속 믿음으로 반응하는 삶인 것을. 주님,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박요섭 형제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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