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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칼럼] 왜 다윗은 인구조사를 명했을까?

Unsplash의 Emmanuel Phaeton

이상규의 성경묵상3

“다윗이 요압과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가서 브엘세바에서부터 단까지 이스라엘을 계수하고 돌아와 내게 보고하여 그 수효를 알게 하라 하니 요압이 아뢰되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지금보다 백 배나 더하시기를 원하나이다 내 주 왕이여 이 백성이 다 내 주의 종이 아니니이까 내 주께서 어찌하여 이 일을 명령하시나이까 어찌하여 이스라엘이 범죄하게 하시나이까 하나” (대상 21:2~3)

사무엘하 24장에 보면 다윗의 인구조사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다윗은 군사령관 요압에게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다니며 인구를 조사하도록 지시합니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라는 말을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라는 뜻입니다. 왕이 다스리는 전 지역을 남북의 국경선 중심으로 말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역대기상 21장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칠십인역의 역대기상의 뜻은 “빠뜨린 사건들”(omitted things)이란 뜻인데, 사무엘하에 이미 기록되어 있어 ‘빠뜨린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대기상에서 이 일에 대해 다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인구조사’가 범상치 않는 사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일을 악하게 여겼고, 다윗은 이 일로 큰 어려움을 당합니다.

저는 다윗의 인구조사에 대한 본문을 읽으면서 이것이 왜 문제인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인구조사는 국가 경영에 필요한 일입니다. 인구를 조사해야 식량수급 계획이 가능하고, 국가 방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인구조사는 합리적이고도 과학적인 국가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정기적인 인구조사(Census)를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매 5년마다 인구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문제가 됩니까? 인구조사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의 인구조사가 문제시 된 것은 인구조사의 숨은 의도, 곧 숨겨진 동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결과만 중시하지만 하나님은 우리 마음의 숨은 동기도 보십니다. 동기가 악하면 그 결과도 악합니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동기가 옳지 않으면 선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윤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동기도 선하고, 과정도, 방법도, 결과도 선해야 진정으로 선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타난 결과만 봅니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고 말합니다. 방법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동기는 문제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마음 은밀한 곳에 감추어진 동기를 보십니다.

다윗이 인구조사를 지시했을 때, 요압은 충복(忠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조사의 부당성을 지적했습니다. “왕이여 어찌하여 이 일을 명하시고 어찌하여 이스라엘이 범죄케 하십니까?”(대상 21:3). 가장 가까이 있는 자가 가장 잘 압니다. 요압은 다윗의 소위(所爲)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백 명을 천 명으로 쓰실 수 있는데 왜 인구조사가 필요합니까? 지금 인구를 하나님은 100배나 더하게 하실 수 있는데 왜 인구조사를 하려하십니까”라고 직언했습니다. 요압은 다윗 마음 깊은 골방에 숨겨둔 인구조사의 은밀한 동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거듭된 명령을 무시할 수 없어 9개월 20일간의 인구조사를 통해 칼을 뺄 수 있는 자, 곧 군인이 이스라엘 지역에 110만, 유다 지역에 47만 곧 157만 명이라고 보고합니다. 물론 이 숫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고, 다수 학자들은 과장된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다윗의 동기였습니다. 역대상 21장에 기록된 인구조사의 동기를 알기 위해서는 배경이 되는 18장부터 보아야 “하나님이 괴씸히 여겼던”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역대상 18장에서부터 다윗 왕국의 확장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둡니다. 18장 6절에 보면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고 했는데, 이런 승리의 기록은 20장까지 계속됩니다. 내적으로는 나라를 통일하여 왕권을 확립하였고, 외적으로는 적과 싸워 이기고 영토를 확장했습니다. 강력한 제국을 이루게 되자 다윗은 교만해졌습니다. 자기 세력을 과시하고, 군사적 위엄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승리하게 하셨으나(18:6), 자신의 힘을 시위해 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인구조사를 지시했던 숨겨진 동기였습니다. 하나님은 다윗의 마음 은밀한 곳에 감추어진 이 불순한 동기를 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구조사를 악하게 여기셨던 것입니다.

다윗에게는 이 은밀한 동기와 함께 또 다른 의도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쟁을 대비하여 군인의 숫자를 파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바라지 않고 사람, 곧 군인을 더 신뢰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또 다른 의도였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사람의 힘을 의지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때로 우리가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거창하게 진리를 표방하지만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면 그것이 위선의 장막이 될 수 있습니다. 거룩을 가장한 위선, 사랑을 가장한 미움, 그것은 가룟유다의 입맞춤입니다. 남을 헤하려는 동기를 숨겨둔 채 진리의 파수군인양 처신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동기를 보십니다. 그러기에 장기려 박사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사랑의 동기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복음기도신문]

이상규 교수 | 전 고신대 교수. 현 백석대 석좌교수. 교회사가로 한국교회 사료 발굴에 기여했으며,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과 개혁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교회와 개혁신학> 등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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