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최요나 칼럼] 움켜진 손을 펴기까지

사진: Unsplash의 Lina Trochez

소리전쟁 16

“에서와의 만남을 앞두고 야곱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낸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생각에 흥분이 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을까? 아니면 벼랑 끝에 서야 하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을까?”

에서와의 만남을 앞두고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에서는 자신을 죽이려고 칼을 갈았던 사람이 아닌가! 에서의 장자권과 축복을 가로챈 야곱에게 들에서 자란 사냥꾼이었던 에서의 존재는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 사자들이 야곱에게 돌아와 이르되 우리가 주인의 형 에서에게 이른즉 그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주인을 만나려고 오더이다.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자기와 함께 한 동행자와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고 이르되 에서가 와서 한 떼를 치면 남은 한 떼는 피하리라 하고”(창 32:5-8)

야곱은 준비해야 했다. 에서의 기질과 성정을 아는 야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대비해야 했다. 두려움의 늪에 빠지면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데 그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사람이다. 야곱의 마지막 움켜진 손가락을 펴기 위해 하나님은 ‘에서와 사백 명’을 보내신다. 하나님은 외삼촌 라반을 붙이셔서 이십 년간 야곱을 다듬으셨고, 시기, 질투, 경쟁심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을 보란 듯이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두 아내 레아와 라헬 사이에서 야곱은 자신의 움켜진 손가락을 조금씩 피면서 주님의 일하심을 목도하였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바로 앞에 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야곱의 ‘꼼수’는 빛을 발한다. 하나님의 약속도 말씀도 두려움에 휩싸이면 한쪽 귀로 듣고 흘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미 하나님은 야곱에게 언약을 맺으셨고, 은혜를 베푸시며,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하셨지만, 지금 야곱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실재가 아니라, 에서가 사백 명을 데리고 온다는 것이 더 큰 실재였던 것이다. 예전에 이 말씀을 접할 때는 왜 이렇게 야곱이 두려움이 많은지,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그에게 나타나 약속의 말씀까지 주셨는데 왜 이리 믿음이 없는지, 왜 이렇게 생각이 많고 복잡하며 계산적인지, 왜 이렇게 자기 꼼수를 의지하는지 참 애처롭고 안되어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야곱의 모습과 삶의 흔적들은 사실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지 않는가?”

그 사람의 진정한 내면의 깊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진짜 본 모습은 ‘벼랑 끝에 서 있을 때’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나님은 야곱의 마지막 움켜진 손을 펴기 원하셨다. 야곱에게 있어서 에서는 정말 ‘두려움 중의 두려움’이었다. 그것도 사백 명이나 데리고 마중 나온다는 것이 야곱에게는 사형과도 같은 심판이었다.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창 32:11)

주님께 간구했고 주님의 약속을 선포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일 때가 참으로 많다. 야곱의 머리는 참으로 비상했다. 에서를 위해 준비한 예물은 참으로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야곱은 부유한 사람이 되어 있었기에, 예물을 각각 준비해서 에서의 마음을 풀려고 한 것이다. 그것도 거리를 두고, 각각 떼로 나누어 종들의 손에 맡기고, 할 말도 미리 알려주는 야곱을 보라! 얼마나 치밀한 계산과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말이다.

“그것을 각각 떼로 나누어 종들의 손에 맡기고 그의 종에게 이르되 나보다 앞서 건너가서 각 떼로 거리를 두게 하라 하고 그가 또 앞선 자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내 형 에서가 너를 만나 묻기를 네가 누구의 사람이며 어디로 가느냐 네 앞의 것은 누구의 것이냐 하거든 대답하기를 주의 종 야곱의 것이요 자기 주 에서에게로 보내는 예물이오며 야곱도 우리 뒤에 있나이다 하라 하고 그 둘째와 셋째와 각 떼를 따라가는 자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도 에서를 만나거든 곧 이같이 그에게 말하고 또 너희는 말하기를 주의 종 야곱이 우리 뒤에 있다 하라 하니 이는 야곱이 말하기를 내가 내 앞에 보내는 예물로 형의 감정을 푼 후에 대면하면 형이 혹시 나를 받아 주리라 함이었더라”(창 32:16-20)

그러나 야곱은 불안했다. 우리가 잘 아는 ‘얍복강 씨름’ 사건을 흔히 주님께 매달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본문으로 많이 인용하지만, 얍복강 씨름 사건은 하나님이 야곱의 ‘두려움’과 ‘움켜진 손’을 펴 주시기 위한 ‘긍휼의 시간’이었다. 야곱을 살려 주시기 위해 하나님은 그 밤에 찾아오셨다. 하나님을 보고 생명이 보전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시고, 그를 축복하셨다. 야곱이 잘나서, 성숙해서, 인격적으로 본이 되어서가 아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선교와 구원의 계획을 위해 하나님의 방법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시다!

야곱이 어떤 사람이든지, 어떤 환경과 상황에 있든지 하나님만 신실하시다는 것을 보여 주고 계신다. 더 이상 야곱은 갈 곳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허벅지 관절이 어긋났기에 그가 도망을 칠 수 있는 체력이나 신체 조건이 되지 못했다. 사백 명의 장정들을 데리고 나타난 에서를 보고 야곱은 마지막 작전을 세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의 자식들을 나누어 레아, 라헬, 두 여종들에게 맡기는데 가장 먼저 앞세운 자식들은 여종들과 그들의 자식들이며, 그다음에 레아와 그의 자식들이고, 맨 마지막에 세운 것은 라헬과 요셉이다.

“왜 그렇게 했을까?”

“역시 야곱은 야곱이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왜 야곱이 그렇게 줄을 세웠는지 잘 알고 있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야곱은 자신의 가족들을 다르게 줄을 세운다. 두 여종과 자식들은 가장 먼저 앞에 세우고, 자신이 사랑한 라헬과 요셉은 맨 뒤에 두었다. 만일 에서가 자신과 가족들을 죽일 경우, 라헬과 요셉은 맨 뒤에 두었기에 살아날 가능성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야곱의 ‘꼼수’는 나중에 참혹한 ‘대가지불’과 ‘험악한 세월’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야곱처럼 심히 두렵고 답답한 일들로 인해 인간적인 처세와 방법으로 꼼수를 쓰려고 하는가?”

“내가 처한 상황의 소리, 환경의 소리, 두려움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아니면 어떠한 상황에 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을 믿으며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복음기도신문]

최요나 선교사 |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 국제오엠 이스라엘 소속. CCC와 YWAM 예배인도자와 순장으로 사역. 저서 <네가 나의 영광을 짓밟았다>(규장 간, 2020)에 이어 최근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살아왔던 ‘하나님의 소리’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2023년 11월 <소리전쟁(엎드림출판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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