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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거리에서 계란을 요리하는 아이들

사진: 원정하

새해 첫 빈민식사

어제(1/3)는 새해 첫 빈민식사 사역을 다녀왔습니다. 제 의형제인 선한목자교회 유성혁&송현혜 집사 부부와 함께, 봄베이 빈민 자선 식당으로 출발했지요. 유성혁 집사는 탈북자로서, 고난의 행군 시절 누구보다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에 정착한 믿음의 용사입니다. 이제는 선교사의 의형제로서, 그리고 한국의 집사로서 선교와 봉사에도 열심을 내는 주님의 일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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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성탄 절기 내내 다른 여러 곳에서 사역 및 빈민식사 지정헌금 집행을 하느라 봄베이 빈민 자선 식당에는 찾아가지 못했었기에, 우리를 보자 다들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제가 한 주 두 주만 안 와도, 이제는 다시는 안 오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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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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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평소보다 많은 식사를 대접하고, 또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누고 돌아가는 길에 방금 우리에게 삶은 달걀을 받았던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야외에서 각자가 저에게 얻어온 달걀을 모아서 공동 취사를 하고 있더군요. 그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방금 빈민 식당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아까 음식을 받아 갈 때의 긴장되고 소란스러운 상황과는 달리, 나름 자기 집(지붕도 벽도 없지만)에 해당하는 공간에서 요리를 하는 안정된 기쁨이 느껴지더군요. 물론… 주변에는 수백 명의 행인들이 오가고, 차량 경적 소리와 온갖 소음이 가득한, 말 그대로 ‘시장 바닥’ 그 자체였지만, 이들에게는 요리하고 ‘집밥’을 먹는 장소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나름 단백질을 실컷 먹으며, 신년 잔치를 누리는 기쁨이 보였습니다.

이 정도 단백질은 매일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슬프기도 했습니다. 이제 만 열세 살 정도면 임신하고 출산하고, 막노동에 투입되며 학교 한 번 다녀보지 못하고 사라질 어린 시절, 터무니없이 짧은 이들의 어린이로의 삶이 곧 끝날텐데, 그나마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이 장면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 슬프면서도, 또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 속에 선교사 한 명이 있으리라는 게 약간은 안심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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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이렇게 2024년 첫 빈민식사 사역이 마쳐졌습니다. 주님께서 올해도, 가난한 자에게 복음과 함께 양식을 베풀어 주실 때 저희를 사용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기꺼이 쓰임받으며, 청지기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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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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