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무속신앙의 상징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이 세워져 있는 곳. 그 인근에는 일제 때부터 설립돼 지역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어온 교회가 듬성듬성 세워져 있다. 경북 의성군에서 마주친 풍경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곳이 최근 온 백성에게 미칠 기쁨의 좋은 소식, 복음의 열기로 후끈하다.
삼성연합의원 원장 권순효 장로가 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겨자씨선교회(안계면 용기리 소재)를 지난 12월말 찾았다. 지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매주 화요일 오전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조그만 선물꾸러미를 들고 전도팀을 구성, 가가호호 심방에 나선다. 지역 영혼 구원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선교회 회장 권순효 장로와 부인 김정화 권사를 만났다. <편집자>
– 지금 안계 지역이 전도를 통한 영혼구원의 열정이 뜨겁다고 들었다.
권순효 장로(이하 권): “지난 12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모여 함께 예배드리고 전도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150여 명이다. 매주일 이렇게 모여 지역 곳곳으로 전도하러 나간다. 주님이 은혜를 허락하셔서 모두들 열심이다.”
– 언제부터 이런 모임이 시작됐나?
권: “아내가 꽤 오랫동안 영혼구원에 대한 열정으로 전도에 열심을 냈다. 저의 고향인 이곳으로 와서도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전도를 하던 중 주님 은혜로 2010년에 선교회를 조직하면서 이같은 전도모임이 활성화 됐다.”
– 전도에 대해 특별히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계기가 있나?
김정화 권사(이하 김): “예수 믿는 사람으로 전도는 성도의 당연한 의무라고 배웠다. 그런데 전도는 쉽지 않았다. 한때 대구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를 할 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참 잘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도전이 됐다.”
– 그 선생님이 전도에 대해 조언을 해주셨나?
김: “그분이 내게 성령세례에 대한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오랜 신앙생활을 했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 사도행전 1장 8절을 보면,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다는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성경을 열심히 읽고 찬송하고, 기도를 열심히 했다.”
– 변화가 있었나?
김: “1986년이다.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난다. 그해 7월 16일 교사학생기도회에 가서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도중 내가 정말 죄인이라는 사실이 깨달아 졌다. 용서를 구하며 회개하고 주님께 매달렸다. 그렇게 기도하던 중 주님이 전혀 예상치 않은 은혜를 허락하셨다. 오랜 지병이던 무릎 통증이 씻은 듯이 나았다. 그렇게 은혜를 받고부터 전도에 더 열심을 내게 됐다.”
수련회에서 죄인임을 깨닫다
– 학교 교사로서 계속 전도했나?
김: “2000년도에 학교를 사임했다. 당시 남편은 울산에 소재한 한 병원의 페이닥터였다. 그 무렵, 교회에서 구역 권찰로 섬기며 전도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안계로 들어오기 전까지 2년 동안 대구에서 열심히 전도했다.”
– 어떻게 이곳 안계로 오게 됐나?
권: “이곳은 나의 고향이다. 삼분리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증조부께서 그곳에 삼분교회를 세우셨다. 11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그 어르신이 인재양성을 위해 세운 삼성중학교를 다녔다. 의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이곳 고향마을 섬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병원을 개원하면서 바로 이곳에 오게 됐다.
– 그래도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권: “아내가 나이 들고 쇠약해져서 고향에 가는 것보다 힘이 있을 때 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 말에 용기를 냈다. 언젠가 이곳에 들어올 것이라면, 빨리 들어가자. 그런 마음으로 2002년에 들어와 개원을 하게 됐다.”
– 병원일도 만만치 않을텐데, 선교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권: “병원을 지으면서 이 지역을 찾는 목회자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룸(숙소 공간)도 만들었다. 어느 날 이 게스트룸에 머물던 한 목사님이 우리 부부의 얘기를 듣고 난 이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갑작스럽게 전도를 위한 선교회를 조직하게 됐다.”
2010년 선교회가 발족하고 계간으로 발간되고 있는 겨자씨선교회의 소식지에 기재된 첫 번째 기도제목은 지역교회의 부흥과 지역 복음화다. 안계는 의성군의 서부 7개면(안사면, 신평면, 다인면, 단북면, 단말면, 비안면, 안계면)의 중심으로 지금도 5일마다 열리는 안계장으로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활발하다. 현재 선교회 모임은 인근의 지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 아무리 고향이지만, 병원을 개원하면서 안정화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권: “주님 은혜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 병원을 개원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먼저, 주일 성수였다. 다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는 했다. 안계장이 주일과 겹치면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장도 보고 병원에도 올 수 있는데, 병원이 진료를 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주일날 쉰다는 원칙을 세우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받아들였다.”
– 선교회를 통한 전도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병원 부지에 지어진 선교회 사무실에서 모임이 있다. 함께 예배하고 간증도 나누는 모임을 가진 뒤, 지역 주민들의 집과 사무실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도한다.”
– 어떻게 전도가 이뤄지고 있나?
김: “모임을 마치면 참석자들이 겨자씨선교회에서 준비한 전도지와 물건을 받아 간다. 한 세트에 3000~5000원 정도 되는 선물이다. 시골지역에서는 인심이 후해야 한다. 집을 방문하는데 빈 손으로 가기보다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선물은 설탕, 김, 식용유, 커피, 주방세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생필품 위주로 한다.”
