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 믿음의 삶
“아빠, 하나님이 아빠를 사랑하신대요. 치료 잘 받고 계세요. 교회 갔다가 올게요.”
아빠를 뒤로하고 1박 2일 교회 어린이 캠프에 참여하러 갔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모두 다 잠이 들어 있는 새벽, 캠프장에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속에서 울려 퍼지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 “아빠가 돌아가셨다. 빨리 와라.” 그렇게 난 아빠의 죽음을 맞이했다. 아빠는 당뇨라는 오랜 지병이 있으셨고 당뇨합병증으로 응급상황을 여러 번 맞았다. 이때도 긴급한 상황으로 응급실에 입원하셨고 예전에 잘 회복되셨기에 이번에도 괜찮을 줄 알았다.
앞서 응급실에서 아빠의 숨이 곧 넘어갈 듯한 상황 속에 난 급히 아빠에게 복음을 선포했다. “아빠 한 번만 아멘 하세요. 예수님을 마음속에 영접하신다고 한마디만 하시면 돼요.” 그러나 아빠는 끝끝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예수님을 영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께 더욱 간절히 매달렸다. 그런데 죽음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장례를 치르고 바쁘게 아빠의 짐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속에서 엄청난 공격이 시작됐다. 아빠를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했는데,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아빠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 왔는데, 왜 우리 아빠를 구원해 주지 않으셨는지에 대해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믿음의 삶을 산다고 고백했던 나의 모든 삶이 내 부모에게조차도 제대로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것 같은 정죄감이 밀려들기 시작하니 부끄러움과 허무함이 몰려왔다. 원망과 어둠으로 집 밖을 나서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전화 한 통 받는 것도 어렵고 힘들었다. 그리고 아빠에게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후회스럽고 나 자신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여를 골방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읽은 글 하나가 내 마음을 쳤다.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나요? 그렇다면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있나요?” 이 물음 앞에 나는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내 모든 삶의 기반인 하나님을 거부하고는 살 수가 없는 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결론은 여전히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선하시다.’라는 명제 앞에 나의 결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님이 선하시면 하나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도 선한 것이라는 결론을 찍고 나아가면 된다. 토기장이인 그분께 피조물인 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대들 자격이 내게는 없다. 비록 내 육신의 아비가 내 귀에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겠다는 소리를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기도를 통해 롯을 소돔과 고모라 땅에서 구해 내셨듯이 내 아비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 영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으리라는 믿음으로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
아빠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선하심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한 말씀이 내 안에 들려지니 그 말씀은 나를 어둠의 굴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했고, 내 평생에 의지할 말씀이 되었다.
올해가 아빠가 돌아가신 지 6주기이다. 그동안 내 앞에 넘기 힘든 산처럼 믿음이 흔들릴 만한 상황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디모데전서의 말씀을 통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믿음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하셨다. 그래서 오늘도 선하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힘든 산을 넘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하심에 감사하다. 할렐루야! [복음기도신문]
이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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