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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칼럼] 빌립보, 옥타비안 그리고 바울

김수길 제공.

그리스 이야기 (2)

빌립보는 네아뽈리(까발라)에서 16km 서쪽에 위치한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로마 시대에 마차가 다니던 에그나티아(VIA EGNATIA) 도로를 오늘날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확장한 고갯길을 숨 가쁘게 올라서면 그리스 북부 트라키아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큰 벌판이 눈에 들어온다. 벌판 한쪽 곁에는 작은 항공기들이 간간이 사용했을, 버려진 공항이 벌판의 한 면을 채우고 있다. 북서쪽 자락의 산등성이에는 반쯤 허물어진 망대가 오래 전 빌립보가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빌립보의 원래 이름은 크레니데스(Krenides, 샘들)라고 불리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부친 빌립 2세가 마케도니아의 군비 마련을 위해 이곳에 은광을 개발하게 된다. 이웃 암비뽈리와 여러 도시에서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도시를 건설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빌립보라고 불리게 하였다.

B.C 42년 1월 1일 로마 원로원은 공화파에 의해 살해당한 율리우스 시저를 신으로 선포하고 ‘신성한 율리우스(Divus Iulius)’라는 호칭을 수여했다. 시저의 양자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을 ‘신의 아들(Divi filius)’임을 강조하고 마크 안토니우스의 도움으로 28개의 군단과 함께 그리스에 도착한다. 빌립보에서 세력을 모으고 있던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의 군대는 B.C 42년 10월 빌립보의 드라마 벌판에서 두 번의 전투를 치르고 난 후,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의 주인이 되고 패전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자살을 하였다.

훗날 로마의 제1시민이 된 옥타비아누스는 빌립보를 로마인으로서 절대 사유 권리와 면세 권리, 그리고 로마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로마의 직할 자치 도시로 승격시켰다. 조금 길지만 도시의 이름은 “콜로니아 율리아 아우구스타 필리페니스(COLONIA JULIA AUGUSTA PHILIPPENSIS)”로 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에게 오랫동안 충성했던 가난한 퇴역 로마 군인들을 위해서 당시 땅이 부족한 로마 외에 이러한 거류지가 필요로 했다.

빌립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가치 외에도 중요한 배경은 빌립보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바울 사도에 의해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은 세례 교인이 탄생한 곳이다. 빌립보는 바울에게 있어서 유럽 선교의 첫 열매인 것이다. 그의 말년 로마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는 빌립보 교회에 대한 그의 믿음과 사랑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가 있다.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했던 바울이 이곳에 도착했을 당시는 소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유대인 회당이 없었다. 유대인의 전승에 따라(유대인들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 그들은 회당이 없는 이방 땅에서 그들이 머물던 그발 강가(겔 1:3, 3:15)에서 예배드린 것을 기억해서 회당이 없는 도시에서는 안식일 날 강가에서 개인적인 예배를 드렸다.) 바울 역시 강가에서 기도하는 루디아를 비롯한 여인들을 전도한 것이 빌립보 교회가 된다.

바울 사도가 세례를 주었던 그 장소에는 1974년 그리스정교회에서 기념교회와 강 옆에 세례(침례)터를 만들어 놓았다.

이 교회당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4복음서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누가다. 교회의 가장 중심 자리에 바울과 루디아 그리고 누가의 스테인글라스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스정교회에서는 빌립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누가라고 한다. 사도 바울이 서신을 보낼 때 “나와 함께 멍에를 같이 한 네게 구하노니…”(빌 4:3)라는 부분은 누가(황소)복음의 저자 누가의 영향력이 빌립보 교회에 크게 기여한 영향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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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제공.

그리스와 불가리아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프라크로 산에서 흘러내리는 ‘지각디스(Zygaktis)’ 강은 빌립보를 휘감아 흘러간다.

지금은 토사 등으로 작은 냇가에 불과하지만 한 여름에도 물은 누구나 발을 담그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제법 풍성한 양이다.

빌립보는 19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발굴을 해오고 있다. 많은 양의 유물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비잔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2000여 년이 휠씬 넘는 이 도시의 주인공은 최초 도시를 만든 빌립 2세도, 콜로나스를 만들어 완전한 로마의 도시로 탈바꿈한 옥타비아누스도 아닌, 알지 못하는 신들을 섬긴다는 죄명으로 감옥에서 고난을 받았던 바울과 실라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누가가 아닐까…? [복음기도신문]

kimsookil

김수길 선교사 | 총신 신학대학원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GMS 선교사로 27년간 그리스에서 사역하고 있다.

[관련기사]
[김수길 칼럼] 바울의 환상속의 마케도니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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