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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중동 이해하기(1)

▲ 아랍어를 사용하는 지역. 사진: wikipedia.org 캡처

밖에서 보는 이슬람(92)

중동의 지리적 이해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지금의 중동(The Middle East)은 지정학적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을 사이에 두고 있어 역사적으로 늘 세계 정복을 꿈꾸는 열강들의 활동 무대였다. 또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로마 등의 문명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중동은 소위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이라 일컬어지며 문명의 교차로, 대륙 진출의 교두보, 교통의 요충지, 무역의 교역로, 세력 간의 각축장, 권력의 완충지 그리고 역대 종교의 발상지였다.

예전부터 서양의 지리 학자들은 서구를 중심으로 동양을 근동(近東), 중동(中東), 극동(極東)으로 구분했다. 유럽에서 가까운 동양이라는 의미의 근동은 지중해 동쪽부터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곳을 부르는 이름으로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토와 거의 일치한다.

중동은 페르시아만에서부터 동남아에 이르는 곳의 이름이었고, 극동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일컫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영국 정부가 이집트에 있는 영국군을 언급할 때 ‘중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용어에 대한 의미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즉, 이전에 근동이라고 부르던 지역 대부분을 중동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었다.

또한, 리비아,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모리타니 등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들이 1950년대 독립 이후 차례로 아랍 연맹(League of Arab States, 1940년대 영국의 주도로 창설됨)에 가입함에 따라서 이들 북아프리카 아랍 국가들도 중동 지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근동’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다만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상황과 관련해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는 북으로는 터키와 사이프러스, 남으로는 수단,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 국가들, 동쪽으로는 이란까지 22개국을 중동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까지도 이슬람과 그로 인한 공통의 역사와 문화로 인해서 중동이라고 인식되기도 했다. 특히 서남아시아라는 용어가 사용될 때는 더욱 같은 지역으로 인식하였다.

중동 지역은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어 생각하면 편리하다. 중심부는 이집트, 아라비아반도와 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이란이 포함된다. 이 구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이 아랍이다. 이란을 제외한 비아랍국가는 중심부에서 제외된다. 이는 비아랍국가는 이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주도권을 크게 행사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들은 리비아 사막을 경계로 해서 ‘아랍 웨스트(Arab West)’라 하여 중심부 아랍 국가인 ‘아랍 이스트(Arab East, 이란 제외)’ 국가와 구분되기도 한다.

한편, ‘중동’이라는 용어는 아프리카를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구분 짓는 데 크게 공헌했다. 북아프리카의 중동 편입으로 이들의 ‘아프리카’라는 정체성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프리카는 이제 사하라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랍인이라는 의미

아랍인이라는 말은 완전히 종족적 구분은 아니다. 구약 성경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랍인은 이스마엘의 후손들로 아라비아반도 중부와 북부의 유목민, 그중에서도 양이나 염소를 기르는 부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역대하 17:11) 그러다,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아라비아반도 거주민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발전했다.

이후, 이슬람이 발흥하고 성장하면서 이들이 주변 지역을 점령하였고 주변 지역은 이들의 이주 및 결혼으로 급속한 ‘아랍화’를 거치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아랍인들은 가장 많은 동화(同化)를 거친 사람들로 알려진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언어적 구분으로 아랍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으로 국한해서 ‘아랍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1930년대까지 만해도 유목민만을 아랍인으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아랍인은 아랍어와 이슬람을 공통 문화로 하며, 결국 이슬람 신앙으로 인해서 공동의 역사를 가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랍인들조차 아랍과 이슬람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아랍을 강조하는 것이 이슬람을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 하나는 아랍인들 가운데 이슬람교를 종교로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이며, 이들을 ‘아랍 기독교인’이라고 부른다.

또한 중동 지역 곳곳에 흩어졌던 유대인들은 ‘아랍 유대인’이라는 반어적인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한, 예수 시대 이후 가장 먼저 민족적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시리아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을 아랍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이집트의 ‘콥트인’(이집트 기독교인) 대부분은 자신들이 아랍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랍 기독교인’과 중동 지역의 비아랍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 받아왔다. 외국 세력을 돕는 집단이라고 매도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짜 아랍인’(pseudo-Arab)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불결하다고까지 여겨져 왔다.

이슬람주의가 무슬림만을 사회의 완전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늘 소외되었고,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슬람교의 가르침 자체가 사회의 규범이 되어버린 중동 국가 대부분에서 기독교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제도적이든 반제도적이든 완전한 참여의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중동의 민족, 언어, 종교, 인종

현재 중동은 민족 및 언어적 구분으로 보면, 크게 아랍(아랍어 22개국)1, 튀르키예(튀르키예어, 1개국), 이란(이란어, 1개국), 쿠르드(쿠르드어, 국가 없음), 이스라엘(히브리어, 1개국)의 다섯 민족과 그 밖의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22년 현재 대략 4억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종교적 구분으로 보면, 그 발생 순서대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세계 3대 종교가 같은 창조 신앙을 가지고 이곳 중동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반 정도를 차지하면서 다양한 이슈들을 가지고 상호 충돌, 대응, 변화의 역사를 가지고 흘러왔다.

중동의 주요 인종으로는 셈족과 아리아족, 그리고, 알타이족으로 크게 나뉜다. 셈족으로는 아랍인과 시리아인, 유대인, 아리아족으로는 이란인과 아프간인, 그리고, 현재 나라는 없지만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지역에 흩어져 살아가는 쿠르드인, 알타이족으로는 튀르키예인이 있다. 이 외에도 코카서스, 체르케스 종족 등과 같은 수많은 소수 인종이 이 지역에 흩어져서 수천수백 년을 살아오고 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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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랍어를 사용하는 22개국은 레바논(Lebanon), 리비아(Libya), 모로코(Morocco), 모리타니(Mauritania), 바레인(Bahrain),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수단(Sudan), 소말리아(Somalia), 시리아(Syria),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Algeria), 예멘(Yemen), 오만(Oman), 요르단(Jordan), 이라크(Iraq), 이집트(Egypt), 지부티(Dibouti), 카타르(Qatar), 코모로(Comoros), 쿠웨이트(Kuwait), 튀니지(Tunisia), 팔레스타인(Palestine) 등이다(이상 가나다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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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전)국립 앙카라대 교수, 현)아신대(ACTS) 중동연구교수, 한국외대, 장신대 신대원,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 석사 및 박사 |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1)무슬림 이해하기’, (2022, 라비사북스). ‘벌거벗은 세계사(경제편)’, 공저, (2023, 교보문고), ‘하나님의 운동(Motus Dei)’, 공역(2024, 라비사북스), ‘밖에서 본 이슬람, (2)이슬람 이해하기’, (2024, 라비사북스,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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