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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어머니와 검정 비닐봉지

AI제작. DALL-E.

“아버지, 이 노래 한번 들어보세요. 제가 군에 있을 때 들으면 웬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곡이었어요.”

몇 년 전 아들이 건넨 곡은 ‘가족사진’이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 아빠를 닮아 있네

아! 아들이 그런 정서를 알아가는 나이가 됐나? 웬지 말이 조금 통할 것만 같은 묘한 느낌으로 노래를 듣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그랬겠지. 인생 처음으로 내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없는 공동체인 군대라는 곳에서 얼마나 젊은 청춘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그러나 그 절망의 시간이 아들에게는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과 이해의 시간이 되었나보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꽤 오래전 이야기다. 어머니는 장성해서 분가해 사는 우리 집에 자주 들르셨다. 우리가 사는 곳이 어머니 집에서 그리 가깝지도 않았던 곳에 있었는데도 그러셨다. 버스를 갈아타고 와야 하는 거리였음에도 어머니는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오신 어머니가 집을 떠날 때면 언제나 몇겹을 두른 검정 비닐봉지가 그 손에 들려 있었다. 봉지 안에는 우리 가정에서 주중에 미처 버리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각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러나 번번이 그런 우리 요청은 묵살됐다. 당시 맞벌이를 하던 우리는 아파트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시간을 맞추지 못해 냄새나는 봉지를 주말에만 버려야 했다. 그런 상황을 알게 된 어머니가 우리를 도와주시기로 작정하시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당시 우리가 살던 그 아파트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왔을 때만 입주민이 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새벽같이 출근해야 하는 우리 가정에는 언제나 음식물 쓰레기가 포화상태였다. 그런 우리를 돕기 위해 어머니는 그것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몇 겹을 둘러 핸드백에 담아 가져가셨다. 그때는 그 어머니 마음을 몰랐다. 감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왜 그리 궁상맞게 그러시냐고 타박하곤했다. 훗날 알게 됐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늘상 분주하게 살아가는 아들과 며느리를 도와주는 사랑법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 거동이 쉽지 않은 노년의 어머니가 우리가 사는 곳 인근으로 이사를 오셨다. 그 어머니 집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내 손에는 언제나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미안하네. 맨날 쓰레기를 들고가게 해서…”

그때 나도 모르게 툭 그렇게 툭 튀어나왔다.

“수십 년 전 어머니가 그때 하시던 일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세대 차이, 세대간 갈등을 이야기한다. 또 우리 앞 세대를 살았던 세대에 대한 원망과 오해가 많다. 그러나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라는 신명기 32장 7절 말씀에 순종해보자. 모든 부모세대는 다음세대를 위해 다양한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가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땀과 눈물을 흘렸던 세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복음기도신문]

김강호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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