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김수길 칼럼] 천년의 전통을 지켜 온 동방 정교회의 성지 아토스 산

김수길 제공

그리스 이야기 (5)

그리스 지중해의 북동쪽에서, 쪽빛 에게 바다를 날아 올라가면 마치 엄지와 약지를 구부리고 가운데 세 손가락을 펼친 것 같은, 세 개의 곶으로 이루어진 할키디키 반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 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의 하나로서 굵직한 부호들의 별장이 있고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유럽과 러시아의 부자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불타는 남국의 태양을 즐긴다.

이 할키디키 반도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만은 아니다. 반도의 곶 중 가장 터키 쪽에서 가까운 셋째 번 곶에 성모 마리아의 정원, 천년을 지키어 온 금녀의 땅 등 그의 명성에 걸맞게 많은 별명을 영예로운 훈장처럼 달고 있는 아토스성지가 있기 때문이다. 길이 40km 폭 8-12km 전체 면적 385 km의 그리 크지도 않는 그리스의 유일한 자치주인 아토스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지이다. 뿐만 아니라 정교회 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영성신학의 산실인 수도원 운동의 중심지이다. 아토스는 그냥 아토스가 아니라 아기온 오로스 아토스라고 부르고 있다 (거룩한 산 아토스)이다.

“아기온 오로스 아토스“라는 말이 처음 사용하게 된 배경은 기원전 492년 페르시아의 다리오가 많은 군대를 보내어 그리스를 정벌하러 왔다. 현재 그리스 북부 지역인 뜨라끼 지역과 마케도니아 지역을 유린한 후 부대를 남부 지역으로 이동할 때 아토스 곶에서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쳐 300척의 적의 군선이 침몰되고 2만 명의 병정들이 죽었다. 결국 페르시아군은 철수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그리스인들에게 아토스는 자연스럽게 신성시 되어져 왔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아니라도 검푸른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날카로운 바위산을 바라다보면 누구나 신비로움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틴 제국 시절에 들어와서는 이곳에서 수도하는 수도사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르메니아 출신 장군으로 황제를 살해하고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된 요한네스 치미스케스(Ιωάννης Α ́ Κουρκούας Τσιμισκής)의해 972년 아기온 오로스에 관한 트라고스(TRAGOS)라는 법령이 재정된다. 그 뒤 1060년 콘스탄티누스10세(Κωνσταντίνος Ι ́ Δούκας)의 모노마노스의 칙령에 의하여 시작되어 지금까지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 출입금지의 전통은 오늘날에 와서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데 그리스가 속한 유럽연합 국회에서 종종 성차별 위반으로 이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 될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천년을 이어 온 전통은 종교적인 문제만 아니라 국민적 자부심의 한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에, 아토스의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greece 241028 2
김수길 제공

그리스인 남성이라면 한번은 다녀와야 하는 아토스로 가는 길은 험하고 어려운 길이다.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사실 외국인이 아토스에 가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거주 비자가 없는 관광객은 먼저 대사관에서 추천서를 받은 다음 데살로니키에 있는 아토스 자치주 사무실에서 허가비자를 받아야 한다. 데살로니키에서 3시간 이상 달려가면 하늘의 도시라는 우라노뽈리(Ouranopoli)에 도착케 된다. 이 작은 마을을 기점으로 더 이상 여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 길이 없고 산이 험하여 교통수단은 오직 배를 이용하여 아토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에 한번 운행하는 정기 여객선은 언제나 순례를 하는 남자들로 만원을 이룬다.

우라노뽈리를 출발한 배는 중간 중간에 수도원들을 들러서 아토스에서 제일 큰 항구인 다프니에 도착케 된다. 다프니는 작은 부둣가에 지나지 않지만 자치주의 출구답게 세관과 우체국 경찰서 등이 있다. 항만의 모습은 여느 부두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아무리 보아도 여자가 보이지 않아 아토스 성지에 온 것을 실감케 된다.

다프니에서 아토스의 수도인 카리에까지는 낡은 버스로 몇 구비 큰 고개를 넘어가면 시골 장터와 같은 작은 광장에 도착한다. 아담한 아토스 성청은 그리스 정교회 뿐만 아니라 러시아 수도원(판텔레이몬스) 불가리아 수도원(조그라프) 세르비아 수도원(할리안다)등과 보물 아토스 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맥스티 라브라스 수도원등 20여 개의 큰 수도원을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키테라고 불리우는 작은 수도원들 외에도 깊은 골짜기에 방을 만들어 두 세 사람씩 수도를 하는 사람들까지도 총괄 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수도원에는 수세기 전에 그려진 각기 다른 벽화 그림들과 귀중한 유물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수도원들이 절벽이 아니면 가파른 산비탈에 세워지고 그것도 모자라 높은 담으로 둘러진 모습은 마치 요새를 방불케 한다.

수도원 규율에 따라 정교회 성도만 기도회 참석케 하고 다른 교파는 참석치 못하는 수도원이 있는가 하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도사들과 똑같이 깨어서 기도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일하는 수도원도 있다.

하루에 두 번 하는 식사시간을 제때에 도착하여 얻어먹는 날이면 저절로 감사가 나온다. 그리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정갈한 음식들이 지불한 체류 비자비에 비해 과분할 정도이다.

아토스는 비잔틴 문화의 계승과 아이콘, 프레스코화의 전통을 이어가며 정교회 영성 운동의 산실답게 많은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그리고 묵은 역사만큼이나 찾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곳이다.

5일간 순례를 마치고 선상에서 바라보는 2033미터의 거대한 아토스의 영봉이 구름에 가리어져 눈에서 멀어 질 때면 그곳에서 짧은 생활이 여름밤의 꿈같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아무나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기 때문일까? 저녁 노을에 비치는 아토스 성지는 더욱더 신비하고 성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곳을 생각할 때마다 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다시금… [복음기도신문]

kimsookil

김수길 선교사 | 총신 신학대학원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GMS 선교사로 27년간 그리스에서 사역하고 있다.

[관련기사]
[김수길 칼럼] 사도 바울의 고난의 흔적이 서려 있는 도시, 데살로니카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문의: 

Print Friendly, PDF & Email

관련 기사

20241203_Business man
[GTK 칼럼] 그리스도인의 직장생활 (2)
20240213 Seoul library
[정성구 칼럼] 그 거짓말이 표현의 자유?
re_Happiness
[TGC 칼럼] 천국의 웃음
Nicopolis-241201-1
[김수길 칼럼] 바울이 겨울을 보내기를 원했던 니꼬볼리(악티움, 프레베자)를 가다

최신기사

尹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종북 세력 척결·헌정질서 지키겠다"
[기도24.365] 한국.북한.다음세대를 위한 기도(12.3)
[GTK 칼럼] 그리스도인의 직장생활 (2)
시리아 알레포, 이슬람 무장단체 장악하며 기독교인 위험 직면
이란서 체포된 기독교인 3명, 신체적·심리적 고문당해
[정성구 칼럼] 그 거짓말이 표현의 자유?
"낙태가 죄악인지 몰랐어요... SUFL 통해 낙태의 위험성 알게됐어요"
Search

실시간최신기사

20230809 Korea Yongsan
尹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종북 세력 척결·헌정질서 지키겠다"
20241203_great
[기도24.365] 한국.북한.다음세대를 위한 기도(12.3)
20241203_Business man
[GTK 칼럼] 그리스도인의 직장생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