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기도로만 달려가는 임치운 목사
대전 갈마동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예배당에 들어서자 강대상 뒤로 보이는 복음, 기도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임치운 목사(반석중앙교회)는 주님이 교회에 세워주신 교회의 두 기둥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마따나 교회는 전교인 세 명으로 전도와 기도로 쉬는 날 없이 바쁘게, 그리고 역동적인 예배로 돌아가고 있었다. <편집자>
– 전교인이 세 명으로 어떻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매일 새벽기도와 열방을 위한 24·365기도가 진행돼요. 화요일에는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모임, 수요일에는 말씀기도, 금요예배, 토요일에는 성경이 쓰여진 언어인 히브리어공부, 그 밖에도 복음스터디와 성경공부모임, 평생신학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일주일이 금방 가요.”
반석중앙교회는 한때 꽤 많은 성도들이 모였다. 하지만 사역자들이 짧은 기간 시무하다가 거쳐가는 곳으로 여겨지면서 교인들도 이 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한동안 교인 없는 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곳으로 임 목사는 지난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오직 복음과 기도가 목적이 되어 부르심의 상을 좇아 달려가고 있었다.
– 어떻게 이곳에 개척을 하게 되셨나요?
“제가 복음사관학교라는 공동체훈련을 마치고 함께 훈련받았던 지체들과 복음투어라는 이름으로 전도여행을 다녔어요. 마치 바울이 전도여행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들을 문안했던 것처럼 1, 2차로 나눠서 전도여행을 다녔죠. 2차 여행지 중에 한 곳이 바로 대전이었어요. 이곳에서 주로 개척교회 목사님들과 교제하며 복음을 나눴어요. 그리고 주님께서 이분들을 어떻게 먹이시고 필요를 채우시는지 듣게 됐는데 살아계신 하나님께 대한 찬양이 나오면서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대전을 떠나기 전날 밤 주님이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어요. ‘이런 개척교회에서, 성도 한 명 없어도 나 하나면 충분하겠니?’ 이 물음 앞에서 덜컥 겁을 내는 저를 발견했어요.”
나는 주님으로 충분한가?
– 어떤 부분이 두려웠나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내와 자녀였어요. 저 혼자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현실적인 문제가 실제적으로 다가왔어요.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서니 주님이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선뜻 못하겠더라고요. 주님이 제가 두려워하고 있던 영역을 드러내신 거죠. 그동안 사람들이 부목사로 부임하면 어떻겠냐고 질문했는데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임한다는 것은 제 양심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재정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안정된 재정의 공급을 받으며 주님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어도 저에게는 거짓말이니까요. 그때 마침 대전에 있는 이 교회를 소개 받았어요. 주님이 하신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됐죠. 우리가 여기 있으면 주님이 기뻐하실까? 이 질문에 아내와 제가 주님이 기뻐하시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일단 목회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 우리가 주님을 실제적으로 더 누리는 시간이 되겠다는 기대감으로 걸음을 옮기게 됐어요.”
– 개척하고 난 이후의 삶을 나눠주세요.
“사실 이전에도 주님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저에게 사실이었는데 이 고백이 더욱 깊어지게 하셨어요. 그동안 저는 제 필요에 의해서 주님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했어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님을 더욱 구하게 됐고 모든 것이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주님을 덜 찾는 일이 반복됐어요.
그런 저에게 주님이 교회를 시작하며 복음과 기도가 교회의 기둥이라 말씀하셨어요. ‘복음과 기도에 매진하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한다. 어차피 네가 신경 쓴다고 될 일도 아니고 너는 이것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주님이 하시겠다는 말씀에 염려가 많았던 제가 드디어 순종의 걸음을 내디뎠죠.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 한 선교단체의 대전지부와 연합해서 진행한 화요중보기도와 수요 말씀기도였어요.”
– 말씀기도는 어떤 기도 시간이죠?
