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최요나 칼럼] 사람 살려!

일러스트: A.I. 제작. DALL-E.

소리전쟁 6

나는 개인적으로 물과 불편한 추억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물을 보면 유쾌한 생각이 나기보다는 불쾌한 감정이 올라온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물에 여러 번 빠져서 죽을 뻔한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어져 물속에 들어간 일, 파도에 휩쓸린 일, 그리고 사람을 구하려다 물속에 가라앉아 죽을 뻔한 일 등이다. 지금도 그날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지만, 내가 왜 그때 무모하게 물속에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날도 우리 훈련생들과 간사들은 해변가에 가서 신앙 수련회를 하며 서로 복음의 교제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물이 깊지 않은 곳에서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한 자매님의 다급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요나 형제! 요나 형제!”

파도 소리에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나의 귓전을 울리는 듯해서 뒤를 돌아보니, 약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 위에 아는 자매님께서 튜브에 앉아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멀리서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손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하고 계신 당혹스러운 얼굴과 표정 그리고 손짓을 보았다.

“앗! 이럴 수가.”

그분이 앉은 튜브가 바람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팀원들과 간사들은 멀리 보였고, 나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다 수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물안경을 차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별로 깊어 보이지 않은 줄 알았는데 웬걸 가다 보니 상당히 깊은 수심이라는 것을 점점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중간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모른 체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이다. 잔뜩 긴장하고, 힘을 한꺼번에 줘서 가는 도중에 힘이 많이 빠지게 되었다. 겨우 그 자매님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물어보니, 튜브에 앉아 있다가 바람에 밀려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거친 호흡을 하며 생각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 고민을 했지만 달리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손으로 튜브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헤엄을 쳐서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는 바다 수영에 초보자였고, 튜브에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기에 빨리 물 밖으로 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제가 나가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께요.” 나는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하면서 다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힘은 많이 빠진 상태였고, 호흡은 불규칙하였다. 결국, 중간에 나오다가 다리에 ‘쥐(cramp)’가 났는데, 한쪽 다리가 아니라 양쪽 다리 모두에 경련이 일어났다. 더욱이 호흡이 격해지다 보니 물안경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몸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서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갑작스럽게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사람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패닉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아무리 두려움을 떨쳐 내려고 해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본능적인 세 가지 단어를 지금도 기억한다.

“주여!”
“엄마!”
“살려줘!”

결국, 자세는 흐트러졌고 두 팔은 허우적대며 나는 물을 마시며 가라앉게 되었다. 몇 초가 지났을까 ‘이렇게 하다가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리 밑에서 뭔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그 순간 나의 왼쪽 다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바위 위에 걸쳐 있는 것이었다. 물안경을 고쳐 쓰고 바닷속을 바라보니, 그 위치에만 바위가 있었고 나머지는 다 깊은 바다였던 것이다.

“아! 살았다.”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는 물 밖으로 나와 모래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호흡을 하는데 왜 그리 머리가 아픈지, 몇 분 동안 모래 위에 누워서 몸을 추스르고, 팀원들과 간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왜냐하면, 이 사실을 빨리 알리고 사람을 구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이게 웬걸.”

바다 위에 있어야 할 그 자매님이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정말 나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분명 바다 위에서 살려 달라고 한 분이 맞는데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참 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오히려 그분이 나를 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나의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닌가?

“요나 형제! 괜찮아?”
“네, 아니…어떻게 나왔어요?”
“어, 나도 너무 신기하네.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어줘서 그냥 나왔어.”
“아,…나는 죽을 뻔했는데.”
“아이고,..미안해서 어떡해. 도와줘서 고마워.”

참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그분은 바람이 반대로 불어주는 바람에 해안가로 튜브가 밀려와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고,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치고, 두 다리에 ‘쥐(cramp)’가 나서 경련을 일으키고, 물속에 빠져 물을 마시고 살려 달라고 아등바등한 내 모습이 왜 그리 처량해 보이든지.

그런데 하나님이 하시는 방법은 이처럼 너무 쉬울 때가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 바다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서로 살기 위해, 서로 죽지 않기 위해 코로나 바다 가운데서 최선을 다해 헤엄을 치고, 물안경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이 코로나 바다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가?

물론 나는 죽지 않고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최선을 다한 노력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지키지 않으신다면 내가 하는 그 모든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집을 세우고, 성을 지키고, 일찍이 일어나서 늦게까지 일을 하며 수고의 떡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127:1-2)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소리전쟁(엎드림출판사)>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최요나 선교사 |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 국제오엠 이스라엘 소속. CCC와 YWAM 예배인도자와 순장으로 사역. 저서 <네가 나의 영광을 짓밟았다>(규장 간, 2020)에 이어 최근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살아왔던 ‘하나님의 소리’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2023년 11월 <소리전쟁(엎드림출판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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