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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오카에리나사이

사진: Unsplash의 Galen Crout

‘오카에리나사이’(잘 다녀왔어요?)

동네 어귀로 들어오는 길목에 들어서니 꽃에 물을 주고 계시던 할머니가 반겨 주셨다.

나는 ‘타다이마‘(다녀왔습니다) 인사했다.

캐리어를 끌고 커다란 배낭을 멘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한국 여정을 마치고 오사카 집으로 왔다. 집 앞 센토(목욕탕) 커다란 굴뚝에서 연기가 몽글몽글 나고 있었다. 센토 아주머니가 영업 시작을 알리는 일본풍 커튼을 문 앞에 걸고 있다.

‘오카에리나사이’ 반겨 주신다. 나는 ‘타다이마‘ 인사했다. 따가운 햇볕에 나와 일광욕을 하는 길고양이들이 웅크리고 앉아 눈을 마주친다. 나는 ‘타다이마’ 했다. 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편물들과 다다미 냄새가 ‘오카에리‘ 한다. 나는 ‘타다이마’ 했다.

그 사이 더워진 날씨는 내 마음을 바쁘게 한다. 석유난로를 비닐로 봉해서 치우고 카펫을 걷어내고 이불도 여름 것으로 바꿨다. 가게에 가서 대나무 발을 사서 창문에 달고 커튼을 시원한 것으로 바꿨다. 원래 이 집 주인 할머니 살림이라서 사용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이번에도 조금 정리했다. 낡아 삐걱거리는 라꾸라꾸 침대를 시청에 신고했더니 치워줬다. 방이 훤해졌다. 한국 여정을 다녀올 때마다 난 일본을 이렇게 다시 안는다. 방 하나를 도배를 할까 했는데 이것은 다음 번에 하련다.

한국에서 가져온 양말, 마스크 팩, 과자선물을 가지고 우리(조선)학교에 ‘타다이마’ 인사차 다녀오려고 전화를 했다. 6월부터 계속 오게 되는 선교팀 일정도 상의해야 했다. 교장선생님 목소리가 왜인지 작다. ‘정말 미안합니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며 자꾸 미안하다고 하신다.

사실은 반년 전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 정부에서 우리(조선)학교를 돕는 단체들을 금지했다. 우리 부부에게도 정부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신분은 하나님밖에 없으시네요 하며 하던 대로 하라고 했다. 우리(조선)학교에서도 두 분은 하던 대로 그냥 오면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하던대로 했다. 아이들 졸업식에 가고 급식에 가고 김치도 담아 가고 수업도 보러 가고 우리학교를 보고 싶어 하는 선교팀들과 학교에 가서 하던 대로 만나고 놀았다.

그런데 이제부터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한국 손님들이 우리(조선)학교에 오는 것을 금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10년을 넘게 우리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처음 일어난 일이다. 많은 시간 속에 믿음의 발걸음들이 함께 했었다. 함께 웃고 울었다.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기도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이제는 기억하겠다고. 이제는 기도하겠다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님의 발 곁에 앉아 주님만 바라는 심령이다. 늘 주님과 함께 주님을 신뢰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듯 마르다처럼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난 참 욕심이 많은가 보다.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다. 마음에 미묘하게 짜증이 자꾸 오른다. 생각하고 진행하던 것들에 차질이 생겼다고. 이제야 조금 바빠지는데요.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사실은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내게 물으신다. 알고 있잖니?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된다(눅10:42)’고 하나님께서 쉼표를 주실 때는 이유가 있으신 거다.

노아는 방주를 완성하고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가족과 동물들을 모두 방주로 들였다. 칠 일이 지나고서야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요나를 니느웨로 보내기 전 물고기 뱃속에 넣었다. 그리고 사흘 후에 니느웨에 토해 내게 하셨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창조를 마치고 아담을 깊게 잠들게 하셨다. 잠들게 한 아담의 몸에서 갈비뼈 하나를 빼내어 그의 신부를 만드셨다.

비가 올 때까지…
니느웨에 토해 낼 때까지…
신부를 만드실 때까지…
‘오카에리나사이’ 반겨주는 이 땅에서 즐거이 노래하리라.

하나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로마서 14:17)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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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 사랑은 여기 있으니(나침반,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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