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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축소된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 기독 언론의 역할

▲ 홍콩 국회의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새로운 국가보안법 통과 | DW 뉴스 사진 : 유튜브 채널 DW News 영상 캡처

홍콩 크리스찬타임즈 편집장,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기고

홍콩 당국이 반역 또는 외세 간섭과 같은 정치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지난 19일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의 소헌법(小憲法)인 기본법 제23조는 국가보안법 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홍콩 주민들은 자유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과거 이 법안 제정에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친중국 성향 의회가 들어서면서 해당 법안이 기록적 속도로 통과됐다.

홍콩 최고지도자 존 리(John Lee) 행정장관은 2020년 베이징 당국이 홍콩에 부과했던 기존 국가보안법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안 통과가 “홍콩 사람들이 26년 넘게 기다려온 역사적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 크리스 패튼(Chris Patten)과 미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등 77명의 국제사회 의원들과 유명 인사들은 함께 제23조 입법이 기본법과 중영공동선언(the Sino-British Joint Declaration) 및 국제인권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주민들이 홍콩을 떠났지만 로 만 와이(Lo Man Wai) 크리스찬타임즈(Christian Times) 신문 편집장 등 다른 이들은 홍콩에 남기로 결정했다. 로 만 와이 편집장은 최근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이처럼 전례없는 홍콩의 변화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소개했다.

홍콩은 국가보안법이 최초 시행된 이후 지난 4년간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저명한 민주화 운동가와 언론인 및 오피니언 리더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정치인 등 수십 년간 홍콩을 위해 헌신한 많은 시민들이 공적 영역에서 사라졌다. 그들 중 일부는 구금됐고 다른 이들은 망명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홍콩에 남았지만 공개 발언이 금지됐다.

한때 자유롭기로 유명했던 홍콩은 이제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언론 자유 순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시민사회에 스며든 공포감 때문에 시민들은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 언론인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자체 뉴스채널들을 시작하면서 민주화 신문들과 웹사이트들은 문을 닫았다. 홍콩은 현재 심각한 두뇌 유출(brain drain)을 겪고 있으나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면 내가 아직 홍콩에서 기독 뉴스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어 크리스찬타임즈는 1987년 작은 주간지로서 시작했다. 뉴스 기사와 특집 및 오피니언과 묵상 등을 통해 사회 문제들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다양한 교파와 신학적 배경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토론을 전달하고 있다. 크리스찬타임즈가 홍콩의 다른 기독 출판물과 차별화되는 점은 저널리즘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가 약자들 및 취약 계층을 쉽게 간과할 수 있다는 점과 기독인들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진실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역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콩의 분위기가 긴박해지고 있으며 우리 역시 이 점을 느끼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작가와 취재원들이 익명 유지를 선호한다. 자기검열의 필요성 때문에 자신의 진심 어린 의견을 기꺼이 독자들과 나누려는 기독교인을 찾기가 어렵다.

교회도 특별한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홍콩의 많은 교회들은 중국 교회들과 역사적·교파적·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때 발생한 체포 및 폭력에서부터 2014년에 있었던 십자가 철거에 이르기까지 본토 내에서 벌어진 기독교 박해 이야기는 홍콩 교회들에게 종교적 자유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 알려준다.

현지 교회는 성도들과 교역자들이 홍콩을 떠나 영국 등 다른 나라로 향하는 바람에 두뇌 유출을 경험하고 있다. 교회는 성도가 줄어들고 코로나 사태 이후 홍콩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점 더 재정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크리스찬타임즈가 지속적으로 다루는 중요 트렌드이자 이야기다.

독자들이 구독과 기부를 통해 우리를 계속 후원하고 있음에도 광고 수익이 변동했다. 기독단체들과 교회 및 현지 기독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우리의 주요 광고주다. 정치적 변화들이 있은 후 몇 년 동안은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의 빈자리를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채워야 했기에 구인 광고 숫자가 급증했다. 2023년 하반기에는 우리 사이트와 여러 교단 사이트에 총 222개 교회가 채용공고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구인 광고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홍콩은 주가와 주택가격 및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에 직면한 상태다.

