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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해체가 탈회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진: unsplash의 benjamin lehman

“아직도 예수를 믿기는 해. 하지만 나 자신을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고는 부를 수는 없어.” 

오랜 친구가 이렇게 말하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충격에 나는 거의 커피를 뱉을 뻔했다. “그러면 안 돼!”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힘들게 참았다. 그날 나는 친구가 “교회”에 느끼는 좌절감을, 그리고 신앙을 해체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더듬거리듯 그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대학 도시에서 목회를 하는 나는 점점 더 자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신앙 여정에서 해체라는 개념은 그리스도인이건 아니건 이전 세대에게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표현이 특징인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교회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신앙과 배교를 가르는 미지의 영역이 이제는 활짝 열린 상태이다. 

친구와 나눴던 그 대화를 되돌아보면, 그때 내가 그가 다시 정통 신앙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될 책을 소개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션 맥도웰과 존 메리어트가 쓴 표류: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믿는 바를 해체하기는 참으로 소중한 자원이다. 

Set Adrift: Deconstructing What You Believe Without Sinking Your Faith
SEAN MCDOWELL AND JOHN MARRIOTT

기독교의 비본질적인 측면을 제거함으로 이 책은 많은 사람을 신앙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혼란스러운 질문과 문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신은 역사상 다양한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정의하는 데에 있어서 모두 다 똑같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각 장은 진정으로 기독교적이면서도 동시에 문화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신앙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서 분석하고, 다시 생각하고, 나아가서 재조립하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ZONDERVAN. 192 PP.

의심의 안개 

이 책의 표지는 짙은 안개가 밀려오는 바다에서 누군가 패들보드 위에 서 있는 모습이다. 시각적 기준점을 잃는 순간, 방향 감각을 잃게 될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바다에 휩쓸려 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움직이지 말아야 할까? 앞으로 노를 젓는다면, 그게 안전한 곳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도리어 더 큰 위험을 향해 가는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체 과정에 있는 많은 사람이 의심의 짙은 안개가 낀 바다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느낀다. 안개는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정치적일 수도 있다: 아니, 어떻게 우리 교회의 그 많은 교인이 저 사람에게 투표했다는 거야? 또는 신학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나님은 영원한 저주를 주기로 예정한 사람들이 있다고? 아니면 윤리적 문제일 수도 있다: 하나님이 정말로 선하시고 전능하시다면 세상에 왜 이리 고통과 악이 만연할까? 그리고 많은 경우에 안개는 개인적 이유로 발생한다: 내 삶이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는가? 

의심의 원인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표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방향을 잡아줄 무언가와 그 길을 따라가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자이다. 이 책은 바이올라 출신의 두 사람, 기독교 변증학 부교수 맥도웰과 기독교 사상 센터 소장 메리어트가 힘을 합쳐서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안내판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이다. 

해체 재정의하기

표류는 해체의 철학적 측면이나 문화 현상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저자들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시작한 철학적, 문학적 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며 해체의 기술적 의미를 고려하는 데에는 고작 몇 페이지를 할애할 뿐이다. 자신의 신앙을 재평가하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데리다가 누군지도 모르며, 맥도웰과 메리어트는 기독교가 억압적이거나 편협하기에 해체를 시작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해체 과정에서 종종 듣는 말은 이런 식이다. 

표류는 해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예수를 따르기를 원하는 그리스도인이 ‘자신이 받은 믿음이 애초에 하나님이 의도하신 완전히 정제된 선인지 여부를 의심하기 때문에 생기는 분석 과정으로서 찌꺼기를 걸러냄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의이다.

예를 들어, 알리사 차일더스는 “해체”라는 용어가 가진 광범위한 의미 속에는 “순진한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위험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무엇”으로 정의할 여지가 있기에, 애초에 “해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또 다른 선택은 성경에 따라 신앙을 정제하는 과정으로서 ‘탈문화화’(disenculturation)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해체’와 같은 용어가 주는 부담에서 피하려는 시도이다. 

표류는 일단 해체를 긍정적인 의미로 채우려는 선택을 반영한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저자는 정직한 질문자가 의심을 극복하고 정통 기독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를 희망한다. 

잘 해체하기

두 저자는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순전한” 기독교를 해체 과정의 경계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지구의 나이나 그리스도의 재림 시기 및 천년 왕국과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스도인이 서로 간에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권위가 우리의 “경험, 직관, 문화 또는 다른 것”에 위치한다는 진보적 관점에 맞서서, 성경적 권위에 대한 역사적 교리를 옹호하는 데 한 장을 할애한다. 일부 교리에 대해서는 건전한 토론의 여지가 있지만, 그러한 토론조차도 성경의 권위라는 경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건전한 해체를 위해서는 단지 교리에 대한 신실함을 넘어서 사회적 상상까지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인지적으로는 어떤 것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지만, 느낌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모든 사회적 상상에는 (일반적인) 세상과 (특정한) 개인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무언의 비전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이 특히 탁월하게 이바지하는 부분은 해체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진 사회적 상상과 교리 사이의 갈등을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다양한 해체의 단계에 있는 여러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나는 개인마다 가진 사회적 상상 사이의 격차는 메울 수 없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종종 오해와 좌절로 이어졌다. 이 책이 정확하게 지적하는 지점은 바로 개인마다 가진 근본적인 가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그 가정에 의해 통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혼자 표류하지 말라

표류는 해체의 초기에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하다. 이 책은 해체자들을 평가 대상의 표본으로 다루기보다는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로 다룬다. 개인별 독서뿐 아니라,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도 좋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더불어 사는 삶에서 이렇게 썼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는 또 다른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다. 불확실하고 낙담할 때일수록 더더욱 필요하다. 왜냐하면 진리를 믿지 않는 상태에서 그 사람은 결코 스스로를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하나님의 구원 말씀을 전달하고 선포하는 다른 형제이다.” 사역자라면 의심의 안개 속에서 표류 중이라며 고백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손에 이 책을 한 권씩 들고 있어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제시 퓨리 Jesse Furey | 제시 퓨리는 Valley Bible Church의 목회팀 목사이며 Bonhoeffer Haus의 실무 디렉터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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