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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고생길을 다녀와도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이유

사진: 원정하

지난 6월말 저희 가족 4명과 아띠난드 형제는 아침 일찍 166km 떨어진 내륙의 ‘나식’이라는 지역으로 출동했습니다. 이번에 나식을 가게 된 이유는, 2006년부터 복음으로 교제해 온 그곳의 목회자(성공회 신부)들에게 많은 선물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왕복 322km, 800리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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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정을 위해 마라띠어 만화 전도책자 3600권, 네팔어 만화 전도책자 1200권, 영어 만화 전도책자 700권, 구자라트어 절제회 전도팩(금주금연 팜플릿 + 만화전도책자 + 껌 세통) 340개, 구자라트어 주일학교 공과 두 박스, 구자라트어 신약성경 한 박스, 마스크 천 장 정도를 마련했습니다.

별도로 ‘뭄바이 – 나식’ 노상에서 저희가 직접 나누기 위한 힌디 및 마라띠어 절제회 전도팩도 400여개 준비했습니다. 곧 한국의 기숙학교로 떠나게 되는 석정이와 송정이에게는 인도에서의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 됩니다.

신나게 출발했는데 얼마 안 가, 차의 에어컨이 고장이 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다가, 때로는 창문을 열어 더위 대신 매연과 흙먼지를 받아들이기도 했지요. 가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출퇴근 길이나 정류장 등에서는 잠시 차를 세우고 절제회 전도팩을 나누기도 하고요.

그러다 마침 카센터를 발견했습니다. 차가 수리되는 동안 주변 막노동자들의 인력시장을 발견하고 잠깐 전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열 시쯤 되었으니, 그날 일을 얻기는 다 틀린 사람들이었지요. 아이들에게 제가 신학생 시절 막노동 아르바이트 하던 이야기와 예수님의 포도원 일꾼 비유로 상황을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그곳에서 절제회 전도팩을 열심히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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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알고 보니, 그 지역은 ‘비완디’라는 곳으로 무슬림이 대부분이라 ‘리틀 파키스탄’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힌두가 강성한 지역 한 복판에 가난한 거대한 무슬림 지역이 있는 이유는, 이들의 조상이 이전에 ‘무굴제국’의 주둔군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점령군의 후손들이 이슬람 제국 멸망한 후 초라한 소수집단으로 전락한 모습이 참 안쓰럽더군요. 외국인 선교사는 전혀 없고, 현지인 목회자도 드문 곳이지요. 그곳에서 200개 이상의 팩을 나눌 수 있었으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이를 위해 주님이 우리 차를 잠깐 멈춰세우고 고치는 시간을 주신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차를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 언덕에서 차가 아예 멎어 버렸습니다! 저와 두 자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차를 밀어가며 큰 수고를 한 끝에 간신히 시동이 다시 걸렸지요. 우리는 예상보다 두 시간이나 여유있게 출발했지만 결국 40분이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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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도착한 ‘나식’은 제가 2006년도에 예수전도단 단기선교팀으로 한 달을 살았던 곳으로, 아주 전통적인 성공회(북인도에서는 CNI교단) 교회가 있습니다. 인도 성공회 교단의 교리는 개신교와 비슷하지만, 때로는 천주교보다 더 전통적인 의식에 매여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인도 성공회 교회는 대부분 침체 상태인데, 제가 2006년도에 갔던 이 나식 성공회 교회(성 안드레 성당)와 그 주변은 달랐습니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교회 본당이 꽉차고, 마당까지 교인들이 앉아야 했습니다. 많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정말 열심히 전도하는 사람들로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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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그리고 코로나 이후에 다시 만났는데 놀랍게도, 알고 지내던 신부님은 지금까지도 같은 성당, 같은 교구를 맡고 있었습니다. 주교(Bishop)가 절대적인 인사권을 갖고 사제들의 본당 인사명령을 내리는 성공회에서는 참 있기 힘든 일이라 어찌 된 영문인지 여쭈어봤습니다. ‘신데’ 신부님은 주교령이 떨어져 본당을 옮기게 될 때 마다 수많은 성도들이 ‘아흐메드나가르’ 시의 주교관 마당까지 가서 릴레이 금식을 하며 탄원해서 그렇게 되었다더군요. 그리고 이곳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부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오랜기간 교단의 재정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동안 경험해본 바에 따르면, 인도성공회 사제들이 한국 선교사들과 대화할 때면 십자가 복음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과 같이 원색적인 복음의 깃발을 표방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잦은 교류가 있는 미국, 영국, 한국 등 외국교회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결의했다고 했습니다. 외국인 선교사로 부끄럽고 도전이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벌써 여러 해를 교제하며 동역하고 있는데도, 단 한번도 재정을 요청하기는커녕 도리어 저희가 설교나 사역을 하러 방문하면 어떻게든 교통비라도 쥐어주려 하는 분들입니다. 또 수해나 기근 등의 어려움의 소문을 먼저 듣고 필요를 물어도, 돈보다 전도책자들을 요청하는 분들이기도 하지요.

