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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고정희 칼럼] 전기요금에 사용하세요

사진: Noah Buscher on unsplash

일본 오사카 땅은 뜨거운 여름 한복판에 있다. 여름이니까 더운 것이지 생각이 들겠지만 매우 습하게 더운 하루가 길게 느껴진 이웃 할머니 인사가 ‘츠라이나~’(괴롭구나)라고 표현을 한다면 상상이 갈까.

주일 예배 후에 마무리를 하고 집에 오려는데 일본 성도님이 봉투 하나를 가방에 넣어 주셨다. 집에 와서 보니 봉투 뒤에 ‘전기요금에 사용하세요’라고 쓰여 있다. 엔화 하락으로 턱없이 오른 전기요금을 생각한 마음이다. 에어컨 켜고 시원하게 지내라고.

요즘 난 갈 바를 모르고 서성일 때가 있다. 일본 땅은 하나님이 내게 줄로 재어 준 선교지이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사역이다. 이곳에서 우리(조선)학교를 만났고 우리 조선인들을 사랑하는 하나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사상과 이념에 쌓여 복음을 듣지 못하는 저들에게 어떻게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몰라 많이도 헤매였다. 사실 지금도 답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과 나에게 있는 만큼만 가지고 다가가게 하셨다. 너무도 큰 사랑 안에 작은 점도 안 되는 것들이 정말이지 작고 볼품없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이젠 그마저도 멈추라고 하셨다.

우리 조선인들이 살고 있는 땅은 일본 땅이다. 조선학교와 조선인들을 섬기며 우리 가정을 기도하며 함께 가는 교회가 일본 메구미나 교회이다. 하나님은 이렇게나 작은 조선을, 이렇게나 작은 나를, 이렇게나 작은 교회에 심으셨다.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내게 재어준 이곳에서 씨앗을 심어야지 했다.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맛있게 나누고 기쁜 교제가 풍성함이 좋았다. 체력이 약해지면서 가끔 힘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교회 아래층, 주위에서 음식 냄새가 난다며 클레임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 음식은 마늘 냄새, 고추장 냄새가 강해서 코를 더 자극하기는 한다.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음식을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성도들은 선물을 가지고 주위에 인사를 했고 내게 괜찮다고 하던 대로 하라고 한다. 마음에는 신경이 쓰였지만 내 손은 쉬질 않는다. 이날 주일도 난 바쁘게 음식을 만들다가 유리그릇을 모퉁이에 부딪히며 순식간에 손목을 베었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힘줄을 비켜 간 아찔한 상처였다. 아~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율동하며 자주 부르던 찬양이 내 입술에서 흐른다.

‘복음을 심었습니다. 복음이 싹이 나네요. 복음이 자랐습니다. 30배 맺었습니다. 2절은 60배 맺었습니다. 3절은 100배 맺었습니다.’라는 찬양이다.

언제인지 누구에게서인지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나.

어느 틈인가 싹이 났고 어느새인가 자라서 열매가 되었다. 30배를 맺었는지, 60배를 맺었는지 100배를 맺었는지 무엇이 중하랴 그저 열매인 것이 감사하거늘.

주님은 씨를 뿌리는 자가 길가에 뿌리든지 돌밭에 뿌리든지 가시떨기에 뿌리든지 좋은 밭에 뿌리든지 이렇게 하면 30배 열매를 맺는다고 이렇게 하면 60배 열매를 맺는다고 이렇게 하면 100배 열매를 맺는다고 그 방법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씨를 뿌리는 자는 그저 씨를 뿌릴 뿐이다. 내가 씨앗을 뿌렸으니 싹이 잘 나고 있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열매는 얼마나 맺혔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본다. 이렇게 다 멈추라 하시면 나는 어찌하리요.

나를 훈계하신 여호와를 송축할 지어다 밤마다 내 양심이 나를 교훈하도다 (시편 16:7)

요즘 한가해진 삶에 시원하게 에어컨 켜고 지내는 것이 용납이 안 되었다. 무더운 더위로 내 몸이 힘이 든 것쯤은 괜찮다고. 하지만 내 양심은 알고 있지 않은가.

갈 바를 모르는 내 심장에 주님은 ‘전기요금에 사용하세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나님은 내가 힘쓰던 사역을 멈추게 하신 것이지 하나님을 아는 거룩함은 멈추지 말라고. 시원하게 하나님 찬양하며 지내라고.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 (살전 4:3)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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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 사랑은 여기 있으니(나침반,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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