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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7년 차 선교사의 고백, “선교는 하나님과 교제하는 자리” – 백승주 선교사

▲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달리는 백승주 선교사 ⓒ복음기도신문

백승주 선교사 (P국)

305호 | 사람풍경

미국 장로교에서 파송 받아 한국에 도착한 언더우드 선교사는 당시 26세였다. 그와 함께 온 아펜젤러 선교사는 27세. 다음 해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에서 파송받아 한국으로 온 사무엘 마펫(마포삼열) 선교사는 도착 당시 26세였다. 아프리카의 성자라 일컬어지는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아프리카로 떠났을 때가 27세. 중국 선교의 대부 격인 허드슨 테일러가 중국에 도착한 것은 21세였다. 선교 역사 가운데 20대 청년 시절 선교사로 헌신해 수많은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돌아오게 한 쟁쟁한 선교사 반열에 당당하게 낀 한국 청년 선교사가 있다. 28세의 7년 차 선교사로 P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백승주 선교사를 지난 7월, 출국을 이틀 앞두고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 한국 선교사 중 29세 이하 비율이 0.88%라고 해요. 21세에 선교사가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인데요, 어떻게 선교사가 되셨어요?

“15살에 청소년 복음수련회에 참석하면서 복음을 만났어요. 주일학교에서는 이야기 형태로 쉽게 풀어주는 설교를 듣는데 복음수련회에서는 하나님이 창세전부터 십자가를 준비해 놓으시고 성경 전체에서 구원을 이루어가시는 복음의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곳에서 구원의 기쁨을 처음 느꼈어요. 나 정말 구원받았구나. 이것은 전해져야 한다. 그렇게 깨닫게 되면서 선교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때 사춘기를 지나면서 내가 누구인지, 미래에는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한창 고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바로 선교사가 돼야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었어요.”

15세에 복음수련회에서 구원의 기쁨

– 복음을 깨닫고 곧바로 선교사로 헌신한 거군요. 이후에 어떻게 선교사 준비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선교사가 되기로 결정한 상태였는데, 부모님도 그 무렵 선교지로 나가게 됐어요. 당연히 저도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헤브론원형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다음세대를 선교사로 양육하는 학교였어요. 그때 부모님이 학교를 다 못마쳤으니 학교를 다 마치고 나가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고, 주님이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으로 하나님이 저의 보호자가 되어 주시겠다며 헤브론으로 불려주셨어요.”

– 선교사로 준비되는 학교 생활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그때는 막 복음을 만났고, 선교사로 헌신은 했지만 믿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모르는 상태였어요. 헤브론에 와서 믿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배워가면서 옛날에 가졌던 습관과 가치관들이 2년 동안 바뀌는 실질적인 믿음의 싸움들이 있었어요. 내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을 나누고 고백하는 것들을 조금씩 연습해나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나누면서 나도 나를 알게 되고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교제를 통해서 더 명확히 보게 됐어요.”

– 그런 시간들이 선교지에서 도움이 됐을 것 같네요.

“네. 설교자로 서야 하는 시간들이 많이 있어요. 단순히 지식적인 것만 전하는 것보다 주님이 제게 행하신 일을 전할 때, 복음을 전하면 생명이 흘러간다는 의미를 알게 됐어요. 매일 아침 사역지인 호스텔에서 아이들과 예배를 드려요. 그동안 함께 사역하고 있는 아버지가 전하시긴 하지만 다른 곳에 계실 때는 함께 선교사로 헌신한 언니와 제가 돌아가면서 전하기도 했어요. 특히 이번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여자 호스텔을 맡게 되면서 매일 메시지를 전할 상황이 됐어요. 모든 공동체가 매일 같은 성경 본문을 묵상하고 나눠요. 그리고 마지막에 메시지를 전하는데, 성경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아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에요. 아이들에게 분명한 내용을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전날 저녁에 가족이 모여서 배우고 공부하면서 다음날 전할 메시지를 준비해요.”

