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어두운 데서 발톱을 깎다가 살을 뭉텅 잘랐어요.. 그런데 피가 나는 것도 모르고 계셨어요.
이부자리와 곳곳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느라 부활주일 아침이 분주해지자 저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전기요금 아끼려고 불을 켜지 않았다고 하셔서 더 속상했어요. 제 표정을 보더니 할머니 발가락을 치료하던 이삭이가 말했어요.
“엄마도 할머니가 돼서 실수하면 내가 이렇게 치료해 줘야지.”
예배 후에 아침에 있던 일을 이슬이에게 말했어요.
“불도 안 켜고 깜깜한 데서 발톱을 깎는 게 말이 되니? 전기요금 때문이라니 원…”
“아침에 분주했겠네… 그런데 할머니는 어렵고 가난한 시대를 살아오신 분이니까 그러실 수 있죠.”
남편도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는 이런 말을 했어요.
“발톱이 제법 자라서 깎아드려야지 했는데… 깜빡한 사이에 그렇게 되셨네.”
아무도 어머니를 탓하지 않았어요. 저는 혼자 주방으로 갔어요.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싱크대 위에 붙여둔 말씀이 보이는 거 있죠.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골 3:23)
아들과 저녁 식사를 하시며 어머니가 많이 웃으셨어요. 그래서 저도 따라 웃었어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 했어요.
‘예수님, 저도 좀 착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복음기도신문]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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