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에 떠오른 태양은 새로운 태양이 아니라 어제 서산으로 졌던 것이 다시 떠오른 것입니다. 새해의 새 집, 새 결심, 새 표어가 사람을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새해을 새해 되게 함을 믿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복 많이 받으라!” 하며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복이 무엇인지 조차도 모르고 세상적인 복을 빌었던 부끄러웠던 지난날들을 생각해 봅니다.
다메섹에서 하늘의 빛을 받고 새롭게 눈을 뜨게 된 사울! 그 사건 이후 사울에게서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결코 이전처럼 살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십자가 복음을 만나기 이전에 나는 소경이었습니다. 귀머거리였습니다. 여전히 다른 복음을 전하면서도 이것이 얼마나 성경적으로 빗나간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잘못된 것인지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몰랐습니다. 우왕좌왕 헤매는 광야 목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삶을 그렇게 끌고 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목회 30년 아니 내 일생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사건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몇년 전 ‘십자가 복음을 만난 사건’입니다. 솔직히 십자가 사건을 만났을 때 ‘이제야 살았구나! 이제 교회가 교회되고, 신앙생활이 제대로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십자가 복음을 전했는데 분위기가 너무도 썰렁했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너무 힘들다 우리보고 그렇게 살으라는 거야! 뭐야!’ 하면서 교회가 술렁거렸습니다. 급기야 그동안 함께 신앙의 길을 걸어왔던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매 주일마다 교인 수는 현저히 줄어갔습니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가는 교회 문 닫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갈등이나 다른 어떤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받은 복음인데 어떻게 받은 진리인데! 오직 생명으로 받은 복음의 길을 가는 것 밖에 내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서 한 사람의 순종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말씀을 받고 ‘열방기도센터’를 세우게 됐습니다. 다 부서진 교회 속에서 한 치 오차도 없이 주님의 열심으로 열방의 구원을 향하여 진군하게 하셨습니다.
십자가 복음이 실제 되게 하신 이후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현상과 관계없이 살아계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서 일하셨습니다. 두 다리 꺾으시고 두 날개 부러뜨리고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게 하시고 주님이 주신 마음 만큼만 가도록 허락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님 지시가 목회 계획이고 주님 주시는 만큼이 우리 교회 수입입니다. 목회 계획, 교회 수입지출 내역이 없어서 결코 혼란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주님이 기대 되는 목회였습니다.
한 사례로 그 동안 일 년 목회 농사라고 하는 당회(공동의회)를 치르는데 머리를 많이 굴려야 했습니다. 누구를 어디에다 세우고 누구를 어느 자리로 옮겨야 하는지… 한달간 고민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정해 놓고도 늘 후회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엎드려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당회를 위해 중직들을 모으고 주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기로 하고 모두 엎드렸습니다. 한 달간 씨름해도 어려웠던 일을 단 3시간 만에 그것도 어느 해 보다도 훌륭하게 끝나게 하셨습니다. 중직자들을 모두 내어 보낸 후에 저 혼자 목회자실에 엎드려 펑펑 울었습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떠나소서!’ 갈릴리 바다에서 말씀에 의지하여 고기를 잡고 고백한 베드로의 고백을 하도록 하셨습니다. 올해 눈에 보이는 그런 부흥이라든가 성장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정말 주님의 교회답게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세워가셨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업적이나 공력이 아닌 주님이 하셔야 하는 주님 수준의 일들이었습니다
주님이 이런 고백을 하게 하셨습니다. “만약 누가 다이아몬드로 100층짜리 교회를 짓고 나를 그곳에 보내는데 조건으로 너 열방기도센터 접어라! 여기에 0.0001%도 동의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하게 하셨습니다. 하늘의 비전에 잡혀 나아가는 생명이 어디에 OK를 날려야 할지 분명하게 결단하게 하시는 주님을 찬양 합니다.
2011년을 맞으면서 전교인 말씀기도수련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한번도 해보지 않고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주님 명령에 특별한 준비도 없이 무조건 순종으로 엎드렸습니다. 결과는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부흥회, 사경회, 수련회를 수도 없이 했지만 이번처럼 주님이
친히 강사가 되시고 한 사람 한 사람 말
씀으로 만나주시는 성회는 일찍이 본 적
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수련회가 끝나고 간증하는 시간에 나는 내 안에서 벅차오르는 영혼의 감격을 누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의지할 이 주님 한분밖에 없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브레이크 터진 차처럼 질주하다가 박살나야 하는 비참한 인생에게 왠 은혜인지! 이것을 어떻게 설명 해야 좋을지… ‘다만 그분이 하셨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복음과 기도가 아니면 자빠질 수밖에 없는 생명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러움도, 아쉬움도, 부족한 것도 없는 십자가 복음의 길을 가며 주신 생명을 흘러 보내는 일을 행하실 주님이 어디까지 나가게 하실지 정말 주님을 기대 합니다.
세상 헛되고 헛된 것들에 매달려 울며 불며 살아왔던 그런 날들은 이제 또 다시 재연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의 남은 생애를, 주께 돌아와야 할 열방의 수많은 영혼들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다시 오시는 주님의 그날을 소망하며 사는 삶으로 더욱더 견고하게 세워 나갈 것입니다. 이 일에 증인 되시고 그렇게 행하실 영광의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 곧 오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