– 선교지에는 언제 나가게 되셨나요?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7년 2월 말에 헤브론원형학교 졸업 후 2년간의 단기선교 과정인 용감한정예병(이하 용정)을 L국에서 지냈어요. 용정을 마칠 무렵 장기 선교사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이미 선교사가 되겠다는 결정은 있었지만 분명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용정 기간 선교사님들과 교제도 많이 하고 예배도 드리면서 그분들의 믿음의 싸움이라든지, 선교사로 헌신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듣게 됐어요. 결국엔 모든 분들이 ‘이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말씀하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선교사의 길이 불확실한 미래나 두려움이 없는 길이라고 생각됐어요. 내가 계획해서 살 때 스스로 세우는 계획 속에 불안하거나 불투명한 것들에 대해서 자유 할 수 있는 길이었어요. 나를 주님께 맡겨드리는 게 안전하고, 가장 보장된 길이겠다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장기 선교사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받았어요. 부모님이 이슬람권에서 사역하시다보니 저도 만약 선교지로 나가게 된다면 이슬람권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마침 부모님이 저에게 정식으로 함께 사역하자고 콜링해주셨어요. ‘아빠가 있는 집으로 가는 건가?’ 고민됐지만, 주님이 이사야 26장 3절 말씀을 주시면서 그 자리에서 심지를 견고하게 해주시겠다고 하셔서 기쁨으로 P국에 가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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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제공: 백승주 선교사

나를 주님께 맡겨드리는 마음으로 선교사 헌신

– P국에서 어떤 사역을 하고 계시나요?

“처음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남자 호스텔에 합류했어요. 2년 동안은 마음도 분주하고, 사역을 하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어요. 호스텔(Hostel)은 숙박시설이 아니라, 집 근처에 학교가 없거나 가난해서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을 위한 위탁 보호시설이에요. 한 학기 동안 와서 생활하다가 학교가 방학을 하면 집으로 돌아가요. 이전에는 호스텔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 보내주는 개념이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맡으면서부터는 좀 달라졌어요. 요한계시록 5장 10절 말씀을 통해 이 아이들을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셨다는 약속으로 받았어요. 호스텔에 오는 아이들도 이 말씀에 동의를 하고, 본인을 제사장이라고 부르고 교육을 받고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에 예배 드리고 밥을 먹고 학교를 가요.”

–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떤 곳이죠?

“크리스천미들스쿨이라는 현지 기독교 교단의 교구에 소속된 학교에요. 저희가 호스텔을 맡고 나서 2년 뒤에,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선생님들을 한 명씩 내보내던 때였어요. 학교에 우리 호스텔 아이들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교구 측에서 우리에게 맡아볼 것을 기도 해보라고 하셨어요. 부모님은 아모스 9장 11절 말씀에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 그것들의 틈을 막으며 허물어진 것들을 세우라는 말씀을 받으셨어요. 허물어져 있던 것들을 세우시고 원래 이 학교를 세운 목적대로, 또 하나님이 이 학교에 기대하시는 그 목적대로 다시 세우시겠다는 말씀으로 받고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언니가 맡고 있어요.”

– 학교 이름에 기독교라는 게 확실히 나타나는데 모두 기독교인들만 오는 건가요?

“학교 이름에 ‘크리스천’이 들어가 기독 학교라는 걸 알면서도 무슬림, 힌두, 기독교인들이 와요. 선교사는 타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신앙 교육을 따로 안 해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별도의 종교 수업은 못하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같이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읽어요. 이것에 다 동의하고 학교에 오는 거죠. 무슬림 학부모들이 이 학교에 보내면서도 기독교 신앙 교육을 어느 정도는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적인 기독교 수업은 없어도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성경을 인용한다든가 아니면 우리 호스텔 아이들이 무슬림 친구들과 묵상했던 말씀을 나눈다던가 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해지고 있어요.”

– 호스텔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부모님은 처음 오셔서 1년 5개월 정도 다른 선교사님이 하시는 호스텔에 일부분 동역을 하고 계셨어요. 기간이 다 돼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새로운 거처를 놓고 기도하고 계셨는데, 한 선교사님이 빈 호스텔이 있다고 소개를 해주셨어요. 교구에 연락해서 방문하기로 했는데, 방문하기 전날 시편 27편 4절 말씀을 받으셨어요.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 내일 방문할 곳이 남은 평생에 아름다움을 보여주시겠다는 마음을 받고 가셨어요.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갔는데 40명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펀드가 점점 끊어지면서 겨우겨우 운영되고 있었어요. 이곳은 영국 선교사님이 세우셨지만 지금은 철수하시고 현지인들이 운영하고 있었어요. 부모님은 아무 표정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받은 말씀을 붙잡고 2016년부터 호스텔 사역을 시작하셨어요.”

영국 선교사들의 사역지 이어받아 호스텔 운영

– 호스텔 사역을 하면서 힘든 일은 없나요?

