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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역사적 시선

▲ 예루살렘. 사진: Levi Meir Clancy on unsplash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현재까지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종교적 이권 다툼 속에서 선량한 사람들까지 희생당하는 고통의 현장을 보고 있다. 세상을 위해 기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한 손에 성경을, 또 한 손에 신문을 들라는 이야기처럼 우리는 이 문제를 역사적 시선과 성경적, 신학적 시선 모두를 통해 바라보아야 한다. 앞으로 두 차례의 글을 통해 역사적인 시선과 신학적인 시선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대학가의 움직임과 개인들의 지지 성명이 있었다. 미국 쪽의 기사나 목회자들이 쓴 글들은 대개 이스라엘을 호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우리나라의 기독교 안에서도 비슷한 입장들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서 선과 악의 구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순한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신학적 뿌리가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역사

중동지방은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오스만제국이 통치하던 하나의 나라였다. 다양한 민족들이 있었지만 한 국가 안에 있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제국은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불가리아와 동맹국 편에서 이 전쟁에 참여했고,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의 연합군에 패한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지배 하에 들어갔으며 이후 현재의 아랍 22개 국가가 분리, 형성되었다. 한 나라를 여러 나라로 임의로 나누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나누어진 한 나라 안에 다양한 종교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고, 또 민족이 여러 국가로 쪼개져 편입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현재 이라크는 같은 이슬람을 믿지만, 이슬람의 지도자를 선발하는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큰 시아파와 수니파가 각각 60퍼센트, 3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기타 종파들도 3%). 수니파 중에서도 아랍권이 20퍼센트, 쿠르드 민족이 17퍼센트를 차지하는 등 한 나라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있어서 서로 간의 이권 다툼 등으로 내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그들의 종교적, 정치적 이권들이 개입되어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이라는 나라를 임의로 나눈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기원전 1세기경에 하스몬 왕조가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66년부터 세 번의 유대 전쟁을 통해 독립을 꿈꾸었지만 로마 제국에 진압되었고, 그 과정에서 티투스 장군에 의해 현재 남아 있는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이방인의 뜰 부분의 서쪽 담장만 남아 있고, 성전이 무너졌고,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땅에서 축출되어 여러 나라로 흩어지는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시작된다. 나라를 잃어버린 유대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살면서 다양한 핍박을 받고 편견과 오해에 극심하게 시달렸다. 특히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은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의 서러움을 폭발시켰다. 포병 대위 드레퓌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쓰고 재판에 회부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러시아에서도 반유대주의의 확산으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박해를 받았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유대인들의 열망은 결국 시온의 땅, 곧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하자는 ‘시온주의운동’으로 이어진다. 이 운동은 테오도르 헤르첼이 ‘유대국가’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이런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에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 벨푸어 경이 시온주의운동의 재정 후원자 로드 차일드 가문에 편지를 보내 영국에 재정을 후원해 주면 유대인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벨푸어 선언’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벨푸어 선언’은 이전에 팔레스타인 땅에 아랍인의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맥마흔 선언’과 상충하기 때문에 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맺었던 두 개의 조약이 지금의 중동 전쟁의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되었다. 

‘벨푸어 선언’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의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는 시온주의는 점점 확산하였고,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긴장이 시작될 무렵 1948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가결한다.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의안을 따라 독립을 선포했고, 팔레스타인은 반대했다. 팔레스타인으로서는 2000년 동안 자신들의 땅이었던 터전에 이스라엘이 과거에 자신들이 살았던 땅이라며 나라를 세우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분할안을 거부하면서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3차까지 이어진 중동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인근 아랍 국가의 상당한 지역을 점령하였고, 이스라엘은 현재까지도 그 점령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는 등 그 땅들을 차지하고 있다. 

‘두 국가 해법’과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해결책으로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등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자기의 영토에서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는 것이 두 국가 해결론의 핵심이다. 이 해결책은 시간이 흘러 1993년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아라파트 의장이 미국의 빌 클린턴의 중재로 맺은 오슬로협정으로 이어졌다. 이 협정으로 세 지도자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의 극우파들은 이에 반발했고, 결국 이스라엘 라빈 총리는 이스라엘 극우파에 의해 1995년 11월에 암살당하고 말았다. 뒤이어 이스라엘에서는 우파 연합의 강성 지도자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가 되면서 중동 문제는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은 그들의 약속의 땅인 팔레스타인을 전부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 강성 정치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해 나갔다. 정착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이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와 있으며, 이로써 분쟁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은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시온주의를 신봉하는 종교적 유대인들을 계속해서 정착촌으로 이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단순히 선량한 이스라엘에 하마스가 이유 없이 공격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팔레스타인이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갈등 속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과 악의 구도로 나누지 말라 

중동지역은 오스만제국이 소멸하면서 여러 국가로 나뉘어졌고, 한 국가 안에서도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뒤섞여 살기 때문에 갈등과 내전이 빈발하지만, 같은 이슬람권 또는 아랍권이라는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라는 공통의 적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는 전 아랍이 연합하여 공격하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2023년 10월 17일 가자지구에 있는 알하흘리 병원 폭발 사건은 하마스의 오발이라는 주장과 이스라엘이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아랍과 협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스라엘의 전략이라는 주장 등 여러 설이 난무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단일 사건이 아니라 복잡한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이유도, 단순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전체 아랍국가의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하마스가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민간인을 습격하고 인질로 잡아간 반인륜적 행위이기에 철저한 보복과 공격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마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터전을 무단으로 장악하려고 하는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한 정당한 저항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과 정착촌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무장단체 하마스를 정식 투표를 통해 정당으로 인정해 주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 

이 전쟁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위험성 때문이다. 세계적인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1년 일찍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 레이 딜레오는 그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역사는 반복적인 빅 사이클을 가진다고 분석한다. 강대국이 무너지고 다른 신흥강국이 들어서는 일이 반복되는데, 특히 사이클의 마지막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폭동이 일어나거나 전쟁을 통해 강대국의 종말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국가에서 벌어지는 내전과 외부와의 전쟁을 통한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이 기간이 150-250년 정도이고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절대로 전쟁을 다시 일으키지는 않지만,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에서 경제적 갈등에서 촉발된 분노가 외부의 전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특히 경제가 힘들어지고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 내전 또는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고 서로 감정적으로 공격하게 되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역사가 반복되었다는 레이 딜레오의 분석은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존 스토트는 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에서 그리스도인은 화평케 하는 사역으로 부름을 받은 존재들이기에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쟁과 다른 나라의 갈등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하고, 또한 미래를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균형을 가지고 기도해야 하고 평화의 본을 보이는 공동체를 세워가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한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공적 토론의 장에서 평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책임이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졌음을 알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 벌어지는 기근과 전쟁의 소식들은 모두 세계를 품고 기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기도 제목이 되어야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너무 자기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을 때 미국의 방산 회사 주식이 올랐다는 기사가 있었다. 모든 나라들이 자기네 나라의 이권을 먼저 생각하는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시기이기에 더욱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 한 나라를 지지함으로 선과 악의 구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중동지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잘못된 유대 민족주의를 버리고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도 더 이상의 무력 충돌과 전쟁이 아닌 타협점을 찾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때이다. 종교와 정치적 이권이 뒤섞인 인간의 탐욕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이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를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기를,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안위를 넘어 우리는 세계를 위해 기도해야 할 사명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오늘도 무릎을 꿇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이다.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이사야 2:4) [복음기도신문]

고상섭 | 영남신학대학교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그사랑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팀 켈러 연구가로 알려져 있으며 CTC코리아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 공저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를 출간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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