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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더 도울 것은 없습니까?

사진: 오영철

믿음과 헌신이 큰 사람을 만나면 놀란다. 예수님께서 백부장의 믿음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의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오늘 한 카렌 형제와 대화를 하면서 그런 마음을 느낀다. 선교를 위한 그의 헌신의 마음과 태도가 나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수차이’라는 24살의 카렌 청년으로 한국 포천에서 일하는 이주민 노동자이다. 지난 7월 22일 포천 타이 안디옥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지만 밝고 따뜻하게 대해 주어서 인상이 특별했다. 한국에 노동자로 가기 전부터 그의 형인 ‘손찓’을 통하여 이야기를 들었기에 한번 만나고 싶었던 청년이다. 그에게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선교지원에 대한 요청을 했다.

“우리보다 가난한 아르헨티나에서 파송된 선교사를 위하여 한 달에 1000받을 헌금할 수 있을까요?”

그는 전혀 주저함 없이 가능하다고 했다. 혹시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해서 감사했다. 간단하게 어떻게 송금할지를 알려주고 한국 포천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 이틀이 지나고 수차이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번 포천에서 만남은 시간도 부족했고 분위기도 어수선하여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아르헨티나에서 온 선교사를 후원해야 하는지 설명하였다. 그리고 지난번 헌신에 대하여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선교를 위한 추차이의 헌신은 도시로 이주하는 많은 카렌 청년들에게도 따라야 할 좋은 본보기라고 했다.

그 때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한다.

“저의 형이 다른 도움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혹시 저가 더 도울 것은 없나요?”

그것은 신학교를 위한 특별 헌금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형 ‘손찓’도 한국에 노동자로 갔는데, 가기 전부터 십일조와 신학교를 위한 특별 헌금의 필요성을 나누었다. 한국에 간 ‘손찓’은 신학교를 위한 헌금을 매년 1만 받(약 300불)을 하고 있다. 손찓은 동생에게 그 사역의 필요성을 나누었는데 동생인 ‘수차이’는 형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나에게 질문한 것이다.

그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을 했다.

“만약 수차이가 신학교를 위해서도 매달 1000받(30불)을 해 주면 고맙겠는데…”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그는 자원함으로 더 돕고 싶어서 질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달부터 신학교와 노애미 선교사를 위하여 각각 1000받씩 헌금하기로 했다. 그의 질문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는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선교사를 위하여, 그리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신학교를 위하여 헌신을 작정한 것이다. 누구라고 해서 돈이 아깝지 않겠는가? 그의 한국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의 그의 삶은 사실 편한 삶이 아니다.

“저는 밤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하루에 열두 시간 야간 작업을 합니다.”

그는 포천의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 근무하는데, 낮이 아닌 밤 시간에 근무한다.

“한국 사람들은 밤에 일하기를 싫어해서 저 혼자서 근무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시간과 일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6일을 야간에 12시간씩 일을 하니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받는 월급은 세전 400만 원이 넘으니 많은 편이지만 험한 노동의 대가이다. 주일에도 아침 8시까지 일하고 잠시 쉬고 오후 주일 예배에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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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그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갔고, 험한 노동을 통하여 제법 많은 수입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는 단지 노동에 대한 수입 이상의 의미 있는 삶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다는 면에서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과 교회를 위해서도 기여한다. 그가 출석하는 이주민 교회에 십일조를 하고, 모국 교회 목회자와 교회를 위하여도 후원한다. 더 나아가서 선교와 미래 지도자를 위하여서도 기여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넘어선 헌신의 모습은 선교적인 삶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선교사란 누구일까? 선교지에서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선교사와는 다른 관점이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이란 대개 자원이 많아서 현지 교회와 성도들을 도울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교사들이 그렇게 현지인들에게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수차이에게 선교사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에게 선교사란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며, 또한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여긴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노애미 선교사를 위한 헌신과 나에게 한 질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선교지에서 많은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선교사와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선교사를 이해한다.

현지 교회도 선교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선교사에 대한 인식이 바꾸어져야 한다. 그것은 선교사란 단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이 타민족에게 보내야 할 사역자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도 선교사로 헌신하고 선교자원을 준비하여 후원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질문의 방향을 신중히 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한 시골에서 목회하는 카렌 목사의 고백이 있다.

“만약 선교사가 우리에게 건축의 의도를 가지고 찾아와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선교사로부터 건축 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선교사가 우리에게 헌신과 희생에 대한 의도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희생하고 헌신할 것입니다.”

그는 선교지의 현지 교회에서 벌어지는 ‘의존성 증가’와 ‘헌신의 증가’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한 것이다. 시골의 낮은 학력의 목사이지만 선교지 현상을 박사학위를 받은 선교사들보다 더 정확히 보고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그들에게 찾아가 무엇이 필요한가를 질문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에게 예비한 하나님의 자원을 알아채고 그것을 하나님과 교회에 드릴 수 있도록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선교사는 현지 교회의 지도력 개발과 필요에 민감해야 한다. 특히 전쟁이나 재난 등의 긴급한 필요에 대하여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선교지 교회도 선교할 책임이 있고 그것을 위하여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자원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현지교회가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제안해야 한다. 오늘 나눈 수차이 형제와의 대화는 이 사실을 더욱 확실히 보여준다.

동일한 상황에 있는 현지 교회지만 의존적인 교회가 될 수도 있고 선교적인 교회가 될 수도 있다. 선교사가 어떻게 현지인들을 대하는가에 따라서 그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실 현지인들에 의해 개척된 현지 교회나 성도들 가운데 선교사를 놀라게 하는 헌신들이 적지 않다. 수차이는 그런 많은 현지인들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 선교사들이 개척한 교회가 선교사를 놀랍게 하는 헌신이 얼마나 될까? 무척 흥미로운 질문이다. 한국 교회 선교자원은 약해지고 있는데 현지 교회와 지도자로 이양과 자립은 잘 안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수차이’ 형제의 자세는 한국교회나 선교사들이 배워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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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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