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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영지주의, 기독교 이단의 모체

▲ 도마복음. 사진: wikipedia.org

눈먼 기독교(50)

영지주의는[1] 하늘로부터 오는 특별한 영적 지식(gnosis)을 가진 자들만이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하는 신비주의 기독교 이단이다. 이 이단은 초대 교회 당시부터 교회 안에서 골칫거리가 되었고, 결국은 공동체에서 추방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이것에 대해 사도 요한(요한1‧2서, 요한복음)과 사도 베드로(베드로전‧후서), 그리고 사도 바울(고린도전‧후서, 골로새서)이 자신의 글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지주의의 폐해는 1세기를 넘어 2세기에도 지속됐는데, 초기의 대표적인 영지주의 이단으로는 케린투스, 마르키온, 발렌티누스 등이 있다. 요한의 제자인 속사도[2] 폴리캅과 그의 제자인 이레니우스, 그리고 많은 교부들이[3] 영지주의와 싸웠고, 특히 이레니우스는 10년에 걸쳐 『이단에 대하여』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썼다.

초기 영지주의는 선한 영의 세계와 악한 육의 세계를 구분 짓는 이원론을 바탕으로, 구원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오는 것이 아니라 신비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오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들은 그리스도 역시 악한 물질인 육신을 가진 존재였기에 불완전하다고 보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지주의의 한 분파는 육신을 가혹하게 대했는데, 먹고 마시는 것을 최소로 하고, 부부가 성관계도 맺지 않는 등 극단의 금욕주의를 실천했다. 또 다른 분파는 그와 반대로, 육신은 어차피 악한 것이므로 술 취하고 성적으로 방탕하며 아무렇게나 살아도 영혼만 구원받으면 된다는 극단의 방탕주의를 추종했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화되면서 점점 사라진 영지주의는 오랜 세월이 흘러 1945년 이집트의 나그 함마디에서 52개의 영지주의 문서들이 발견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현재 정통으로 인정받는 기독교 기록(성경)은 단지 다른(‘틀린’이 아닌 기독교 분파와의 싸움에서 이긴) 하나의 분파였을 뿐이라고 영지주의 옹호자들은 말한다. 쉽게 말해서, 근대에 새롭게 발견된 영지주의 기독교 문서 역시 기존의 교회 정경(正經, cannon)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상대주의 가치관이 팽배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반(反)기독교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영지주의자들이 필독서로 읽는 책 가운데 『성서 밖의 예수』가[4] 있다. 이 책은 도마복음, 유다복음, 빌립복음, 마리아복음 등의 영지주의 문서들을 몇 개의 주제로 분류해 설명해놓았다. 사실상 영지주의 문서들은 공통적으로 말하는 핵심 교리가 없다. 다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등에 대한 정통 기독교의 교리를 다양하게 부정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그 주장한 내용이 어떠한지 파악이 가능하다. 목차를 열거해 보면, ‘예수의 비밀 가르침과 숨겨진 제자들’(성경에 나오는 가르침과 제자들 말고도 숨겨진 것들이 더 있다는 주장), ‘예수의 부활은 영적 부활일 뿐인가’(육적 부활은 없고 영적 환상일 뿐이라는 주장), ‘하느님의 정체는 무엇인가’(하나님은 절대 유일신이 아니라는 주장),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어머니’(남성 하나님과 여성 하나님이 있다는 주장), ‘예수는 제자들의 순교를 원했겠는가’(순교는 광신도들의 어리석은 행위라는 주장), ‘진정한 교회와 가짜 교회’(신비스러운 지혜를 깨달은 교회가 진짜 교회라는 주장), ‘깨달음의 기독교-영지주의’(영적인 지혜를 얻은 자는 그리스도교인 정도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된다는 주장), ‘기독교의 새로운 정립을 위하여’(지금까지의 기독교는 단지 승리자의 모습일 뿐이라는 주장) 등이다.[5]


[1] 靈智主義, gnosticism

[2] 續使徒, 예수의 제자(사도)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전수받은 사람들

[3] 敎父, 교회의 아버지란 뜻으로, 기독교가 교리적으로 자리 잡는 데 기둥 같은 역할을 한 교회 지도자를 말한다.

[4] 원제 Gnostic Gospels, 일레인 페이젤, 정신세계사 一 이 책은 1979년에 첫 발간되어 그 해에 미국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영지복음서에 대한 최초의 권위 있는 연구서로 인정받고 있다.

[5] 괄호 안의 내용은 필자 삽입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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