자동차 수리가 길어져 예상보다 오래 머물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야생 호랑이가 출몰하는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호환을 당할 뻔한 이야기, 문자화가 전혀 되지 않은 언어들로 오디오 성경을 만들어 복음을 전하는 이야기, 경찰도 두려워하는 지역 힌두 자경단(RSS)에게 폭행당한 이야기 등 … 특히 예수님 믿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공개적으로 영상으로 주님께 대한 사랑을 고백한 ‘레베카(가명)’ 자매의 이야기는 압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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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이 자매는 기독교로 공개 개종 후 살해협박 속에 가택연금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자신이 도망하면 주변의 전도자들이 납치한 것으로 단정하고, 그들을 죽여버리겠다는 말 때문에 피신을 포기하고 가족들의 온갖 폭력과 협박 속에 있다고 합니다. 몇 번의 구출 기회마저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성경책을 봤는데, 곳곳에 빼곡한 메모가 가득한 게 도저히 어린 새 신자의 성경책 같지 않더군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자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습니다.

간신히 아띠난드가 차량 수리를 마치고(베터리 통째 교체 등)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저희는 뭄바이로 떠났습니다. 오는 길에 비도 쏟아지고 또 혹여나 차가 또 퍼질까봐 저녁 식사도 못하고 계속 운행하고 에어컨도 조심조심 틀면서 힘들게 집에 오니 자정이 다 된 시간이더군요. 특히 아내와 석정이 송정이는 육체적으로는 너무나 피곤했고, 아띠난드는 생계가 달린 차량의 노후화에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차량수리비로 만만치 않은 추가 재정 지출 및 길어진 일정으로 목 디스크 통증이 가득했던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로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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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이번 여정 덕에 내륙의 힌두교 중심지역에 만화 전도책자 4300권(마라티 3600권, 영어 700권)이 전달되었고, 네팔인 이주 노동자 부락에 1200권, 구자라트 산간 지역에 절제회 전도팩 340개와 주일학교 공과 두 박스와 신약성경 한 박스가 전달되었다고. 또, ‘리틀 파키스탄’ 비완디의 무슬림들을 중심으로, 400여 명에게 직접 절제회 전도팩이 나뉘어졌다고.

그러면서 이런 말을 서로 나눴습니다. “오늘 사역으로 몇 명이 구원을 받았을까?” 주변에서 하는 말 중 가장 비관적인 예측 “수백권은 뿌려야 한 명이 예수 믿을 겁니다”라는 말에 따라도, 십 수명은 구원을 받지 않았을까? 이것 만으로도 오늘의 고생은 가치가 있다! 그렇게 서로 아멘 아멘 하며,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고난의 800리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원성웅 목사님의 말씀처럼 선교사는 차비를 아껴서는 안된다는 말을 되새깁니다. 그 길을 오가며 나눈 각종 전도책자들이 다시 한번 이 땅을 밝히는, 십자가 복음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외국 재정 및 잘못된 신학을 거부하고, 박해와 외로움 속에 묵묵히 전진하는 나식의 성도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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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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