– 이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권: “회원들이 회비를 낸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백개씩 마련해야 하는데, 회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금액은 선교회가 부담하고 있다.”
선교회보 30호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9월까지 회원들의 회비 수입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도용품으로 구입한 비용은 2000만원을 훨씬 넘어선다. 그 차액은 결국 선교회 임원으로 섬기고 있는 회장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선교회의 활동을 지역주민들도 안다. 병원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금귀분 권사(안계교회)는 “장로님 부부가 이 지역을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도하고 봉사하고 헌신적으로 섬기는 것을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능력의 복음은 변화를 가져온다
– 선교회에 성도들이 얼마나 참여하며, 이 전도활동을 통한 결신자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권: “매월 50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3/4분기 동안 20명 정도가 결신해 10개 지역교회에 등록했다.”
– 이같은 전도활동과는 별개로 성경공부 모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2015년 봄부터 모임이 시작됐는데, 사실은 2014년 말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몸이 대상포진으로 많이 아팠다. 살림과 병원과 선교회 일로 몸에 무리가 왔던 것이다. 이 병은 조기에 잡아야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 그러다 누워서 TV에 빠지고 생활이 나태해졌다. 한 지인을 통해 인터넷으로 설교 한 편을 들었다. 그렇게 찾아서 듣는 과정에 두 분의 영적 지도자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 어떤 분들인가?
김: “유기성 목사님(선한목자교회)과 김용의 선교사님(순회선교단)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 두 분의 메시지를 듣게 됐다. 지금도 그 말씀을 들으며 받았던 충격과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너희가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가 너희 안에 계신 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버림받은 자라’ 고린도후서 13장 5절 말씀이다.”
– 그 말씀에서 어떤 내용이 도전이 됐나?
김: “성경에 있는 말씀이지만, 내가 죽고 예수 그리스도가 사신다는 말씀을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계시다니. 성경을 몇 번씩 읽었는데 정말 생소했다. 충격이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의 가치기준이 달라지고 삶에 변화가 나타났다. 이 복음을 전해야겠다. 이 복음을 나눠야겠다고 다짐하고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 성경공부 모임을 소개해 달라.
김: “십자가 복음의 내용 중 복음, 믿음, 십자가, 죄, 기도, 사명 등의 주제에 대한 대표적인 메시지를 선택해서 이를 성경공부원들이 듣고 오게 한다. 공지사항이나 필요한 자료 등은 스마트폰으로 SNS(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모임은 주 한 차례 정도 갖고 참가자들의 상황에 따라 16주 또는 20주 동안 진행된다.”
– 성경공부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김: “공부시간에 참여하기 전에 미리 제시된 영상을 보고, 설문지에 적혀 있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써오도록 한다. 공부의 초점은 십자가 복음의 진리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성경의 객관적인 진리가 내게도 적용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 성경공부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변화가 있나?
김: “먼저, 내가 변했다. 그러나 십자가 복음이 말하는 것은 그런 내가 십자가에서 죽었고 예수님이 내 안에 사신다는 사실이다. 함께 주제를 나누면서 내가 경험하고, 성경에서 이야기한 삶의 영역들을 나눈다. 그런데 복음이 능력이니 당연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그렇게 변화가 나타난 분들이 있는가?
김: “정말 복음은 능력이다. 한 분은 교회 집사님인데, 오랫동안 알콜 중독 수준이었다. 직장에서도 성실하다. 그런데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술을 사들고 집에 가서 마셨다. 그런데 성경공부 모임을 몇 주 참여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갑자기 술이 마시기 싫어졌다고 했다. 또 한 분은 병원 의료진인데, 그분의 변화를 환자도 알아볼 정도였다. 환한 얼굴을 보고는 몇 달 전에 만난 그분이 맞냐고 되물어보기도 했다. 또 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진 검사 결과지를 보고 자신의 일인것마냥 기뻐하며 환자에게 달려가 전달하는 모습에 자신도 놀랐다고 했다.”
– 복음의 무엇이 그런 변화가 나타나게 했다고 생각하는가?
김: “나도 그러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식적으로 동의한 것을 믿는다고 여긴다. 착각이다. 십자가 복음은 교리가 아니라 생명이다. 성경공부 모임을 통해 객관적으로 선포되는 진리를 내 삶에 비춰보면 자연스럽게 진리가 아닌 영역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때 믿음을 취하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성경공부 모임은 일주일에 몇 차례 진행됐다. 그 중 하루는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다니며 성경공부 모임을 이끌고 있다.
– 복음의 진리에 반응하면서 결단한 내용이 있는가?
권: “십자가 복음을 알아가면서 내 삶의 영역에서 진리가 적용되지 않은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계에는 오랫동안 통용되어 오던 뒷거래 관행이 있다. 하지만 복음의 빛이 내 삶에 비취면서 더 이상 그 같은 흐름에 나를 맡길 수 없었다. 물론 이를 실행하는 데는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또 주님이 지혜를 주셔서 그런 재정이 정말 필요한 기관이나 단체로 흘러갈 수 있도록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두 분의 삶은 다양한 간증과 고백으로 넘쳐났다. 조용한 시골마을을 복음으로 요란케 하는 두 분의 삶을 주님이 어떻게 이끄실지 더욱 기대된다. [GNPNEWS]
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