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김종일 칼럼] 라마단과 사순절

▲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사진: Pixabay

밖에서 보는 이슬람(101)

올해도 이슬람 세계는 30일간의 ‘라마단’ 단식 절기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 라마단 단식은 이슬람교에서 치루는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이다.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에서 아홉 번째 달로 모든 무슬림에게 중요한 시기이다. 왜냐하면,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에게 처음으로 꾸란이 계시된 달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라마단은 모든 무슬림에게 일 년 중 가장 성스러운 달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 기간에 무슬림들의 다섯 가지의 실천 덕목 중 하나인 단식을 한다. 적지 않은 독자는 ‘라마단’을 그냥 단식으로 알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에 따른 아홉 번째 달을 부르는 이름이기 때문에 ‘라마단 단식’ 정도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무슬림들이 라마단 월에 단식하는 이유

가장 직접적 근거는 꾸란에서 알라가 모든 무슬림에게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꾸란에 따르면, 무슬림의 단식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라마단은 꾸란이 알라의 인도로 사람들에게 내려진 달로, 올바름과 그릇된 것 사이의 판단을 위한 명확한 표지도 함께 내려왔다. 그러므로, 그달에 함께 있는 사람마다 단식으로 그달을 지내야 한다. 다만, 아프거나 여행 중인 경우 다른 날로 대체할 수 있다. 알라는 모든 일에 편의를 두고 계시며, 당신들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알라는) 정해진 기간을 완성하고, 그가 당신들을 이끈 것에 감사할 것이다.” (꾸란 2:185).

이 외에도,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언행록으로 알려진 ‘하디스’의 여러 책 중 무슬림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싸히흐 무슬림(Sahih Muslim)’에 따르면, 라마단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누구든지 라마단 달을 단식과 함께 보낸다면, 그의 이전 죄악들은 모두 용서받고, 죽는 그날까지 그의 생활 중 모든 그의 행위는 알라 앞에서 올바르게 행해졌다고 인정받을 것이다.”

이런 구절은 무함마드가 라마단 달 동안 단식을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무슬림들이 과거의 죄악을 용서받게 되고, 올바른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알라 앞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육체적 욕망을 통제하고 인내력을 강화하거나 영적인 성장과 기도와 꾸란 연구, 자선 활동 등을 통해 라마단의 영적 가치와 단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사용된다.

이슬람교의 라마단과 기독교의 사순절

올해의 사순절 기간이 이번 주에 마무리되면서 한국 교회는 이번 3월 31일 주일에 부활절 기념 예배를 드리게 된다. 기독교인들의 사순절은 예수님의 부활 전까지 주일을 제외하고 40일간 지속되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의 40일간 금식과 시험을 기억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순절 기간은 기독교인들이 자기 반생, 회개, 기도, 금식이나 이웃과의 나눔과 섬김의 봉사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부활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독자는 기독교의 사순절 기간을 이슬람교의 라마단 기간과 비교하면서 금식이나 신에 대한 묵상과 반성, 회개 등 서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사순절은 무슬림들의 라마단 기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우 깊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기독교에서 40일이라는 ‘사순(四旬)’은 하나님의 정하신 특별한 뜻을 드러낼 때 사용한 기간으로 여길 수 있다. ‘수난’ 기간의 의미를 담은 ‘사순’은 성경에 나타난 매우 중요한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하나님은 인류의 죄악에 대해서 노아 시대 무서운 대홍수 심판을 계획하셨고 깊음의 샘이 터지고 하늘의 창이 열리며 쏟아진 물 심판의 시간이 40일이었다. 430년 이집트에서 노예의 삶을 청산하고 모세를 통해 40일을 금식하게 하신다. 또, 12명을 통해서 가나안을 정탐하게 한 기간도 40일이었다. 선지자 에스겔이 유다 족속의 죄악을 담당한 날이 40일이었고, 선지자 요나가 니느웨 백성에게 고한 회개 기간 또한 40일이었다. 예수님의 광야 금식 기간도 40일이었고, 부활 후 승천 전 예수께서 이 땅에 자신을 나타내신 기간도 40일이었다.

이처럼 하나님의 계시적인 역사에서 ‘사순’ 기간은 특별한 뜻을 드러낼 때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의 사순절은 단지 교회력으로 습관적으로 지키는 절기가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매우 중요한 하나님의 영적 사건을 담고 있음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 포함되어야 한다.