“아이들과 시간표대로 숙제하고 놀다가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아이들을 돌봤어요.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니까 주님과의 교제 없이 일만 열심히 하고 있더군요. 은연중에 ‘이게 하나님 일 하는 거다.’ 생각하면서 말씀 보는 거 놓쳐도 일을 하면 ‘하나님 일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선교사라는 게 훈장 하나 단 것처럼 ‘나는 다 됐다. 일 열심히 하면 된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가서 말씀을 보다가 깨닫게 됐어요. 주님은 나와 교제하고 싶어 하시는구나.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부르신 자리에서 하나님과 가깝게 교제하는 것을 가장 기뻐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이후부터는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완전한 관계 속에서 사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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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백승주 선교사

– 호스텔에 오는 아이들은 어떤가요?

“저희가 지내는 지역은 도시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이에요. 현지인들도 거기 정글인데 어떻게 사냐고 할 정도로 유명하지 않은 지역이죠. 우리 센터가 있는 곳에는 힌두교인들이 많아요. 기독교인도 힌두에 영향을 받아서 힌두 문화를 따라하면서도 잘못됐다는 인식을 못하죠. 아버지가 기독교인이면 자식도 기독교인이 돼요. 씨족 문화이기 때문에 종교가 다르면 배척을 받아서, 기독교도 문화적으로 받게 되는 거예요. 호스텔에는 30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이곳에서 아이들이 말씀을 들으면서 믿음이 자라나면 방학 때 집에 가서도 말씀을 읽고 예배드린다고 해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고 해서 아이들이 신앙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학생들의 부모님들도 고백하는데 삶에서 특별한 구별 없이 살아가요. 아이들이 처음에 왔을 때는 기도도 잘 못했어요. 그러나 복음을 들려주고 삶에서 어떻게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믿음으로 적용하는 것들을 가르쳐주면, 아이들이 변화돼죠.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들도 영향을 받아요. 집에 가서도 매일 묵상을 하고 일기를 쓰고, 성경을 읽는 것이 숙제에요.”

<이상 305호에 게재>

“아이들이 부모님과 예배드리고, 자기가 배웠던 걸 동생들에게 알려주면 마을이 영향을 받아요.”

– 아이들이 복음으로 변화되고 자연스럽게 생명이 흘러가게 되는 거군요.

“최근에는 자매 호스텔도 시작하게 됐어요. 독일 선교사가 지은 호스텔인데, 재정 문제로 6년 전에 문을 닫은 곳이어요. 그런 사연을 알고 그 이후로 누가 여기를 맡아서 해 줄 사람이 없을까 기도했어요. 아는 분들에게 소개도 했어요. 아버지는 한 번씩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게 아닐까?’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많이 반대 했어요. ‘여자애들은 진짜 힘들다. 쉽게 우리가 맡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자애들은 혼내도 쉽게 잊어버리는데, 여자애들은 감정싸움을 한다.’ 제가 여학생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아는 거죠. 그런데 여자 아이들 상황은 사실 매우 열악해요. 우리 아이들이 호스텔에 오기로 하면 처음에 가정방문을 하는데 그때 이 나라의 현실을 보게 돼요. 보통 여자 아이들은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해요. 그러다 약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또 집안일을 하고, 아무런 미래 없이 살아가요. 엄청 똘똘한데 그냥 집에 앉아있는 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가 기도했어요. 누가복음 말씀에 한 므나 받은 종의 비유가 나와요. 이것을 장사해서 열 므나로 늘리고 어떤 사람은 다섯 므나, 어떤 사람은 이걸 숨겨놨다가 그냥 한 므나 그대로 다시 주인에게 가져와요. 주님이 한 므나를 숨겨놨던 종을 악하다고 말씀하세요. 이 말씀을 보면서 ‘생명을 이렇게 숨겨두고 간직하고 있을 게 아니라 흘려보내고 그 생명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봐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할 수 없고 어렵다고 해서 숨겨 놓고 있을 것이 아니었죠. 순종해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는데도 확신이 없어서 하나님의 사인을 구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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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기 전 기도하는 호스텔 아이들. 제공: 백승주 선교사

독일 선교사의 사역지에서 자매 호스텔 사역 시작

– 주님으로부터 확증할만한 사인을 받았나요?

