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우스 이어 코르푸 교회, 찬성표 의원들에 강력 대응
보수성향의 정교회 국가인 그리스에서 동성결혼 합법화에 따른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서북부 코르푸섬 주교단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찬성한 지역 의원들에게 종교적 금지령을 내렸다고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종교적 금지령을 받으면 주요 영성체 예식에 참여할 수 없으며, 교회 공식 행사나 본당 모임에서 예우받을 자격을 박탈당한다.
코르푸섬 주교단은 두 야당 의원이 “가장 깊은 영적, 도덕적 오류를 저질렀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회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반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치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그리스 최대 항구도시인 피레우스에서도 이 지역 주교단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힘을 보탠 지역 의원들에게 종교적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달 15일 정부가 제안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찬성 176표, 반대 76표로 통과시켰다.
중도 우파 성향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 소속 의원 일부가 반대표를 던졌으나, 야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 등 4개 좌파 정당이 찬성해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동성결혼 부부의 입양 등 완전한 친권을 인정했다. 다만 동성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부모가 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스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세계 37번째 국가이며 정교회 신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 중에선 처음이다. 그리스 인구의 80∼90%가 그리스 정교회 신자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지난 1월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하자 그리스 내에서는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그리스 정교회 수장인 이에로니모스2세 아테네 대주교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린다며 법안을 반대했다.
지난달 11일에는 4천여명이 아테네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법안이 통과된 날에도 의사당 밖에서 소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AP는 이 법안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다면서 지난 주말에는 아테네 남부에서 새 법에 따른 첫 동성 결혼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위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