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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칼럼] 성도와 죽음의 강

사진: Unsplash의 Stephen Andrews

죽음은 권리나 의무가 아니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2022년 3월 죽음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뉴스를 접했다. 전 세계인들에게 명성을 날렸던 미남 배우 알랑 드롱이 자신의 아들을 통해 자신이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한평생 성도들을 위해 기도와 전도로 충성하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고 정필도 목사님의 임종 이야기이다.

정 목사님은 임종을 앞두고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의 의견을 듣고 인위적인 인공호흡으로 생명 연장을 하는 것(무의미한 연명의료)을 거부하시고, 주님이 부르시는 순리에 따라 자연스러운 임종을 택하셨다. 죽음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믿고 받아들였다. 믿음으로 죽음의 강을 건너셨다.

반면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발표한 알랑 드롱은 자신의 생명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년의 외로움과 고독을 중단하려고 하고 있다. 자신의 생명을 끊는 안락사는 살인 행위다. 죽음을 바라보는 세계관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죽음의 강 이후에 모든 영혼이 가야만 하는 천성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결과다. 죽음은 권리나 의무가 아니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음으로 얻는 유익

우리나라 사망자 3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암에 걸렸을 때 암의 시기에 따라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판단 기준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초기 암은 완치가 목적이다. 중기 암은 치료를 통해 생명 연장이 목적이다. 말기 암은 통증 완화가 치료 목적이다.

말기 암 환자가 항암제를 사용할 때 처음에는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지만, 치료가 진행될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많아진다. 항암치료의 효과가 최고치에 이르고 부작용은 적은 시기까지 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선의 도움이 된다. 이 시점의 결정은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과 환자와 가족들의 판단이 중요하다.

말기 암 환자의 항암치료는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얻는 목적이 아니고, 단지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는 집착이 되어 버린다. 집착은 남은 자나 떠나는 자 모두에게 고통과 후회만 남긴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자에게 많은 유익이 된다. 가장 큰 유익은 하나님이 이 땅에서 허락하신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마감하는 시간을 얻는 것이다.

먼저 하나님과 자신과의 관계에 유익한 시간을 얻게 한다. 구원의 확신을 확고히 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지 못했던 일들을 용서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평생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신 은혜에 감사의 고백을 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또 다른 유익은 가족이나 이웃들과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얻는 것이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평안하고 정리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죽음의 강

죽음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의학적으로 심폐가 정지되는 경우 사망선고를 한다. 우리 모두는 죽음의 강을 반드시 건너게 된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에서 주인공이 죽음의 강을 건너 육신의 옷을 벗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죽음의 강을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나 “당신들이 저곳 임금님을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더 깊어질 수도 있고 더 얕아질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말을 들은 주인공 크리스찬은 믿음을 세우고 죽음의 강에 발을 딛는다. 하지만 죽음의 강에서 믿음이 약해지자 주인공은 물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때 동행하던 소망이라는 동행자가 “강을 건너면서 당신이 느끼는 불안과 고초는 결코 하나님께서 당신을 버리셨다는 표가 아니라, 당신이 지금까지 받아온 주님의 선하신 은혜를 기억하고 있는지 또 환란 때에 주님께 의지하여 사는지 시험하시는 것입니다.”라고 주인공을 격려하며 주인공이 믿음을 세우고 죽음의 강을 건너도록 도와준다.

나를 구원해 주신 주님이 죽을 때까지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나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가지게 될 때 죽음의 강은 얕아지게 된다.

교회의 역할

우리 모두는 생의 마지막에 늙고 병들거나, 여러 가지 암과 질병으로 인해 육체의 고통과 고독을 접하게 된다. 죽음의 강을 앞둔 성도들을 보살피는 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죽음을 앞두고 불안하고 약해진 교우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갖도록 용기를 주고, 믿지 않는 분들에게는 영혼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죽음을 맞이하는 분들이 죽음의 시간에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주면서 지지해 주고,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와 말씀으로 격려해 주는 역할을 제공해야 한다.

영화와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회 오빠’고(故) 이관희 집사의 죽음과 교우들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앞둔 동역자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교회 오빠 주변 사람들은 말기 암에 걸렸을 때 주님이 꼭 살려주실 줄 믿고 기도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문제의 해답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성도의 자세

생의 말기를 맞으면서 신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성도들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육신이 잠시 잠자는 시간이고 영혼이 하나님 나라에 가서 안식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과정이다. 성도의 죽음은 패배나 저주가 아니라 구원받은 자녀로서 하나님을 만나는 영광의 시간이다. 죽음을 앞두고 겪는 고통은 장차 받을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음을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평소에 성도들은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임마누엘 신앙과 부활 신앙을 말씀을 통해 잘 배우고, 묵상과 기도를 통해 마음속에 잘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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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원장 | 명이비인후과 원장 겸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 이 세상에 하나님의 생명주권이 잘 드러나고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성경적 생명윤리 연구, 실천, 전파를 위해 의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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