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최요나 칼럼] 꼼수와 ‘두려움’

사진: Pixabay

소리전쟁 15

“우리의 움켜진 손이 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리의 움켜진 손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마음에 무언가 자리 잡고 평생 거기에 종노릇하며 사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야곱에게는 참으로 뛰어넘기 힘든 ‘아킬레스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두려움(fear)’이었다. 나에게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그것은 38년 된 ‘소레아시스(주: Psorasis, 심상선 건선 피부병)’라는 피부병 질환이다. 이 병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주는 육체적인 가시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이 된 ‘말더듬’과 ‘피부병’ 그리고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이라는 삼중고는 나의 인생에 허락 없이 찾아온 불청객과 같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부병이라 생각해서 약을 먹고 바르면 나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낫지 않고 점점 심해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시뻘건 나환자의 휴터 같은 이상한 피부 딱지 모양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해야만 했다.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비웃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결혼도 하지 못하고 평생 외로움 속에 살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인 절망감 그리고 사시사철 항상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다녀야 할 고통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어느 날 피부병을 잘 고친다는 ‘무당 할머니’를 소개받게 되었다. 그 할머니는 피부병이 생긴 것은 내 몸속에 ‘더러운 피’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바늘로 온몸을 따서 더러운 피를 빼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옷을 다 벗기고, 내 몸에 ‘소금’을 뿌리고 ‘굿’을 하면서 ‘칼춤’을 추는 의식을 한 뒤에 바늘로 온몸을 따고, 부황으로 피를 짜내기 시작했다. 피가 나오면 그 위에 알코올을 발랐는데, 온 집안에 피와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의술이 아니라 일종의 ‘무당종교의식’이었다.

또한 피부병 환자가 목욕탕에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항상 집에서 따로 물을 받아 씻어야 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아직도 나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의 흔적들로 남아 있다.

요나: “아버지! 오늘 저랑 목욕탕 같이 가시죠?”
요나: “제가 오늘 등을 밀어 드리겠습니다.”
아버지: “나야 좋지만 가도 괜찮겠니?”
요나: “네 괜찮을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병도 아니고 특별한 문제 없을 거예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버지의 손을 잡고 목욕탕을 가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날 용기를 내어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리기 위해 목욕탕을 방문했다. 그리고 옷을 벗고, 아버지랑 탕에 들어가서 등을 밀어 드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즈음에, 관리자 한 분이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관리자: “나가세요!”
요나: “금방 씻고 나갈게요.”
관리자: “다른 데 가서 하세요! 누구 망하는 꼴 보려고 그럽니까?”
요나: “이거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는 병 아닙니다!”
관리자: “당장 나가요!”

매몰차게 내쫓김을 당하고, 아버지의 등은 밀어드리지 못한 채 나오게 되었다. 내 평생 소원이 나이 드신 아버지를 모시고 대중목욕탕에 가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리는 일이었는데, 그것마저도 허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통곡을 하였다. 중국에 단기 선교를 가서 팀원들과 함께 목욕탕을 방문했을 때도 내쫓김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지 못했던 ‘목욕탕 사건’은 두고두고 가슴을 짓누르는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내 안에 가진 또 다른 두려움은 바로 ‘결혼’이었다.

“이런 피부병 환자에게 결혼을 하고픈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조차도 나 자신이 용납이 안되고 힘들어 하는데 이런 나를 끌어안고 품어줄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는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싶은 자매에게 나의 피부병 이야기를 정직하게 나누었을 때 나는 당연히 거절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자매는 피부병이라는 육체적 질병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나의 청혼을 허락해 주었을 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용납’과 ‘긍휼’에 대한 감정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갖는 영향력은 커서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의 ‘피부 상태’가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다.

“혹시 나처럼 피부병을 가지고 태어나면 어떡하지?”
“혹시 나처럼 말을 더듬어 사람들에게 비웃음과 조롱을 받으면 어떡하지?”

나의 두려움이 얼마나 컸던지, 아들과 딸이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바로 아이들의 피부 상태였다. 종종 아내는 불신자보다 더 못한 믿음을 가진 나에게 이렇게 조언을 하곤 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앞당겨서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불신자보다 더 큰 범죄”라고 말이다.

“정말 그랬다!” 하나님은 내가 가진 두려움보다 더 크시고 완전하신 아버지라는 사실을 지금까지 배우게 하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딤후 1:7)

[복음기도신문]

최요나 선교사 |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 국제오엠 이스라엘 소속. CCC와 YWAM 예배인도자와 순장으로 사역. 저서 <네가 나의 영광을 짓밟았다>(규장 간, 2020)에 이어 최근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살아왔던 ‘하나님의 소리’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2023년 11월 <소리전쟁(엎드림출판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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