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비 가라베디안 감독에 의해 2003년 체코에서 촬영된 29분 길이의 단편영화 모스트(most)가 오늘 감상할 영화 제목이다. 2004년 제76회 아카데미시상식 단편영화작품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작품이다.
제목 ‘모스트’는 체코어로 다리(The Bridge)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떨어져 있는 대상 사이를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는 이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며 그 속에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사건을 비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 로다와 그의 아버지는 결코 나뉠 수 없는 사이였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버지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그 아들 로다는 아버지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보고 싶어 한다. 아버지는 부산의 옛 영도다리 같은 가동교(可動橋)에서 근무하고 있다. 배가 오면 다리를 올려주고 기차가 지나가면 다리를 내려주는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는 어느날 아들을 데리고 출근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예정시간보다 이르게 기차가 속도를 올리며 다리로 접근해오고 있었고, 그때 아버지는 기계점검으로 이 일을 눈치 채지 못한다. 밖에서 낚시를 하던 아들이 급한 마음에 아버지를 부르다가 수동으로 다리를 내리려는 생각에 기계실에 손을 넣지만, 그만 기계 사이로 빠지고 만다.
달려오는 기차를 발견한 아버지. 기계실 안 톱니에 끼어있는 아들의 모습도 발견한다. 이때 피하고 싶은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고. 아버지는 무엇을 택할지 몰라 절규한다. 기차에 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아니면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을 위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아들을 희생시킬 것인가. 아버지는 결국 사람들을 살릴 것을 선택하고, 레버를 힘겹게 내린다. 그리고 동시에 아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오열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무심히 그 옆을 지나가는 기차에 탄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마약을 한 어느 여인은 오열하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며 이상이 생각이 들었고, 기차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가 버린다. 몇 년이 흐른 후 그 여인은 자신의 어린 아이를 안고 가다가 로다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친다. 그 여인의 아이는 로다의 아버지를 보며 웃음을 띠었고, 로다의 아버지는 함께 웃으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올리면서 이 영화는 마쳐친다.
기차에 탄 사람들을 향한 로다의 아버지의 감정을 하나님 아버지가 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 것에 비교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희생한 이 이야기는 분명 하나님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기차에 탔던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 한 아버지와 아들의 희생이 있음을 알지 못하였고, 이것은 마치 주님을 모르며 살던 지난 나의 모습과 동일했다.
주님의 희생으로 얻은 생명인데도 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주님의 사랑임을 알지 못했고, 소망 없이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 삶의 이유가 어디서부터 출발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보라! 다리 저편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시는 주님을. 답 없는 살던 우리 삶을
소망이 되어주신 주님. 친히 그 사이를 이어주고 다리가 되어 주신 주님을 묵상하며 이전과 같이 살 수는 없음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롬 5:8)
(드라마│체코│Most│29분│전체관람가│2003)
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