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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칼럼] “바비 피셔를 찾아서” 세상에서 가장 으뜸인 자는 누구인가

사진: Unsplash의 GR Stocks

2024 파리 올림픽이 다양한 논란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가 예상밖의 선전으로 역대급 성적을 냈다. 가장 적은 올림픽 멤버들로 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참석하였지만 13개를 받았다고 하니, 대단히 선방한 결과이다. 기쁜 소식을 안겨준 우리나라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올림픽 경기를 주목하고 보지는 않았지만, 가끔 신문 기사를 읽다가 재미난 기록을 한 가지 발견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올림픽 등수를 매기는데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수로 각 나라의 올림픽 등수를 매기지만 미국에서는 전체 메달 수로 매긴다는 것이다. 전체 메달이 같다면 그 다음에 금메달 수로 등수를 매긴다. 이는 작은 것 같지만 큰 차이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도 많고 정말 좋은 것도 많지만 올림픽 등수를 매기는 방식은 미국 시스템에 개인적으로 마음이 간다. 세계에서 한 종목의 최고 실력자가 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분야의 세계 2위, 3위를 한다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아니 한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금메달 선수에 초점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은메달, 동메달에 대해서도 큰 존경을 표하고 있다.

금메달 수로 올림픽 등수를 매기는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깊은 의식구조 안에 자리잡혀 있는 엘리트 의식 또는 일류 의식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했다)를 다녔다. 그때 초등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10명 중 9명이 대통령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SKY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보았다.

경쟁에 관한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 “바비 피셔를 찾아서(Search for Bobby Fisher)”라는 영화이다.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승부”라는 제목으로 아주 예전에 개봉됐다. 바비 피셔는 미국이 낳은 체스 천재이다.

몇십 년 전 피셔가 아주 어린 나이에 체스에 입문할 때에는 소련(구 러시아)이 체스 대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체스의 강국 소련을 이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때였다. 그런데 피셔가 소련의 체스 챔피언을 이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체스의 수 같은 일을 벌인다. 그가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 영화는 피셔가 사라진 다음 미국에서 피셔같은 체스 천재를 찾아가는 얘기를 그린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됐다. 영화에서 거의 피셔같이 생각하는 체스의 천재를 찾는다. 그 인물이 조쉬 웨이스킨이다. 이 아이는 아무도 체스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10살도 되기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 어린이 체스대회를 석권해 버린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재능을 확인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그가 피셔를 이어가는 세계 최강의 체스선수로 만드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그렇게 반전의 상황이 등장하듯, 조쉬 앞에 같은 나이 또래의 체스 천재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조나단이다. 이 조나단은 학교도 가지 않고 오직 모든 시간 체스에만 전념한다. 조쉬가 체스뿐만 아니라 야구도 하고 많은 활동을 하며 성격도 착하고 원만하지만, 조나단은 오직 체스만에 전념하고 매우 교만하다.

그 조나단이 조쉬를 이기면서 어린이 체스대회를 석권한다. 이겨야 된다는 강박감에 조쉬는 그렇게 재미있어 하던 체스에 흥미를 잃어가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도 실망해 간다. 그런 조쉬에게 그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체스에 더 전념하라고 한다. 사실 마음이 착한 조쉬는 다른 아이들을 이기는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은 체스판 위의 여러 말을 널어놓고 네가 누구냐고 묻는다.

조쉬가 머뭇거리자 왕 말을 가르키며 ‘이것이 너야’라고 말한다. 너는 최고라고 한다. 다른 모든 말은 너에게 지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럴 때 조쉬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이 왕의 말이 아니에요. 이것은 그냥 체스의 말들일 뿐이에요.”
선생님이 체스 경기를 할 때 상대편을 봐주거나 관대하게 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들을 내려보고 매몰차게 대하라고 한다. 그들은 조쉬를 증오한다고. 그러자 조쉬는 대답한다.
“나는 그들을 증오하지 않아요. 그들은 같이 체스를 좋아하는 경기자들일 뿐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조쉬가 조나단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조쉬는 조나단과 다시 경기를 벌인다. 경기 도중 갑자기 조나단이 실수로 말을 잘못 움직인다. 그때 조쉬가 자신이 이미 이긴 것을 알고 수를 두기 전에 조나단에게 무승부로 하여 공동 챔피언이 되자고 한다. 조나단은 자신이 이미 진 것을 모르고 교만하게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렇게 경기를 이어가다 조나단은 결국 패배한다.

일류, 최고만을 추구하는 것은 파괴적인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지만 으뜸이 되려고 이 땅에 오시지 않으셨다. 그 분은 섬기러 이 땅에 오셨다. 누구든지 으뜸이 되려고 한다면 가장 작은 자가 되라고 하셨다. 또한 그 분의 일생은 전 인류를 섬기는 것이었다. 세상은 실력에서, 경쟁에서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리에 가서 섬기라고 하신다.

영화의 실제 인물인 조쉬는 체스 외에도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여 좋은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체스만 알던 바비 피셔는 정신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다 타국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복음기도신문]

바나바 C | 한때 영화를 좋아하며 공부했으나 지금은 다음세대를 믿음의 용사로 세우는 교육선교사로 순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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