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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어쩌다 발견한 기적

▲ 사진 : Yannis h on Unsplash

흙먼지 자욱한 인적 드문 시골길에서 폴과 함께 이웃 마을 추장을 만나러 간 선교사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추장의 허락을 꼭 받아야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교사님이 오시지 않길래 아무래도 오늘 계획했던 마을 전도는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몇몇 아이들이 쭈뼛 거리며 다가온다. 겁에 잔뜩 질린 것을 보니 난생처음 하얀 피부의 이방인을 본 게 분명하다.

폴이 팀니어로 아이와 한참을 이야기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냐 했더니, 복음을 전한다고 한다. 폴이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동안 선교사님이 오셨다. 부족장이 허락하지 않아서 마을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며 발길을 돌리려는데 아이가 자신의 마을 사람들에게도 자기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추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아이의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모스크 앞에 자리를 잡았고, 아이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가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아픈 사람인 것 같아 우리는 먼저 의약품 상자를 풀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나무막대기를 의지한 청년을 우리 앞으로 데리고 왔다. 걸레보다 더 더러운 붕대를 보니 치료한 지 꽤 된 것 같았다. 청년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멍한 눈빛이었다.

얼마나 수많은 밤을 고통 가운데 보냈을까? 얼마나 많은 날을 모스크에서 기도했을까? 하지만 더는 어떤 소망도 갖고 싶지 않은 체념한 자의 눈빛이었다. 지붕에서 떨어졌는데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다리의 붕대를 벗겨본 나는 순간 주춤했다. 처음으로 살 썩는 냄새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

항생제 몇 알과 몇 번의 드레싱이면 충분히 치료되었을 상처가 결국에는 괴사가 되어서 절단의 위기까지 온 것이다.

“장갑 끼세요”

선교사님이 나에게 장갑을 건넸다.

“이 청년의 치료는 샤론이 하세요.”

‘아이들이 넘어졌을 때 후시딘을 발라주는 그런 차원이 아니잖아요!!!’ 라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선교사님은 단호했다.

“다리도 고치고 마음도 고쳐주세요. 지금부터 당신이 이 사람의 의사예요”

문득, 내 꿈이 작가 이전에 의사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루지 못한 의사의 꿈을 의학 드라마를 섭렵하면서 대리만족을 했고, 작품의 주인공 중 꼭 한 명은 의사로 만들어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자 했던 나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왜 그딴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이지?’ 했는데, 그게 하나님의 꿈이었구나 싶었다. 복음과 사랑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와 같은 삶을 살기를 원하셨구나 싶었다. 포기했던 소망을 이렇게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그저 놀라웠다.

신기루 같은 헛된 망상인 줄 알았는데, 하나님의 계획에 다 포함되어 있었던 거였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에서 하나님의 비전을 나의 꿈으로 만들어 마침내 이루어가실 그 하나님의 계획 말이다.

살갗에 달라붙어 있는 붕대를 떼는 것부터가 난제였다. 역시 넘어진 아이들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과는 달랐다. 선교사님이 가르쳐준 대로 꿀을 발라 붕대를 적셔가면서 붕대를 떼어냈다. 붕대를 떼어내자 치료는 어렵지 않았다. 드레싱을 하고 약을 바르고 깨끗한 붕대로 갈아주면서 복음을 전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당신을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다. 당신은 하나님의 계획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죄는 용서받았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다.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시인하면 당신도 나와 같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그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우리가 여기, 당신 앞까지 온 것이다. 하나님이 오늘, 우리를 만나게 하신 것이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치료를 위해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다음에는 성경에 대해 배워보겠다는 그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의 치료가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아픈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도 아프다면서 약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예수가 없어서, 복음을 몰라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치료할 수 있는 병이었다.

갖고 간 약품이 동이 나자, 약이 없으면 기도를 해달라고 했다. 이들의 마음이 열린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기도를 하는데, 누군가가 일어나 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Tel am tenki tel am tel papa GOD tenki’ (나는 하나님께 언제나 감사합니다.)

누구나가 따라 부를 수 있는 시에라리온 기독교인들의 애창곡이었다. 나 역시도 오자마자 배워서 따라 부를 정도로 쉬우면서도 은혜로운 찬양을 어린 소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마을에 믿는 자가 있었다!! 친구에게 예수님에 대해 들었다는 소녀는 이 마을의 유일한 크리스천이었다. 어른들에게 혼이 날까 봐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었던 소녀는 마을에 선교사님을 보내달라고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고 한다. 소녀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기적이라고 했다. 맞다. 우리에게도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찬양을 따라 부르고, 선교사님을 따라 기도했고, 말씀이 선포되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라는 것을.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16)

기적이 시작되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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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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