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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 상태’ 가자서 갱단·마피아·악덕 사업가 활개

▲ 식량 받으려는 가자지구 주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피란민 떠난 빈 집 털어…구호품 훔쳐 비싸게 팔기도
물가 치솟지만 현금 구하기도 힘들어…ATM기 대부분 먹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가 갱단과 마피아, 악덕 사업가의 소굴이 되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전쟁을 피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란한 수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고향에 있는 자신들의 집이 갱단에 의해 약탈돼 텔레비전과 주방 집기, 가구까지 모든 것이 사라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피해를 본 주민 일부는 벼룩시장에 매물로 나온 장물들을 되사야 하는 경우를 겪기도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이스라엘군의 입장과 달리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갱단과 범죄조직의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채 오랜 기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토호세력들도 전쟁으로 인한 혼란을 악용, 구호단체나 상인들에게 창고를 무상 제공한다고 해놓고 보관된 물건을 빼돌리는 등의 행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잦다고 한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물자를 관리하기 위해선 이들 가문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총으로 무장한 남성이 구호 트럭 위에 올라타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데, 이는 대부분 구호품 보호를 위해 고용된 가문의 구성원들이라고 구호 활동가들은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가문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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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 받으려는 가자지구 주민들.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자지구 알아자르 대학의 음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는 이들 부족의 부상은 “내부 갈등의 비결”이라며 “이들은 다른 팔레스타인 가족들의 삶을 독점하거나 지배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활동가들은 갱단 등이 활개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주민들에게 필요한 구호품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활동가는 구호품의 가자지구 반입이 계속 차단되면 물품들의 가격이 오르고 이는 갱단과 가문들의 입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루살렘 주재 유엔 구호 담당관 제이미 맥골드릭은 특히 점차 악화하는 가자지구 북부의 무정부 상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구호품이 약탈당하거나 암시장에서 팔리지 않도록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식량난에 생필품도 부족한 가자에서 물가는 치솟고 돈은 더 필요하지만, 현금을 구하는 일도 녹록지 않다.

현재 가자지구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91개 중 작동하는 것은 6개뿐이다.

팔레스타인 중앙은행 격인 통화청은 ATM에 현금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보낸 ATM 수리 허가 요청은 묵살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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