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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이 아이는 누구요?

Unsplash의 insung yoon

얼마 전 한국 여정에 신혼부부 집에 다녀왔다. 전철을 타고 인천 송도 종점에서도 좀 더 가서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두어 시간이 걸렸다. 일본 땅에 아웃리치를 왔다가 계속 교제를 하며 지내던 형제가 사십이 넘은 나이에 하나님이 주신 짝을 만나 결혼을 했다. 집 안은 상상하듯 신혼의 고소함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식탁에 꽂아 있는 핑크 장미마저 달콤했다.

신부는 베트남에서 온 ‘사라‘자매이다. 어떻게 한국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들었다.

어릴 적 베트남에서의 삶은 넉넉지 않았단다. 우연한 계기로 언니가 먼저 크리스천이 되었는데 언니를 도와주는 후원자를 통해 다섯 남매와 부모님이 예수님을 만났단다. 그리고 다섯 남매 모두가 열방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영어가 가능하게 되었고, 사라 자매는 한국 송도에 있는 무역회사에 올 수 있었단다.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이쁜 사랑을 맺었다고.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자들이 가지는 믿음과 사랑을 풍성하게 받았다고 고백하는 사라 자매의 하나님 이야기가 참 은혜이다.

넘치게 받았기에 받은 것을 베풀며 살고 싶다고 한다. 송도에 있는 교회에 베트남에서 온 50여 명의 사람들이 매주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단다. 하나님이 주신 복을, 지식과 지혜를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베트남 국적으로 살지만 결혼 후 2년이 지나면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보다 좀 더 삶이 자유로워지면 더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식탁이 차려졌다. 부부는 손수 만든 베트남 음식으로 대접하려고 소중한 휴가를 이렇게 사용했단다. 아침부터 진하게 우린 닭 육수로 닭고기와 야채가 듬뿍 올라간 쌀국수를 만들었다.

곁들인 음식이 ‘반꾸온‘이라는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것인데, 여러 가지 야채와 새우를 다져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기름에 한 번 튀기고 먹을 때 다시 에어프라이기에 구워 그 고소함을 더 했다. 짜지 않게 직접 만든 피시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이 있다. 별미였다.

커피와 차, 비스킷까지 전부 베트남에서 온 것이었다. 자매에게 있어 최고로 맛있는 것들이다. 맛있는 것을 대접하는 자매의 얼굴이 마냥 기쁘다. 어디에서 있든 마음에 내 나라가 있다는 것은 이렇게나 기쁨이요, 든든함이다.

작년 여름에 우리(조선) 학교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4살 아이가 오빠들과 놀다가 팔이 빠진 일이 있다. 급하게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신분증이 필요하기에 아이와 엄마의 여권을 드렸다. 그랬더니 이것으로는 신분 확인이 안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산다고 했더니 일본 신분증으로 달라고 하는데 그것은 없다고 했더니, ‘그럼 이 아이는 누구요?’ 한다.

여권을 보기에는 내 것과 똑같았는데 무엇인가 달랐다. 한국 국적으로 바꾸고 여권을 발급받아서 왔지만 신분확인이 안 되었다. 여행을 위한 목적에만 이용이 된다. 재일 조선인이 조선 국적으로 살면서 잠시 사용하는 ‘여행 증명서‘와 다를 것이 없다. 5대에 걸쳐 일본에 살지만 일본인도 아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조선) 학교에 다니니까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과 북한은 수교가 되어 있지 않기에 이것은 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일본 정부도 아무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 아이는 우리네 할머니의 할머니의 나라,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라, 조선 아이이다.

노아는 하나님이 비를 내려 홍수를 일으킬 테니 산 중턱에서 큰 배를 만들라는 말씀을,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100년을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묵묵히 그 일을 감당한다. 이런 동행이 하나님의 일을 가능하게 한다.

“노아는 그와 같이 하여 하나님이 자기에게 명하신 대로 다 준행하였더라” (창세기 6:22)

사라진 나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날을 위해, 묵묵히 배를 만들자.

우리는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어찌할 수 없는 문제,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난다.

그날을 위해, 묵묵히 내 안에 밀려오는 혼란, 답답함에도 하나님이 명하신 말씀대로 살아가자.

주님이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자들에게 풍성하게 주신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끝까지 걸어가 보자.

자꾸 넘어지고 또 고꾸라져도 우리의 믿음의 반응과 순종을 통해 그분이 이루어 가신다.

(조선 아이야, 너의 나라는 저 하늘 하나님 나라란다. 너는 그 나라의 아름다운 신부란다.

이것이 우리의 기쁨이요, 든든함이란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 (로마서 10:4)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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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 사랑은 여기 있으니(나침반,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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