“화요중보기도는 열방에서 일어나는 긴급한 기도제목으로 함께 기도하는 모임이고, 말씀기도는 말씀을 붙들고 열방을 통치하시고 말씀대로 이루어주시도록 기도하는 모임이에요. 무작정 순종하고 보니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어느새 주님이 정말 우리 교회를 책임지시는 것을 보게 됐어요. 교회 성도라고 해봤자 저와 아내, 청년 한 명이 전부인데 사실 어디에도 소망을 둘 곳이 없었죠. 그렇다고 부모님이나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더더욱 없었어요. 정말 주님이 하시는 것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해가 바뀌고 우리 교회를 후원하겠다는 교회와 단체들이 생겼어요. 우리가 요청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이것은 저에게는 일종의 사건이었어요. 하나님 나라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체험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으니까 주님이 은혜로 말씀이 실제가 되는 시간을 허락해주신 것 같아요. 그 시간을 겪으며 한 가지 결단한 것이 있어요.
– 궁금해지네요. 어떤 결단인가요?
“웨슬리 목사님이 이렇게 사셨다고 해요. 자신이 평생 순회 전도자로 살면서 자신이 필요한 이상의 재정은 모두 흘려보냈다는군요. 이렇게 살면 재정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해 우리도 필요 이상의 재정은 모두 흘려보내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개척한지 6개월 만에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선교단체와 기독출판사를 후원할 수 있게 됐어요.”
순종의 걸음, 개척교회
– 주님이 정말 약속을 이루어주셨군요.
“네. 기도하면 주님이 일하신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더욱 기도하고 싶은 영역이 생겼어요. 그것은 대전지역 교회들의 부흥이에요. 외형적인 부흥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부흥을 꿈꾸며 기도하고 있어요.”
– 진정한 부흥이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내면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부흥은 내면의 변화에서 출발해요. 저도 사실 복음을 만나기 전에는 복음에 대해 무지한 목사였거든요. 제가 군인교회에서 담임으로 사역할 때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교회에 오면 햄버거 준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었어요.
설교를 하면서도 모든 설교 내용이 실제냐는 질문 앞에 제 마음이 부딪쳤고요. 급기야는 영혼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오면서 이럴 바에 차라리 정직하게 다른 일을 하면서 살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이런 괴로움에 술과 음란에 빠져 공허함을 달래는 시간을 보내다 지금의 아내를 통해 복음학교라는 곳에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제 영혼이 진정 복음을 만나게 됐죠.”
– 목사님이신데 너무 겸손의 표현 아니신가요?
“아니에요. 제가 그전에도 복음을 알았지만 그 복음이 삶에 실제가 되지 않는 것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복음의 메시지를 들어도 ‘다 알겠는데 안살아진다.’는 탄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복음학교를 통해 처음으로 주님이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다는 말씀이 저에게 실제가 되는 경험을 했어요. 이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말로 하긴 어렵지만 대신 제 삶이 충분한 답변이 되리라고 믿어요.
설교의 내용이며 저의 말과 행동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었어요. 오죽하면 가족들이 ‘저 완악한 임치운을 변화시킨 복음이 무엇인가?’라며 복음학교를 가게 됐거든요. 누구보다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가족이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복음 앞에 선 후 각자에게 실제가 된 복음을 나누면서 주님이 그토록 원하셨던 죄에 대한 자유를 가족 모두가 누리게 되었죠. 그날 저는 놀라운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게 됐어요. 이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 그 복음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것은 다른 것보다도 제가 경험했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복음 앞에 서면서 주님이 비춰주셨던 영역이 있었어요. 제가 감리교 진급시험을 보면서 성경암송을 컨닝한 사건이었어요. 물론 그 일에 대해 회개도 했죠. 그러나 스스럼없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설교하는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주님이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한 대가지불을 원하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복음학교를 마치고 사역하던 군인교회에 나에게 실제가 된 복음을 정직하게 나눴어요.
