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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는 카렌족의 선교 동역

사진: 오영철

최근 선교계에서 많이 듣는 단어가 있다. ‘글로벌 사우스’이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선진국을 의미하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되는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 120개 국가의 개발 도상 국가들을 의미한다.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 유럽과 북미 60여 국의 북반구 국가들은 ‘글로벌 노스’라고 부른다. 국제관계나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면 ‘글로벌 사우스’는 미개발국들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선교계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기독교의 주류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기독교 지역인 유럽은 물론이고 북미주도 세계 기독교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급속하게 감소하였다. 2022년 국제선교학술지 IBMR(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 Research)이 1월호에서 보고된 자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2022년 전 세계 약 79억 5400만 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약 25억 6000만 명으로 32.18%정도이다. 이 가운데 북반구(글로벌 노스)에 8억 3780만 명이 있는 반면, 남반구(글로벌 사우스)에 17억 2200만 명이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기독교인이 글로벌 노스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대륙별 기독교인을 보면 이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전통적인 기독교 지역인 북미주 기독교인은 2억 6925만 명, 유럽은 5억 6800만이다. 반면 기존 선교지라고 여겨지던 아프리카에 6억 9020만 명, 라틴 아메리카에 6억 1024만 명 그리고 아시아에 3억 8900만의 기독교인들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성경을 온전히 믿는 복음주의자들의 84%가 유색인종이라는 점은 글로벌 사우스가 세계 기독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선교지’와 ‘피선교지’의 개념을 완전히 수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유럽과 미국을 선교사 파송 국가라고 여겼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피선교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런 선교지와 피선교지의 구분은 1963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의 ‘세계선교와 복음전도 위원회(DWME)’ 세계 대회에서 수정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그 대회의 주제가 ‘육대륙 안의 증거’였는데, 이것은 복음이 ‘모든 곳에서’ 흘러가야 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며칠 동안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들은 새로운 세계 선교 상황속에서 역동성을 맛보게 하였다. 그것은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교회들의 선교적 협력과 연합이다. 지난 12월 7일 치앙마이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온 노애미(Noemi)라는 선교사를 만났다. 그녀는 중남미선교협의회(COMIBAM, Congreso Misionero Ibero Americano)의 아시아 지역 대표이다. 그녀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파송되어 아시아에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돌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적인 위기로 아르헨티나 교회가 그들을 전적으로 후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본인은 스페인어 교사로, 남편은 피아니스트 일도 겸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태국의 카렌 교회가 그들의 선교사역 후원에 참여하는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 교회가 다른 글로벌 사우스 교회의 선교사역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카렌의 상황을 고려하면 쉬운 것은 아니다. 카렌들은 자신들이 선교사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카렌침례교 총회안에 선교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역교회가 카렌민족이 아닌 타민족을 위한 사역은 거의 없다. 자체적으로 파송한 선교사를 후원해 본적이 없는데, 외국인 선교사를 후원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다. 그들의 상황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예비 후원자는 한국에서 일하는 ‘손찓’ 형제이다. 그는 4년 전에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이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서 노동자로 온 것은 돈을 버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선교적인 목적이 있다고 안내했다. 그런 한 가지 증거로 카렌신학교를 위한 헌금과 선교를 위한 헌금을 하라고 했다. 신학교를 위하여 매년 10000받(40만 원)을 헌금하고 있다. 선교를 위한 헌금은 하지 않았는데, 지난주 12월 14일 통화를 하면서 도전을 주었다. “우리 태국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파송된 선교사를 위하여 1년에 5000받(약 20만 원)을 헌금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런 제안에 전혀 동요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쉽지 않은 헌신이다. 첫째 방안은 해결됐다.

사진: 오영철

둘째 방안은 올해 목회자 훈련원 과정을 졸업한 목회자들이다. 지난 3월 졸업을 앞두고 선교후원 그룹을 만들어 카렌족을 넘어선 선교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침 12월 17일, 올해까지 모은 재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의논한다고 했다. 그 모임의 대표자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온 노애미 선교사의 형편을 이야기하고 일부라도 후원하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일 저녁에 회의 결과를 보내주었다. 올해 전체 선교비 수입이 1만 3300받인데 그 가운데 5000받을 노애미 선교사를 위하여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4000받은 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빠오(Pao)와 타이야이(Shan)족 선교를 위하여 나머지 3000받은 치앙마이 대학에서 타이민족을 위하여 헌신한 CCC 간사에게 헌금하기로 했다. 카렌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민족과 외국인 선교사를 위하여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노애미 선교사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선교비로 보내주었다.

이 사실을 노애미 선교사에게 이야기하니 그녀가 큰 감동을 받는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카렌교회가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아르헨티나의 노애미 선교사를 돕는 것이다. 노애미 선교사에게 부탁을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카렌교회에 가서 선교에 대하여 도전을 주십시오. 바라기는 더 많은 교회가 선교에 헌신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당연히 카렌 교회를 방문한다고 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재정이나 물품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다. 카렌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도전하기 위함이다.

며칠 동안 이런 경험은 나에게 영적인 아드레날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흥분이 된다. 이것이 과연 될까 싶었는데, 한 걸음을 내딛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교를 하나님의 정한 시간에 하나님의 예비한 사람들을 통하여 이루어 가고 있음을 보고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교회는 북반구의 교회보다 영적인 역동성과 교회의 성장은 놀랍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 교회의 중심이 되었다. 그들도 선교적 부르심이 있고 이미 수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였다. 태국의 카렌 교회도 글로벌 사우스의 한 구성원으로 선교적 부르심이 있다. 최근 며칠 동안에 경험한 ‘손찓’ 형제와 ‘선교를 위한 목회자 그룹’은 이들도 선교를 위한 후원에 참여함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 같이 참여하고 도전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선교가 얼마나 크신지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한 자를 통하여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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