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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스마트폰을 치우자 진짜가 보였다

사진: Unsplash의 Andrik Langfield

내게 2024년 여름은 어른이 되고 “진짜 세상에서 맞은 첫 여름”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다름 아니라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여름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2022년에 그만뒀지만, 스크린 타임 리포트에 의하면 나는 여전히 하루에 약 두 시간을 스마트폰에 쓰고 있었다. 세상에, 2시간이라니! 나는 정규직과 두 자녀가 있다. 스마트폰에 쏟는 두 시간을 얼마든지 다른 좋은 것에 쓸 수도 있었을 거다.

어린 자녀의 엄마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나는 화면과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가 어린이의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연구에 항상 주의를 기울였다. 타겟팅 광고, 알고리즘, 그리고 끝없는 피드는 항상 나를 괴롭혔다. 이번 여름, 미국 공중 보건국(Public Health Service) 의무국장((surgeon general)이 소셜 미디어에 관하여 한 경고를 듣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테크놀로지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궁금했다. 스마트폰이 도대체 나의 삶, 특히 주님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걸까?

6월에 나는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스마트폰을 얼마나 “스마트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스위스 군용칼과 같은 스마트폰

십 대 시절에 나는 작은 핑크색 스위스 군용 칼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미니어처 핀셋과 스프링에 고정된 작은 가위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고 있는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과연 스마트폰을 일종의 스위스 군용칼로 바꿀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쉬지 않고 스크롤하게 만듦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또 자석처럼 내 인생에 붙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이제는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린 이 스마트폰을 과연 스위스 군용칼 같은 단순한 도구로 바꾸는 게 가능할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일단 하나씩 앱을 줄여갔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스크롤 하게 만드는 앱, 쉬지 않고 피드를 보내는 앱을 모두 다 없앴다. 나는 하루에 제한된 시간만 노트북으로 작업을 했는데, 스마트폰에서 그쪽으로 전환이 가능한 모든 것을 다 옮겼다. 소셜 미디어는 진즉에 사라졌다. 하지만 이메일, 인터넷 브라우저(내 스마트폰에는 Google이 없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 앱은 제외되었다. 날씨 예보, 뱅킹, 지도 같은 실용적인 앱만 유지했고, 그것들은 현대식 스위스 군용칼과 같은 도구 역할을 했다.

다른 방법으로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야 했다. 문자 메시지를 제외한 모든 알림을 끄고, 배경화면을 흑백으로 바꿨다. 그리고 “방해 금지” 설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관에 스마트폰 스탠드를 놓았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방마다 나를 따라다니는 분신이 되지 못하도록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유선 전화기처럼 취급하기 시작했다. 침대 옆 탁자에는 알람 시계를 놓았고, 스마트폰 충전은 밤에 건넌방에서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보는 습관이 사라졌다.

진짜 세상으로 복귀

하지만 주머니에 인터넷이 없는 진짜 세상이 주는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무려 몇 주가 걸렸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온라인 세계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현실 세계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화면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주의력이 길어졌고, 특히 기도와 말씀 공부와 같은 영적 수행에 더 집중했다. 진정한 침묵의 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기억력이 좋아졌다. 지루했지만 스마트폰의 도움 없이 지루함을 다스리기 시작했고, 수년간 느꼈던 지속적인 저수준의 불안과 우울증이 상당히 줄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가장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를 끊었을 때도 모든 면에서 차이를 느꼈지만, 스마트폰을 완전히 스위스 군용칼 수준으로 만들고 느낀 변화가 훨씬 더 컸다. 무엇보다도 “진짜 세상에서 맞은 여름”의 가장 좋은 부분은 예수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예수님에게만 집중하기

마침내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내가 관찰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성령의 음성을 듣는 능력의 향상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내 앞에서 어른거리는 화면 때문에 끊임없이 산만한 마음을 가지고서 어떻게 하나님께서 나와 맺으시고자 하는 풍부한 관계로 나를 부르시는 성령의 음성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들려오는 온 세상의 요란한 소리를 끄는 순간, 우리는 구주의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음성을 더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

둘째, 하나님께서 세상의 창조주이시고 나는 그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그는 전지전능하시다. 내 지식에는 한계가 있어야 하며 실제로 한계가 있다. 매일 집을 나서면서 떠오르는 모든 질문을 구글에게 더 이상 묻지 않게 되면서 나는 전지전능한 창조주께 더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낸 17년은 스크롤 한 번으로 수백 명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었지만, 사실 관계를 맺는 나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내 “진짜 삶”에서 직접 만나는 사람들로 관계를 한정해야 한다.

셋째, 나는 데살로니가전서 4:11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묵상했다. “조용하게 살기를 힘쓰라,” 조용한 삶. 팔로워를 위한 삶이 아니고, ‘좋아요’를 위한 삶이 아니고, 성공적인 게시물과 함께 제공되는 도파민 주사를 위한 삶이 아니다. 구글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군림하는 세상이 아니다. 오로지 하나님이 답을 주시는 삶이다. 스크린에서 보는 사진 대신에 주변 진짜 세계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면서 창조주의 위엄을 재발견하는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남편과 아이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고 또 당연히 받아야 하는 온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삶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수년간의 엉클어진 내적 전선을 재배선하고 내 마음을 온전하게 재설정하는 것이다.

다른 기준

로마서 12장은 이 세상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에 동화되지 말라고 말한다. 스마트폰 의존이 절대 기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완전히 다를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갖는다.

우리에게는 진짜 연결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 온라인 연결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반짝거리는 화면에서 눈을 돌려 그리스도의 참된 빛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사역을 겸손한 마음으로 감당하며 주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주님을 더 깊이 묵상하고 더 기다릴 수 있다.

나를 진짜 세상으로 돌아오게 한 지난 여정, 나로 하여금 온 우주의 왕과 더욱 충만하고 풍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 모든 시간에 나는 깊이 감사한다. 그는 항상 거기에 계셨고,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산만했을 때에도 거기서 나를 기다리셨다. “진짜 세상에서 맞은 여름” 이후 내가 유일하게 후회하는 건 딱 하나, 그곳으로 돌아가는 데에 무려 13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원제: Limiting My Phone Expanded My View of God

캐서린 마이젠하이머(Kathryn Misenheimer) | 캐서린 마이젠하이머는 고등학교 교사이고, Grace Church의 교인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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