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호 / 믿음의 삶
결혼했을 때는 아이를 바로 갖고 싶었고, 임신했을 때는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었다. 하지만 주님은 내게 결혼한 지 7년 만에 칠삭둥이를 허락하셨다. 130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는 엄마 품에 한 번 안겨보지도 못한 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하나님이 친히 약속하시고 주신 아이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지켜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너무 작아서 나오자마자 뇌출혈이 생겼습니다. 심장에 구멍이 4개 있어서 폐와 연결된 동맥과 정맥이 서로 역류합니다. 장기가 완성되지 않아서 장이 괴사될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상실되었습니다. 시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의사의 말들 앞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손가락 굵기 만한 팔에 주사를 꽂아 독한 약들을 몇 사이클씩 주입하고, 하루에 몇 번씩 피를 뽑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래도 하나님은 역전의 전문가시니까 이 또한 능히 지나가게 하시고 노래 되게 하시리라.’ 그러나 들려오는 진단은 나를 헤어나올 수 없는 더 깊은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뇌성마비입니다.” 모든 시간이 멈추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 속에 아이들의 치료가 시작됐다.
치료와 검사 시간 때문에 작은 아기가 금식을 수없이 했다.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다 그나마 간신히 먹은 것을 토해내기를 매일 반복했다. 나에게 허락된 이 고난의 시간들을 지나며 나도 손양원 목사님처럼, 무디 목사님처럼 믿음으로 멋지게 잘 이겨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했다. 고난 앞에 서고 보니 믿음의 선배들이 했던 고백은 내가 감히 흉내조차 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왜 별 볼 일 없는 나에게 이런 일들을 허락하셨을까? 나는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깊은 슬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자다. 그동안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했던 내 속에 아주 작은 믿음조차 없다는 것만 드러났다.
어린 나이에 선교사로 헌신하고, 나름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게 하나님이 왜 이러시는지 알 수 없었다. 하나님이 마치 나를 버리신 것 같았다. 사람들과 연락도 끊었다. 새벽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절규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죄인인지 직면했다. 하나님은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한창 울고 있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막 15:34)
‘나는 죄인이라서 이런 일을 당하는 게 당연하지만 예수님은 죄도 없으신데 왜 이런 일을 당할까?’ 생각했다. 예수님을 계속 묵상했다. 그리고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 12:2)는 말씀을 붙들게 됐다.
비로소 지금의 이 시간은 나 같은 죄인에게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게 하신 은혜였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광야에서 물의 근원을 찾아 수백 미터를, 더 깊게는 2㎞까지 뿌리내리는 싯딤나무처럼 멈춰버린 것 같은 내 인생의 시간들이, 고통 가운데 몸부림쳤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시간들이 생수의 근원되시는 주님을 찾아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 되게 하셨다.
날이 갈수록 주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부르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흔들리는 나를 그분이 사랑하셨고 지금까지 붙드셨다. 이런 고난이 아니었으면 나는 내가 믿음 좋은 사람인 줄 알고 살다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뻔했다. 나의 믿음 없음을 드러내시고 십자가로 인도하시니 감사할 뿐이다. 내 인생은 모두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주신 기회였다.
이 모든 고난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 결코 내게 주어진 고난이 가볍거나 견딜만해서가 아니다. 이 고난을 통해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고, 그의 영원한 나라에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고난 가운데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 “동남풍아 불어라 서북풍아 불어라 가시밭의 백합화 예수 향기 날리니 할렐루야 아멘! 가시밭의 정노아 예수 향기 날리니 할렐루야 아멘.” [복음기도신문]
정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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