우리 매체 사이트를 운영할 직원 채용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채용 공고를 내도 소수 인원만 지원할 뿐이다. 과거에는 많은 이들이 기꺼이 인턴이나 자원봉사 기자 또는 사진기자로 일하고자 했다. 크리스찬타임즈는 일부 현지 교회에서 교인 절반 가량이 떠난 것처럼 대규모 이탈을 겪진 않았지만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과중한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는 직원을 찾기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지금 우리의 자유가 무너지고 있으니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곳을 떠나는 것은 이성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갈 수 있어도 교회는 갈 수 없다. 이곳 홍콩에는 아직 복음을 들어야 하고 복음이 어떻게 자신들의 영적·정서적 및 물질적 필요를 채워주는지 알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홍콩의 기독 지역사회는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여전히 정보가 필요하다. 분명 기독교 매체는 이곳에서 할 일이 있다.

갈수록 권위주의적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약한 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간과되거나 방치되거나 혹은 침묵되고 있다. 우리 같은 독립 매체는 이러한 목소리를 위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보도를 계속하려면 정부의 “레드라인”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레드라인을 건드리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 레드라인이 어디까진지 명확히 밝혀주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한 편집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그것이 감수할 가치가 있는 위험인지 진지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믿음으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구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불과 1년 후인 2021년, 홍콩 정부는 모든 시민이 휴대전화에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앱을 필수로 설치하고 공공장소에 진입할 때마다 그 앱을 제시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구할 수 없는 빈곤층이나 노숙자는 이러한 조치로 화장실과 병원 및 시장 등 필수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 있었다.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활동하던 단체들은 이런 결과에 우려하면서도 새로운 법률에 따르면 공공 문제를 논의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조치를 공개 비판할 경우 레드라인을 건드리게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한 기독교 비영리 단체는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녹취록을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했다.

크리스찬타임즈와 다른 여러 지역 언론매체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그러한 조치를 수정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은 공공장소 입구에서 자신의 정보를 수기로 등록할 수 있는 양식을 사회복지사에게 요청할 수 있었다. 홍콩 정부는 반대 여론에 따라 해당 조치를 변경했는지 언급하지 않았기에 우리의 보도가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린 그것이 옳은 일이었음을 안다.

우리 편집부는 지난 몇 년간 이런 고민을 많이 해왔다. 때로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했더라도 우리 취재를 통해 변화가 일어난 걸 목격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홍콩 기독 언론인으로서 우리는 일상에서 분별력을 위해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태복음 25장 31절~46절에서 예수님이 우리에게 명하셨듯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빈자와 약자 및 병자와 노숙자와 죄수들에게 관심을 갖길 원한다. 우리가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주님께서 우리가 이 도시에서 행하는 작은 일들을 그분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시길 바란다.

홍콩의 상황은 계속 긴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반역과 선동은 물론 내란과 간첩행위 및 외부 세력과의 협력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3월 23일 발효될 것이다. 하지만 2003년에 제출된 유사 법안은 50만 명이 참가한 평화시위를 촉발시켜 입법절차가 중단된 바 있다.

이번에는 4년 전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시위에 대해 중형이 가해짐에 따라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제 정부는 새 법률에 대한 의견 제출자 중 99%가 찬성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인들은 홍콩에 평균 이상의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언론과 출판 및 결사의 자유는 평균보다 조금 낮은 것으로 나왔다(시위의 자유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는 다른 자유와 무관하지 않다. 제안된 법안이 시행된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지 않다. 종교의 자유가 그대로 유지될 것인가? 현지 교회는 여전히 해외 교회와 교제할 수 있을 것인가? 뉴스 매체가 저널리즘적 가치를 지켜낼 여지가 있을까? 레드라인은 어디까지일 것인가?

홍콩을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 또한 크리스찬타임즈가 이 곳에서 기독 지역사회를 계속 신실히 섬기며 이들에게 진실을 제공하고 사랑하는 우리 홍콩에서 일어나는 역사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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