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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잠깐의 전깃불과 풍성한 식탁으로 행복한 마니푸르 고아원

▲ 마니푸르 고아원에서 식사를 배식하고 있는 MK들. 사진: 원정하.

오는 7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도를 떠나 한국의 기숙학교에 들어갈 석정이와 송정이. 이 아이들에게 인도에서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을 물으니 놀랍게도 ‘마니푸르’를 골랐습니다.

사진 : 원정하 제공

아직 내전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고 문명의 이기도 적은 곳이지만, 가장 친한 친구인 ‘데이브, 주호, 아셀’ 삼형제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 아이들은 ‘차오&유나 선교사 부부의 자녀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도착 전에 이미 경고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요즈음에는 내전 상황이 거의 끝나서 총 맞을 위험은 적은데, 전기가 없다고… 누가 송전탑에 방화를 했다 하더군요.(안그래도 전력공급이 불안한 지역인데)

전에는 인터넷 통제가 심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전기는 없어도 인터넷은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외장 배터리를 있는대로 충전해서 북동부 땅끝까지 날아왔습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제공항’, 소형 비행기 한대 뿐인 활주로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지역은 ‘쿠키’족과 ‘메이떼이’족의 내전이 벌어진 후, 난민캠프와 고아원 등을 돕기 위해 이미 수 차례 저 혼자 방문했었습니다. 지난 몇 번은 정말 목숨을 걸고 왔었는데, 정부군, 내전 반군, 정부측 민병대의 위협적인 검문과 전쟁의 폐허를 보며 지나다녔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거의 그런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내전은 진행중이지만, 각자 영역만 철저히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 정보를 사전에 알았기에 아내와 아이들도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사진 : 원정하 제공

이번에는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추억 여행의 뜻이 더 크지만, 그래도 온 이상 최소한의 구호활동은 하고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저희에게는 ‘빈민식사 지정헌금’이 300만원 가량 있었습니다. 고아원 두세 곳에 특식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이지요.

이곳의 고아원들에는 고아가 아닌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정글 깊숙한 부족 사람들은 자녀를 교육시킬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버리기도 하거든요. 또 부모가 장애가 있거나 편부모인 경우도 있고, 고아원 문 앞에 갓난 아이를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난민을 받기도 하고요. 요즈음에는 코로나와 바로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합니다.

정부는 아이 한명당 한달에 2100루피(3만 4000원)를 보조하는데, 교육비는 인근의 무료 정부 학교가 있으니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부패한 지역의 정부학교는, 교사들이(월급만 받고) 거의 출근을 하지 않아 방치되어 있을 뿐입니다. 사실 이 교사들의 월급도 제대로 지불이 되지 않고, 지불된 것도 상당부분 누군가에게 뇌물로 나갑니다. 그 대신 이 ‘정부학교 교사’들은 훗날 은퇴 공무원으로서 이런 저런 복지를 누리게 됩니다.

사진 : 원정하 제공

교사 월급 체불과 교사 이중직이 서로의 변명이 되고, 그 와중에 사립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은 미래를 잃고 죽어가는 것. 이것은 비단 마니푸르 뿐 아니라 전 인도의 문제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고아원은 고아들을 위한 학교도 직접 운영해야 합니다. 한 아이의 의식주에 교육비까지 하면 2100루피로 턱도 없는데,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인가하고 재정을 주는 아이들보다 이리저리 들어온 아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정부는 이번 내전으로 신설된 수많은 난민캠프들을 우선적으로 돕느라 원래부터 있던 고아원을 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거기에 부정부패도 심해서 2023년에 집행되기로 한 재정이 2024년 5월인 지금도 오지 않았다더군요. 그래서 법원에 고소해서 승소했지만, 돈은 오지 않는답니다.

저는 2019년부터 이 지역 고아원이나 난민캠프들을 연 1-2회 방문하고 있는데, 특식으로 돼지를 한마리 잡아주면 아이 한명당 장조림 두 쪽 만큼 주더군요. 제가 준 고기를 아끼고 아껴서 여러번에 걸쳐 주려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차오&김유나’ 선교사님의 비즈니스 사역인 ‘오빠김밥’을 통해, 제육볶음+김밥+닭도리탕 등을 충분히 사 갑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배식까지 하지요. 인당 한화로 만원에 가까운 럭셔리한 식사가 무한으로 공급되고, 고아원 인력들도 일체의 조리와 뒷정리를 안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다들 제한없이 몇 번이고 먹고도 남았습니다.

▲ 볼 때마다 안쓰럽고 신기한 전통 식사자세. 사진 : 원정하 제공

거기에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에서 제공한 ‘절제회 전도팩(금주금연 팜플릿 + 만화전도책자 + 껌 세통)’과 ‘킨더조이’ 초콜릿까지 주어지니 풍성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어려운 고아원에서 150여 만원의 재정을 ‘딱 한끼’에 끝내버리는게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원장님께서 잘 운영하시게 드리는게 효율적일수도 있지요. 저도 13년차 프로 사역자니 모르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오는 일년에 한 두 번씩은 ‘맛있는 음식을 눈치 안보고 배가 터지게’ 먹어보는 경험이 아이들 정서에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장기에는 한번씩 이런 경험이 있어야 키도 큽니다. ‘오빠김밥’과 함께하는 ‘한식 페스티발’입니다. 대한민국 홍보 + 비즈니스미션 돕기+고아들 축제 + 금주금연 홍보가 함께하니 약간의 비효율은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식후, 아이들은 즐겁게 노래부르고. 고아원에서도 우리 일행에게 ‘나가 빠오메이’족의 전통 숄과 스카프 등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저는 밥 먹인 후 이런 저런 세러모니들을 받는걸 워낙 미안해서, 최소한의 시간만 쓰고 헤어졌습니다.

사진 : 원정하 제공

다행히 고아원에는 석유로 작동되는 인버터가 있어서 정전임에도 충분히 전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숙소에 도착하니 전기가 없어 촛불을 키고, 수도 펌프도 작동이 불안해 바케스에 지하수를 가득 받아 두어야 했습니다. 숨막히는 더위에 선풍기가 안 돌아가니 밤새 죽겠더군요.

전기를 ‘문명의 이기’라기에는 우리 삶의 기본 값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미 1887년에 경복궁에 들어와서 고종과 궁녀 내관들이 누리던 것이니까요. 이제는 왠만한 선교지나 오지에서도 쓸 수 있는 게 전기입니다.

그런데 2024년에 전기없는 며칠을 그것도 아이들 마지막 추억 여행을 보내니 쉽지 않네요. 더운데 샤워도 맘껏 못하고.

그래도 찬란한 전깃불과 선풍기 밑에서 돼지고기, 닭고기, 초콜릿을 실컷 먹고 행복해 하던 고아들을 생각하며, 마침 작동되는 인터넷으로 이것도 신비롭게 이 글을 작성합니다. 주님께서 아이들을 키우시고, 내전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 땅의 빛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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