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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예상치 않은 선교적 만남

오영철 제공

소수민족 카렌족이 버마족을 전도하다

오늘은 태국 카렌 교회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태국 카렌족이 버마족을 전도한 날이기 때문이다. 버마 카렌족은 버마족 전도를 했지만, 태국 카렌족은 1881년 처음 예수를 믿은 후 아마도 처음 이런 일이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 만남의 장소와 시간도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10월 26일 아침 9시 치앙마이 기독교 병원인 맥코믹 병원에서 카렌 신학생 두 명이 전도를 시작했다. 병원이라는 장소에 온 사람들은 본인이나 지인이 육체적으로 연약한 상태에 오는 곳이어서 마음이 많이 열려 있다. 대기석에서 기다리면서 적당한 대상을 위하여 탐색 중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안과에 기다리던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남루한 옷차림인데, 짙은 선글라스를 써서 눈에 들어왔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난 뒤 어떻게 왔는지 그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는 작업 중 눈에 작은 쇳조각이 들어가서 심각한 통증으로 며칠째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통증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아픔에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태국어 발음이 온전하지 못하여 소수 부족인가 싶어 어디에서 왔는지 질문했다.

“저는 민트 아웅(Myint Aung)이라고 하고 미얀마에서 온 버마 사람입니다.”

그는 버마족이었다. 태국에 온 지 10년이 된 합법적인 버마 이주 노동자였다. 그의 삶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곳에 와서 두 아이를 낳았고, 일용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삶이 만만치 않아도 미얀마보다 좋은 여건이어서 온 것이다.

“저도 한국에서 온 외국인입니다.”

국가는 다르지만 태국에 온 소수 외국인 신분이라는 서로의 공통점을 나누었다. 처음 만나지만 이런 면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선교사로서 나의 신분을 밝히고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다음 단계는 전도 실습을 온 신학생 ‘따치’에게 부탁하였다.

‘따치’는 복음 팔찌를 사용하여 복음을 설명했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반응이 좋았다. 민트 아웅은 눈이 아픈 가운데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생각하면 참 묘한 일이다. 같이 참여한 세 사람이 사용하는 태국어는 세 사람의 모국어가 아니다. 민트 아웅(Myint Aung)은 버마어가 모국어이고, 따치는 카렌어가 모국어이며,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이다. 같이 만난 장소인 치앙마이도 이전에 모두에게 관련이 없었던 장소이다. 세 사람의 고향과 자라온 지역을 보면 알 수 있다. 민트 아웅의 고향은 미얀마의 ‘따웅지(Taunggyi)’이고, 따치는 태국 서부 국경의 깊은 산골 카렌 마을 매홍손의 매사리앙이고, 나는 한국의 제주도이다. 상호간 연결점이 없다.

그런데 인생의 깊은 이야기를 모두에게 모국어가 아닌 태국어로 나눈다. 삶과 죽음, 영원한 생명, 십자가로 인한 구원 사건이다. 아직 태국어를 어눌하게 하는 민트 아웅이 얼마나 이런 복음 나눔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그에게 복음 팔찌를 설명하라고 부탁하였을 때 완전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만남의 의미는 특별하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환경이 이전에 불가능하였던 만남을 이어준다. 태국 치앙마이에 돈을 벌기 위해 이주한 버마 노동자를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한다.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필연적인 만남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가족이 사는 곳도 지난 10월 초순 치앙마이 대홍수의 피해 지역임을 알 수 있었다. 집주인이 도와주면 일부라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집주인은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 스스로 복구를 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그 가족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겸해서 그의 집을 방문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허락했다. 우리도 지체하지 않고 그의 집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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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제공

그가 렌트로 살아가는 집은 단순한 구조로서 긴 거실과 끝부분에 화장실이 하나 있었다. 처음 만나지만 그녀의 부인과 두 딸이 반갑게 맞아준다. 태국에서 태어난 두 딸은 태국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딸들은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버마어, 태국어, 타이야이어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그가 사는 지역이 대부분 미얀마에서 온 타이야이(Shan) 공동체이므로 자연스럽게 타이야이어를 하고, 집에서는 버마어, 학교에서는 태국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격려를 하며 다시 올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가정을 위하여 기도하고 돌아왔다.

태국 소수 카렌족의 미얀마 주 종족 버마족 선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태국의 카렌교회가 버마인을 위한 선교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태국 카렌족이 버마를 위한 선교 도전을 받은 적도 없다. 버마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나 교회가 선교비를 주면서 부탁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카렌족은 소수이고 미얀마에서 주민족인 버마족과 충돌 및 긴장관계에 있다. ‘따치’가 전도한 후 미얀마 카렌이 알면 그들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미얀마 출신 카렌이고 버마와의 전쟁을 경험하였기에 버마족에 대한 민족적 분노가 남아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태국 치앙마이의 한 병원에서 연결점이 안 보이는 선교적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런 만남을 가능하게 한 연출자를 생각한다. 인류를 사랑하시어 독생자를 선교사로 파송하신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선교적 만남은 때론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 이루어진다. 이런 만남이 처음이 아님을 선교역사는 가르쳐 준다. 지금부터 2천 년전 하나님은 빌립에게 하나님은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내시를 만나게 하셨다. 그 사건을 통하여 에티오피아에 복음 역사가 구체화되었다. 빌립과 에티오피아 내시의 만남을 주관하신 하나님이 오늘 우리들의 만남을 주관하셨다.

오늘도 일하시는 하나님은 하나님의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선교적 만남을 이끄셨다. 민족이나 국가, 언어나 사회적 배경에서 전혀 관련이 없었던 세 사람을 만나게 하신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태국에서 주변부이고 소수민족이라는 점이다. 한편 이 만남은 태국 카렌 교회 선교역사의 새 영역이라는 점에서 창조적 선교의 장이다.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선교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모든 민족이 하나님을 알기를 원하시며 그 방법과 장소는 나의 생각과 관점을 넘어선다. 그것을 위한 선교적 만남은 오묘하다. 그 ‘선교적 만남’의 자리에 참여하여 지켜보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선교사로서 큰 축복이다. 하나님의 선교가 얼마나 크고 다양한지를 다시 확인해 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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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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