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쿠바에서 622건의 종교 자유 침해가 기록됐다고 크리스천포스트가 16일 전했다.
이는 쿠바에서 2022년에 보고된 657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가 2021년에 보고한 272건보다는 크게 증가한 수치다.
CSW의 2024년 3월 보고서 ‘억압과 저항 – 강경 전술로의 회귀’는 아프리카계 쿠바 단체, 여호와의 증인, 개신교, 로마 가톨릭 등 다양한 종교의 종교 지도자와 교회에 영향을 미친 억압적인 입법과 체계적인 인권 침해를 강조하고 있다.
2021년 7월 11일, 오랜 경제 침체와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정부 책임을 물으며 독재 정권 퇴진을 외쳤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공산 쿠바 정부는 점점 더 가혹한 법안으로 종교 단체와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아 탄압 조치를 단행했다. 등록 종교 단체와 미등록 종교 단체 모두 종교 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침입 감시와 반복적인 심문, 위협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는 특히 정치범 가족에게 정신적 또는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 종교 지도자와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많은 지역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필요에 대응하려는 종교 지도자와 신도들은 괴롭힘을 당하고 벌금을 물었으며, 배포하려던 지원품을 압수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서 강조된 여러 인권 침해 사례 중에는 종교 지도자들이 ‘사회적 고립 정책’의 일환으로 정치범 가족을 교회에서 추방하라는 위협과 압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치범들은 종교적 면회나 종교 자료를 받을 권리를 거부당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언어적 학대를 당했다. 미등록 종교 단체의 지도자들은 괴롭힘과 협박, 벌금에 직면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반체제 인사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대개 단기간의 자의적 구금을 통해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종교 예배 참석을 차단당했다.”며 “쿠바를 떠난 많은 사람들이 투옥 위협과 자녀 양육권 상실을 이유로 이민 물결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정치범 가족을 지원하거나 인도주의적 활동에 참여하는 종교 지도자와 교회가 지역 사회의 필요를 섬기는 데 중대한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미등록 종교 단체들은 정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며 상습적인 괴롭힘과 벌금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익명의 종교 지도자는 CSW 연구진에게 “나는 하나님을 믿는 신자이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다. 반혁명 동맹에 속한 것이 아니라 쿠바를 더 훌륭하게 섬기기 위해 서로를 지지하는 목회자들 간의 연합을 구축하는 동맹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나에게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고 했지만, 나는 교회 참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자든 아니든 모든 시민과 마찬가지로 어떤 교파의 기독교인에게도 동일한 대우를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예배를 드리거나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나의 권리를 빼앗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쿠바 정부의 단순한 탄압을 넘은 사회적 고립과 단기 임의 구금은 물론 투옥 위협과 가족에 대한 강압적 조치로 쿠바인들이 나라를 떠나는 이민이 크게 늘어났다.
2021년 7월 시위는 쿠바의 최근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다. 이때 수천 명의 쿠바인이 전국적으로 거리로 나와 정부의 경제 대처, 코로나19 팬데믹, 정치적 자유의 부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식량, 의약품 및 기타 필수품의 심각한 부족과 장기간의 정전으로 촉발된 시위는 쿠바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크고 광범위하게 확산 된 시위 중 하나였다. 시위대는 ‘자유!’,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고, 정부는 경찰과 군대를 배치해 불안을 진압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오픈도어 선교회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기독교 신앙을 포함한 쿠바 공산당의 잠재적 도전을 위협으로 간주하며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있다. 인권 침해나 정치적 부패를 비판하는 교회 지도자나 신자들은 심문, 체포, 명예훼손, 투옥의 위험에 처해 있다.
교회는 합법적으로 운영하려면 등록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신청을 거부하거나 무시해 교회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거나 폐쇄 또는 벌금과 재산 몰수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등록된 교회조차도 정권 동조자나 국가 보안 요원이 침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와 감시를 받는다.
쿠바 당국은 2022년, 종교 기관 및 관련 단체에 대한 정부 부처를 신설했다. 그러나 종교 지도자들은 “대부분의 종교 업무는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종교사무국(ORA)이 계속 수행하고 있으며, 이 부서는 종교 단체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의 교회는 예배를 열 수 있지만, 지도자나 신도가 반정부 성향으로 인식되면 정부의 허가는 갑자기 중단될 수 있다. 미등록 교회를 이끌거나 정권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은 특히 박해에 취약하다.
쿠바 정부에 대한 권고안에는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 체계를 개정하고, 국제 인권 조약을 비준하며, 종교 지도자와 인권 옹호자에 대한 괴롭힘과 위협을 중단하는 것이 포함된다.
CSW는 국제기구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쿠바 정부의 행동에 책임을 묻고 박해에 직면한 쿠바 시민사회와 종교 단체를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쿠바는 미국 국무부가 종교 자유와 관련,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 목록에는 중국, 에리트레아, 이란, 북한, 미얀마 등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 국가들도 포함됐다.
12월 세계교회협의회 사무총장 제리 필레이(Jerry Pillay) 목사는 미겔 디아즈-카넬(Miguel Díaz-Canel) 쿠바 대통령을 만나 쿠바 장로교회 및 다른 교회들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쿠바의 종교 자유를 칭찬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아메리카 대륙 국가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구 ‘미주 아웃리치 에이드(Outreach Aid to the Americas)’의 테오 바분(Teo Babun) CEO를 비롯한 종교 자유 옹호자들은 이를 비판했다.
바분은 서한에서 “쿠바 정부의 밀접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당신의 방문이 쿠바의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제공하지 못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더 심각한 것은 쿠바 정부가 쿠바인들이 이러한 기본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당신의 방문, 특히 쿠바의 종교적 자유를 찬양하는 당신의 발언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복음기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