“한 1년 정도 뒤에 아버지가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이 호스텔을 놓고 기도하고 계셨는데 주님이 ‘그냥 네가 해라.’는 마음을 주셨다더군요. 약속의 말씀을 구하셨는데, 마태복음 28장 19~20절 말씀을 주셨어요.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그때 제가 말씀드렸죠. 기도하고 있었고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그렇게 지난해 가을에 여자 호스텔을 곧바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건물이 6년간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재정비가 많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공사를 하면서 호스텔에 오게 될 아이들 가정 방문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렇게 8월부터 아이들이 호스텔에서 생활하게 됐어요.”

– 호스텔 사역을 하고 선교지에서 영혼들을 섬기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있었나요?

“어려웠다기보다는 고민이 됐던 게 있어요. 한국 사람은 정(情)이 있잖아요. 사랑을 많이 표현하고 사소한 것으로도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고 있어.’라는 것을 표현하는데요. 현지인들은 제가 선교사니까 ‘당연히 나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해.’라고 생각하고 감사함이나 은혜를 모르는 모습들을 봤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있어요. 어떤 자매를 도와주고 싶어서 공부를 시켜준다던가, 교제하면서 도움을 준다고 하면 거기에 감사하지 않고 나에게 더 얻어내려고 하는 모습이 있어요. 내가 작은 도움만 줘도 잠재력이 있는 친구여서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나의 도움이 이 사람을 망치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어요. 오다가다 먹을 것도 나눠주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데도 다른 것을 더 원하니 오히려 먹을 것을 주는 것 때문에 관계를 망치는 일이 되는 거죠. 이런 고민을 이 나라에서 사역하시던 한 할머니 선교사님께 나눴어요. 지금은 은퇴하셨는데요. 그분이 정을 주면 안되고 사랑을 줘야된다고 하시더군요. 인간적인 수준에서 나누는 정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구나 느끼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좀 더 지혜롭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 지금도 헤브론원형학교에는 어린 나이에 선교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이미 선교에 헌신 된 마음으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졸업하면 선교사로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한국에 와서 학교에 들러 후배들에게 그런 마음을 나눴어요. ‘헤브론에서 어려운 훈련의 과정들, 해외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세상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이해가 된다. 그러나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복음이 분명하고, 우리를 복음으로 회복된 존재로 확인시켜주시는 과정을 헤브론에서 보냈는데 세상으로 간다면 시간 낭비가 아닌가. 단순히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그 시간을 할애하는 게 아깝지 않나. 주님이 주신 청년의 때가 얼마나 귀하고 복된 시간인데, 세상을 경험해보고 나중에 돌아오자고 하는 것은 청년의 때를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믿음의 선배들이나 주변 선배들의 간증을 들으면 경험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선교사로 나가서 청년의 때에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을 본다는 게 얼마나 복된지, 현장에서 보는 영광이 있다.’ 먼저 순종해본 사람으로 주신 은혜를 나눈 셈이죠.”

– 현장에서 본 영광이라고 했는데, 그게 어떤 건가요?

“P국의 상황은 날씨도 덥고 힘들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잊어버릴만큼 생명의 변화가 아이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봐요. 아이들과 지내면서 ‘이렇게 큰 영광을 나 혼자만 누려도 되나.’ 감격이 있을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호스텔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모습과 점점 복음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볼 때 ‘하나님이 일하고 계시는구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구나.’ 보게 되면 감격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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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백승주 선교사

– 20대 선교사로서 지금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20대에 헌신하지 않았으면 꽃다운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더 시들어 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꽃다운 나이로 불리지 않았을 거 같아요.”

– 선교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갔다고 생각해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불러주신 거 하나만 붙들고 나갔어요. 선교를 나가기 위해 본인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선교지는 뭘 하러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주님이 우리에게 뭔가를 바라고 불러주시는 게 아니라 깊이 교제하고 싶어서 선교지에 불러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계획과 기도 제목 말씀해주세요.

“여자 호스텔인 한나홈을 시작하면서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는다는 시편 1편 말씀을 주셨어요. 주님이 내 인생에 어떤 새로운 계절에 새로운 열매를 보여주시겠다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사역을 맡으면서 이번에 국제선교단체에 소속되기 위해서 절차를 밟고 있어요. 그동안은 소속된 단체가 없이 사역했는데, 새로운 사역과 함께 소속이 생기면서 새로운 계절을 여시겠구나 기대가 있어요. 주님의 인도하심 안에서 믿음으로 잘 달려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복음기도신문]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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