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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청년들] ① “앞으로 나아질 거란 희망 안 보여”

▲ 청년 (PG). (강민지 제작, 연합뉴스 일러스트)

우울증 환자 100만명 넘어…35.9%가 2030 청년
취업·대인관계 어려움에 상담…”조언·격려보다 공감이 먼저”

편집자 주 =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각종 수치나 통계가 위험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는 만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정신건강 문제의 현 주소와 대책을 점검하는 기사를 매주 1건씩 4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한국 청년들의 정신건강 신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우울증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중 2030 청년이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청년층의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을 비롯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취업, 대인관계 등으로부터 오는 정서적 우울증이라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최근 들어 지속되던 우울한 기분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업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급기야 출근해서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A씨는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찾아가 진료받으니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이처럼 우울증은 생각, 동기, 의욕, 수면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돼 일상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상태를 말한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A씨와 같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20·30대 환자 수는 각각 19만4천여명, 16만4천여명이었다.

이는 같은 해 집계된 전체 우울증 환자 수인 100만명의 35.9%에 달하는 수치다. 각 연령대로 놓고 봐도 20대가 가장 많았고 30대가 그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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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그 좁은 틈새로.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화상 면접을 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정신건강센터 상담 건수도 함께 증가했다.

대구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2022년 진행한 상담 건수는 6만5천59건이었는데 이 중 35%(2만2천703건)가 20∼30대였다. 다음 해 상담 건수는 5만738건으로 줄었는데 오히려 20∼30대 비중은 37%(1만8천585건)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센터를 찾는 청년들은 주로 취업, 대인관계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업 준비에만 6년을 보낸 명문대 출신 강준환(가명·30)씨는 “회계사 준비를 몇 년 하다가 번번이 떨어져 사기업을 목표로 방향을 틀었는데도 쉽지 않다”며 “점점 다음 시험에 도전할 의욕이 줄어들었고 그사이에 체중은 10㎏이나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오정민(가명·28)씨는 “친하게 지낸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숨졌는데 그 충격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며 “처음에는 대인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는데 점점 심해지더니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처 사람들과의 미팅이 잘 안되니 업무 실적도 떨어졌다”며 “저조한 실적은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우울증에 빠진 청년들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0∼2023년 7월까지 파악한 악성 임대인으로 인한 피해자 10명 중 8명은 20∼30대였다.

전세 사기 피해자 김진수(가명·27)씨는 “전세 사기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감정이 들쑥날쑥해졌다”며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잠도 안 와서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신이나 행동이 조절이 잘 안돼 결국 나중에는 정신과 진료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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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S 생명의 전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가 우리나라 자살 동기 1위(39.8%)인 만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지난해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2025년부터 우선 도입된다. 검진 대상 질환도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현병과 조울증 등이 추가됐다.

우울증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마음건강지원 정책도 실시한다. 마음건강지원은 우울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의 회복을 위한 전문 상담 서비스다.

다만 이러한 정책에 대해 호응을 이끌려면 적극적인 홍보나 공공 상담센터의 이미지 쇄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는 나온다.

한 직장인은 “대학생 때 공공 상담센터에서 무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며 “그 이후로는 아무래도 편견이 생겨서 지자체 상담 센터는 잘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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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상담.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사진)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병원 진료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막연한 희망적인 얘기 혹은 어설픈 조언과 격려는 우울증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흔히 실수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괜찮아질 거야”, “힘내보자” 등이다.

박일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은 본인이 처한 현실을 아무런 희망이 없고 굉장히 막막한 상황으로 본다”며 “이런 사람에게 좋아질 거라고 얘기하면 오히려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응급실에 자살 시도 환자가 오면 막연히 좋아질 거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환자 얘기를 가만히 듣고 나서 ‘정말 힘들겠다’, ‘막막하겠다’, ‘답이 안 보일 것 같다’고 공감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해결책이나 희망적인 얘기를 하기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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