사순절의 시작인 ()의 수요일(Ash Wednesday)’

사순절 시작인 ‘재(灰)의 수요일(Ash Wednesday)’은 그리스도 수난의 영광을 기념한다. 성경에서 재(灰)는 회개를 상징한다. 이는 진정한 회개의 의미를 강조하기 때문에 ‘참회의 수요일’로 부른다. 전통적으로, 재의 수요일에는 ‘재(Ash)’를 예배에 사용했는데, 죄에 대한 참회, 정화, 순수 회복 간구에 큰 의미를 둔다.

기독교 성경 구약에서 ‘재’를 히브리어로 ‘에페르(Epher)’라고 부르는데, 상징적으로 회개, 겸손, 슬픔, 또는 애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슬픔이나 회개의 표시로 옷을 찢고, 머리에 재를 뿌리는 행위가 성경에 여러 차례 언급된다. 예를 들어, 에스더서 4장 1절, 욥기 42장 6절, 요나서 3장 6절 등에서 이러한 행위가 기록되어 있다. 이들 구절은 인간이 겪는 고통, 슬픔,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과 회개를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로 재를 사용한다.

이러한 관습은 특히 구약에서 주요한 인물들이 큰 슬픔이나 죄를 인정할 때 자주 나타나며,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과 회개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재는 인간의 유한함과 죄에 대한 회개를 상징하며, 재의 수요일에 이루어지는 재 뿌리기 의식에서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 의식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며, 기독교인들에게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시간을 준비하게 한다.

민수기 19장에 보면, ‘붉은 암송아지의 재(에페르)’라는 기록이 나오면서 붉은 암송아지를 사용한 정결 의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의식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와 불결함에서 정결해지기 위해 수행했던 절차 중 하나였다. 완전히 붉은색을 띠고 흠이 없으며, 멍에를 지지 않은 암송아지를 잡아야 한다. 그 암송아지는 제사장의 눈앞에서 밖에서 태워져야 하며, 그 재는 이스라엘 백성이 죄에서 정결하게 될 수 있는 물에 섞이는 데 사용된다. 이 재를 ‘정결의 물’에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은 죽은 자와의 접촉으로 인한 불결함에서 정결해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구약에서 재는 겸손과 겸비(욥 42:6), 회개와 참회(단 9:3; 사 58:5; 욘 3:6), 애도(렘 6:26; 겔 27:30)와 무가치함(사 44:20)과 고통과 슬픔(시 102:9; 애 3:16; 사 61:3), 수치와 불명예(겔 28:18; 말 4:3)의 상징이 되었다. 즉, 인격의 전적 타락을 연상시키는 소재가 바로 성경에서 ‘재’의 의미였다.

이런 의식은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적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으며, 죄와 불결함으로부터의 정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므로, 붉은 암송아지의 재는 히브리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희생과 그것이 가져오는 영적 정결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된다. 사망 권세를 이기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대망하는 소재로 사용된 ‘재’를 통해 우리가 죄인임을 깨닫는 것은 부활 신앙을 생명의 진리로 깨닫는 필수 요건이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순절 기간을 무슬림들의 라마단 기간처럼 형식적이고 겉치레적으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회개와 각성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머리에 재를 얹는 ‘재의 예식’을 기억하면서 태초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대로 정화돼야 한다. 한국 교회는 부활을 찬양하기 전에 먼저 회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활절은 무슬림들의 라마단처럼 형식적인 절기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의 불법과 부패는 도를 넘었고, 사회적 기여도에 따른 통계에서도 이미 모든 종교 가운데 최하위로 전락했다.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의 시작은 참회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차별, 부도덕, 귀신 숭배의 미신, 반목질시를 회개했다. 우리나라가 소돔과 고모라의 도성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바로 이것이 주님이 말씀하시는 사순절의 진정한 의미이며, 동시에 세상을 향한 진정한 승리를 선포하는 지상 최대의 사건인 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이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자세이어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김종일 | 전)국립 앙카라대 교수, 현)아신대(ACTS) 중동연구교수, 한국외대, 장신대 신대원,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 석사 및 박사 |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1)무슬림 이해하기’, (2022, 라비사북스). ‘벌거벗은 세계사(경제편)’, 공저, (2023, 교보문고), 시집 ‘두고 떠나는 연습’(라비사북스), ‘밖에서 본 이슬람, (2)이슬람 이해하기’, (2024, 라비사북스,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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