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담고 있는 선교단체는 6개월마다 선교사들을 재배치한다. 팀이 바뀔 때 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 떨리기도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주님을 기대하게 된다.
2년 넘도록 훈련센터가 있던 강원도 산골짜기의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도로 이사를 준비하며 주님은 자녀들에 대해 홈스쿨링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일단 시작은 했지만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자신이 없었지만, 순종하여 한 걸음 내딛으면 주님이 길을 열어 보이시고 지혜를 주실 것이라 믿었다.
우선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기로 했다. 9살부터 두 살 터울의 큰 아들, 두 딸과 함께 아침에 주님을 예배하고 오후 2시에 아빠, 엄마와 함께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24·365기도를 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들 마음에 기쁨이 넘쳤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일주간의 신앙훈련과정인 왕의친구학교를 거쳤지만 그다지 변화가 없던 큰 아들이 아빠 엄마와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매일 예배하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의 입가엔 언제나 찬양이 흘러나왔고 이젠 ‘인형 놀이’ 대신 믿음의 왕비 ‘에스더 놀이’를 한다.
말씀과 기도로 홈스쿨링 시작
때론 예배와 기도할 때와 달리 어떤 말에도 순종하기 싫어하는 모습, 약속한 일을 미루고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와 씨름을 하며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에 동기를 부여해 약속을 지키게 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아이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이런 나를 어떻게 참으시고 알아듣기까지 얘기하시며 포기하지 않으셨는지, 하나님의 마음을 ‘야다’하여 알게 되었다.
나도 주님께 받은 것처럼 맡겨주신 주님의 아이들에게 참고 기다리며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해서 얘기해주고 사랑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루는 큰 아들이 물건을 잃어버렸다. 상심에 빠진 아이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슬픔에 젖어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낙심이 되려 할 때 아이에게 복음을 나누게 되었다. “이것이 지독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죄 된 우리의 모습이야. 그래서 우린 이대로 지옥에 갈 수밖에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고 나오기만 하면 살 수 있어.”
그날 아들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오늘 제가 큰일날뻔 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기쁜 제 마음이 꼭 새겨졌으면 합니다. 제가 기쁜 이유는 마귀에게 조종당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소식을 알면 좋겠네요.’
함께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분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새 일을 시작하신 이가 친히 이루실 것을 더욱 분명히 믿게 되는 시간이었다.
24·365기도 시간에도 은혜가 있었다. 미국에서 2살 된 아이가 갖고 놀던 총에 아빠가 사망한 기사를 읽고 기도하게 되었다. 마지막 대표기도를 하던 막내딸이 “하나님, 다시 살아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바람에 가족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일은 곧 나에게 새로운 믿음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아이와 같아지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어른이라면 절대 그렇게 기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실제로 죽은 자를 살리시는 전능하신 분이시다. 나에게 있는 경험과 상식으로 전능하신 하나님을 제한하고 있는 영역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게되었다.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복음의 증인이 되어 아이들을 복음으로 양육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주님은 아이들을 나의 신실한 동역자로 붙여주시고는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사랑하며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게 하신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행진을 시작하게 하신 주님을 찬양한다. [GNPNEWS]
이지연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