필요하다면 연회에 알리고 교회 위원들에게도 치리해달라고 부탁드렸죠. 감리교에서도, 교회에서도 그만두라고 하면 사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예전의 저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더욱 목회에 전념하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송구했지만 주님이 주신 기회로 여기고 더 이상 주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도록 복음의 가치만으로 목회에 전심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그럴수록 복음의 영광은 날로 깊이를 더해갔어요.”
진정한 부흥은 내면의 변화
– 그 말이 무슨 의미죠?
“주님이 저를 복음 앞에 세우시는 일은 끊임이 없더라고요. 복음의 가치만을 붙들고 살아가니 정말 거침이 없었어요. 이렇게 달려 왔으니까 주님 앞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복음사관학교 훈련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소망 없는 존재인지 보게 해주셨어요. 훈련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를 치밀하고도 주도면밀하게 어기는 사건이 발생했죠.
그 이후 그 전까지 주님과 누렸던 친밀함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마치 아담이 하나님께 범죄하고 두려워서 숨은 것처럼 저도 학교측 관계자들을 계속 피하게 됐죠. 사탄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믿음으로 산다더니 꼴좋다.’ 참소에 나선 것 같았어요. 이런 존재적 죄인의 실상을 결국 고백하게 되면서 그동안 잘 살아 왔다고 하던 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시간이었어요. 이것을 가지고 주님은 또 다른 영역을 다루시기 시작했어요.”
– 정말 주님의 일하심이 끊임이 없군요.
“이전까지 제가 생각한 믿음은 주님께 은혜로 받은 것이지만 제 의지로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어느 순간 제 의지에 무게가 더 실리게 됐어요. 복음을 만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진짜 복음을 만났다면 저렇게 넘어져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적어도 저는 복음으로 달려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저의 의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무너진 자리에서 깨닫게 됐어요. 믿음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 절망의 자리에서 톡톡히 깨닫게 된 거죠.
저의 과오를 선으로 이끄신 주님께 감사해요.”
기도는 주님의 다루심을 누리는 시간
– 이제는 정말 복음만으로 달려가시겠네요. 앞으로의 계획을 나눠주세요.
“대전엔 저희가 어떤 연고도 없어서 처음에 이곳에 올 때는 별 기대가 없었어요. 단순히 믿음으로만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기도하면서 이 지역과 교회에 대한 마음을 주님이 부어주셨어요. 화요중보기도를 하면서 대전이 양성평등조례가 가장 먼저 통과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구원파 같은 이단의 교세도 상당하구요. 주님이 이 지역을 위해 기도하기 원하신다는 마음을 주셔서 전도하며 기도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 교회들과 목사님들과 연합해서 기도하고 싶어요.”
– 현재 연합해서 진행되는 기도모임이 있나요?
“현재로서는 선교단체와 연합된 모임만 있어요. 그러나 가장 하고 싶은 건 교회들과 연합된 기도에요. 목사님들께 기도하자고 하면 다 동의는 하시지만 발걸음을 떼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기도는 다른 방법들에 비하면 실용적이지가 않잖아요. 목사님들도 ‘그래서 무슨 효과가 있었어?’라고 물어보세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사실 기도시간은 주님이 나를 다루시는 것을 누리는 시간이잖아요. 이런 가장 큰 효과를 대부분 모르세요.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아요. 계속 기도하고 권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마지막으로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저희가 이곳에 와서 한 선교사님을 만나 교제하면서 나눴던 말이 저희의 갈 길을 열어 보이는 계기가 됐어요. ‘누구보다 영혼의 굶주림을 아시는 분은 주님이다. 주님은 그 영혼을 보내고 싶은 교회를 찾고 계신다. 그러니까 목사님과 사모님이 주님 앞에 서 계시기만 하면 그런 영혼들을 주님이 보내실 것이다.’ 이 말에 너무 동의하게 되면서 진정한 부흥을 위해 주님이 하실 수 있도록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달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주님 외엔 소망 둘 곳 없는 곳으로 더욱 이끄시도록 기도해주세요.” [GNPNEWS]
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